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사와 기부채납 문제 두고 이견…채권 등 얽히며 개장 '하세월'
(김해=연합뉴스) 이준영 기자 = 경남 김해시 무계동 장유여객터미널이 지난해 3월 준공되고도 18개월이 지나도록 문을 열지 못해 주민 민원이 쏟아진다.
18일 김해시에 따르면 장유여객터미널을 지은 민간 시행사와 기부채납 문제를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해 터미널 개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는 지난해부터 민간 시행사에 터미널을 시에 기부채납할 것을 요구했다.
2018년 시행사와 협약할 당시 시행사가 터미널 건물을 지은 뒤 채권이 없는 상태에서 시에 기부채납한다는 내용의 문구를 넣은 것을 근거로 들었다.
통상 협약서에 일정 기간을 명시하고 그 기간이 지나면 기부채납 받는 것과 달리 기간을 따로 정하지 않고 채권이 없는 상태를 조건으로 걸었다.
하지만 터미널 사업에 수백억원이 투입됐고 이 과정에서 수많은 채권이 발생해 기부채납을 받을 형편조차 되지 않는 상황이다.
국유재산법상 사권(채권)이 설정된 재산은 원칙적으로 기부채납을 받을 수 없다.
시행사는 기부채납할 수 없고 자신들이 20년간 운영권을 행사한 뒤 기부채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시는 이 경우 적자분을 시행사에 보전해줘야 할 수 있고 20년 뒤 터미널 재산과 활용 가치 등을 고려했을 때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선다.
장유여객터미널은 부산과 창원, 진주 등 영남권을 비롯해 동서울과 수원 등 수도권을 오가는 노선을 둔 버스 터미널이다.
계획대로라면 지난해 준공 후 그해 5월부터 터미널이 운영돼야 했지만 장유지역을 오고 가는 시외버스 운행사와 사업자가 수익성 등을 이유로 운행에 합의하지 못하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시는 터미널을 기부채납 받아 직접 운영하기로 했지만 이마저도 시행사 측과 마찰을 겪으면서 터미널 운영은 기약 없는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이를 해결할 방법도 현재로서는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시행사가 수백억원에 달하는 채권을 단기간 해결하기 힘들고, 터미널 인근 상가 분양과 시외버스 운행사 등 이해 당사자들의 수익성까지 얽혀 있는 탓이다.
이에 터미널 운영을 기다리는 주민들은 불편을 호소한다.
김해시청 홈페이지에도 터미널 개장 시기를 묻거나 답답하다는 취지의 민원 글이 10여개가 넘는다.
시는 시행사를 비롯한 이해 당사자들과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채권이 해결돼 빨리 기부채납되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며 "시행사가 직접 운영하려면 우선 기부채납한 뒤 수탁 받아서 진행하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lj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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