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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CJ제일제당, 삼양사, 대한제당 등 국내 최대 제당업체 3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이들 업체는 수년간에 걸쳐 설탕 가격을 담합해온 혐의(공정거래법 위반)를 받는다.
검찰은 설탕 가격 상승이 전체 음식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서민 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민생 범죄 대응 차원에서 이들 업체의 담합 행위를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식품업계는 이번 검찰의 압수수색 소식에 술렁이는 분위기다. 정부가 유통구조 개혁과 물가 안정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공정위의 담합조사 또한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3월 공정위는 CJ제일제당, 삼양사, 대한제당에 조사원을 파견해 설탕 가격 담합 여부를 조사했다. 올해 4월 공정위는 농심, 오리온, 롯데웰푸드, 크라운제과·해태제과 본사에 조사관을 보내고 가격 담합 여부가 있었는지 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식품·외식기업들의 가격 인상 등으로 물가 오름세가 심상치 않자 가격 담합 여부 조사에 나선 것이다. 당시 한기정 공정위 위원장은 “가격 인상이 담합이나 불공정행위로 비롯된 게 있는지 철저히 감시할 것”이라며 경고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식품 가격을 집중 관리할 공산이 크다는 점에서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가 보여주기식 압박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번에 조사를 받았던 한 업체는 2019년 이후 가격 인상이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다른 제과 3사와 함께 가격담합 조사를 받았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대다수 식품기업들의 실적이 전년대비 좋지 않았는데 내수 침체에 더해 인건비, 원부자잿값 상승 등이 실적으로 나타난 것이다”면서 “하반기에도 가격인상은 언감생심인 상황에서 실적이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보여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최근 식품기업들은 일부 제품의 가격을 인상하고도 수익성 악화의 직격탄을 맞은 상황이다. 실제 작년 12월 이후 인건비, 원자잿값 급등 등을 이유로 가격을 올린 식품·외식 기업은 60여곳에 달한다. 올해 초 CJ제일제당과 롯데웰푸드, 농심, 오뚜기, SPC삼립 등 식품업계 대다수 기업들이 일제히 가격 인상에 나섰다. 오비맥주, 하이트진로 등 주류 제품도 올랐다.
하지만 올 2분기 기업들의 실적은 전년대비 크게 악화했다. 식품업계 맏형인 CJ제일제당의 지난 2분기 매출액(대한통운 제외)은 4조3224억원으로 전년 대비 0.2%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1.3% 감소한 2351억원에 그쳤다. 주력 사업인 식품 부문의 2분기 영업이익은 901억원으로 전년보다 33.7% 감소했다. 롯데웰푸드도 연결 기준 2분기 영업이익이 34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8% 줄었고 농심과 오뚜기 역시 영업이익이 각각 402억원, 451억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8.1%, 26.8%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가격 통제를 통해 기업의 마진을 줄이라고 압박하면 경제 패러다임이 경직화될 수밖에 없다면서 시장원리에 맡겨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물가 인상 요인을 억제하라는 소리인데 결국 수익 악화 및 고용 부진 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이성훈 세종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부원장)는 “인건비, 임대료, 재료비 등 물가 인상 요인이 많은 상황인데 소비자 물가를 안정시키라는 것은 결국 마진을 줄이라는 소리다”면서 “기업이나 자영업자나 적절한 마진을 남기는게 본질적인 목표인데 가격인상도 안되고 용량 줄이는 것도, 품질 떨어지는 것도 안된다면 어떻게 원가를 절감하라는건지 진퇴양난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부가 강압적으로 조정하면 경제 패러다임이 경직화된다”면서 “기업들도 소비자들의 눈치를 보기 때문에 무한정 가격을 올릴 수 없다. 시장이 적절한 균형을 찾아가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식품업체들의 가격 담합을 적발하는 것은 적절하지만 물가를 안정시키는데 효과적인지는 의문이다”면서 “정부가 먹거리 물가를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식품업체들에게 가격 인상 자제만 요청할게 아니라 인상 요인이 무엇인지 근원적인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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