[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PL)에서 득점왕을 차지했던 시즌과 유사하다. 손흥민이 수비 부담을 덜자 펄펄 날아올랐다.
18일(한국시간) 미국 유타 주 샌디의 아메리카 퍼스트 필드에서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정규시즌 경기를 치른 로스앤젤레스FC(LAFC)가 레알솔트레이크에 4-1로 대승을 거뒀다. LAFC는 승점 47로 서부 컨퍼런스 4위까지 올라섰다.
이날 손흥민은 드니 부앙가와 공격진을 이뤄 경기에 나섰다. LAFC의 전체적인 포메이션은 5-3-2에 가까웠다. 손흥민과 부앙가가 투톱으로 출격했고 마르코 델가도, 마티외 슈아니에르, 티모시 틸만이 중원에 위치했다. 라이언 홀링스헤드, 에디 세구라, 은코시 타파리, 라이언 포티어스, 세르지 팔렌시아가 수비라인을 구축했고 위고 요리스가 골키퍼 장갑을 꼈다.
손흥민과 부앙가의 역할은 명확하게 구분됐다. 지공 상황에서는 손흥민이 후방 빌드업을 돕고자 아래로 내려갔다가, 팀이 공격할 채비를 마치면 곧장 뛰어올라갔다. 부앙가는 종적인 움직임을 가져갈 때를 제외하면 전방에 머물렀다.
반대로 수비 상황에서는 손흥민이 최전방을 담당했다. 전방압박에 참여하기보다 역습 시 스프린트를 위해 힘을 비축하는 경우가 잦았다. 부앙가는 상황에 따라 손흥민 옆에서 전방압박을 하다가 상대가 깊숙이 들어오면 미드필더 라인에 맞춰 내려갔다. 그래서 역습 상황에서는 손흥민이 문전 가까운 곳으로 달려들어가고 부앙가 등이 조력자 역할을 맡는 경우가 많았다.
전술적 도움에 힘입어 손흥민은 해트트릭을 달성하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전반 3분 틸만이 걷어내듯 찔러준 패스로 만들어진 1대1 기회에서는 여유롭게 오른쪽 골문으로 공을 차넣었다. 전반 16분에는 홀링스헤드가 공을 옆으로 내주자 손흥민이 20미터 바깥에서 과감한 중거리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후반 37분에는 델가도의 스루패스를 받은 부앙가가 골키퍼와 1대1 기회를 맞았음에도 옆에서 쇄도하던 손흥민에게 패스했고, 손흥민이 발을 쭉 뻗어 공을 밀어넣으며 MLS 첫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이러한 모습은 손흥민이 PL에서 득점왕을 차지했던 2021-2022시즌과 유사한 지점이 있다. 당시 손흥민은 안토니오 콘테 감독 부임 이후 3-4-3의 왼쪽 윙어로 나섰는데, 실제 경기에서는 공격진 3의 오른쪽 윙어로 나선 데얀 쿨루세프스키나 루카스 모우라가 중원에 가담하면서 3-5-2에 가까운 형태가 조성됐다. 손흥민은 해리 케인과 함께 투톱을 이뤘고, 케인이 연계에 보다 집중하면 손흥민이 뒷공간을 침투해 들어가 마무리를 짓는 역할을 맡았다. 그 결과 손흥민은 후반기에만 15골을 넣으며 도합 23골로 PL 골든 부트를 차지했다.
LAFC에서와 세세한 작동법에는 차이가 있지만 손흥민이 뒷공간을 침투한다는 점, 다른 공격수가 손흥민을 보조하는 역할을 맡는다는 점, 오른쪽 윙어는 중원과 공격 진영을 오르내린다는 점 등은 득점왕 시즌 토트넘과 비슷하다. 체룬돌로 감독이 손흥민을 극대화하고 부앙가의 공격력을 유지하기 위해 시도한 전술적 조정이 성공을 거뒀다.
체룬돌로 감독도 경기 후 인터뷰를 통해 “두 명의 공격수가 있어 상대가 수비하기 더 어려워졌다. 손흥민과 부앙가가 중앙에 위치해 자유롭게 움직이면 예측하기 어려워진다”라며 4-3-3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지만, 지금과 같은 전술도 유지할 거란 뜻을 밝혔다. 기본은 4-3-3으로 가되 실제로는 5-3-2에 가까운 형태가 계속될 것임을 예고한 셈이다.
손흥민이 MLS에서 적응기 없이 날아올랐다. 손흥민의 기량이 아직 죽지 않았고, MLS가 PL보다 수비적으로 응집력이 떨어지는 등 여러 요인이 작용한 결과다. 또한 체룬돌로 감독이 손흥민과 부앙가를 공존시키기 위해 콘테 감독이 토트넘 초창기 사용했던 방식대로 손흥민을 활용하는 것도 손흥민이 좋은 모습을 보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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