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뉴욕 타임스(NYT)를 상대로 150억 달러(20조6835억원) 규모의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한 것과 관련 메레디스 코핏 레비언 NYT 최고경영자(CEO)는 트럼프 대통령이 '반언론 플레이북'을 만들었다고 비난하면서 NYT는 이에 결코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17일(현지시각) 말했다고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가 18일 보도했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레비언 CRO는 이 소송은 법적 근거가 없을 뿐 아니라 튀르키예나 헝가리 같은 국가에서의 권위주의 전술과 유사한 독립적 저널리즘을 위협하는 캠페인의 일환으로 설명했다.
레비언은 FT 컨퍼런스에서 "현재 반언론 플레이북이 있다. 튀르키예, 헝가리, 인도 같은 나라들을 보면 선거는 치러지고 있지만 정권에 대한 반대를 억누르려는 시도들이 존재한다. 그러한 반언론 플레이북은 언론인들을 괴롭히는 일이고, 독립적 저널리즘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것"이라며 "NYT는 결코 이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의 발언은 트럼프가 NYT에 대해 사실상 민주당의 대변인이라고 비난하며 150억 달러의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한 지 이틀 만에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플로리다주 지방법원에 "NYT는 나에 대한 거짓 정보를 제공하는 선도적이고 노골적인 선동가"라며 비난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NYT 간 대결은 언론에 대한 대통령의 법적 공세가 한층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며,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에 대한 미 수정헌법 제 1조에 대한 시험대이기도 하다.
이번 소송은 트럼프가 2024년 3월 이후 미국 주요 언론을 상대로 낸 4번째 수십억 달러의 명예훼손 소송이다.
ABC뉴스와 CBS뉴스는 올해 초 트럼프 대통령이 계획한 대통령도서관에 각각 1500만 달러(약 208억원)와 1600만 달러(약 222억원)를 지불하기로 합의, 소송을 해결했었다.
지난 7월 트럼프는 고인이 된 소아성애자 제프리 엡스타인에게 보낸 것으로 알려진 생일 메모에 대한 보도를 놓고 월 스트리트 저널(WSJ)을 100억 달러(13조8540억원)의 소송을 제기했고, WSJ의 모회사 다우존스는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었다.
언론자유 전문가들은 NYT를 상대로 한 트럼프 대통령의 소송은 근거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버드대 로스쿨의 레베카 투쉬넷 수정헌법 제1조 교수는 "이번 소송은 진실, 미국 국민, 사법 절차, 그리고 미국 전통에서 우리가 존중할 만한 모든 것에 대한 경멸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또 유타대학 법학 교수이자 예일 정보사회 프로젝트 연구원인 로넬 앤더슨 존스는 "이 소송은 엄청난 방어 비용이 드는 소송 제기를 통해 비판적 탐사 보도의 강력한 원천에 대한 영향력을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NYT 주가는 이달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음에도 총 가치는 100억 달러에 조금 못 미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레비언 CEO는 "이 소송은 아무런 정당한 법적 주장도 갖추지 못하고 있다. 단지 독립적 언론을 억압하고 NYT를 비롯한 언론사들의 사실을 기반으로 하는 보도들을 저해하려는 목적에서 시작된 것일 뿐이다. 그러나 그런 목적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NYT는 설령 불편함에 마주하게 되더라도 끝까지 진실을 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악관은 논평 요청에 즉시 답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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