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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비상대책위원회 추산 약 1100여명의 직원들이 검은 옷에 빨간 머리띠를 두른 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모였다. 왼쪽 가슴에 ‘근조’ 리본을 단 이들은 “실무를 담당하는 금감원 직원들의 목소리를 들어달라”고 외쳤다.
정부는 금융소비자보호를 강화하고, 금감원에 대한 정부의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조직 개편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금융감독원과 금융소비자보호원을 분리하고, 금융감독위원회의 관리를 받도록 하는 안을 의원입법으로 발의했다.
금감원은 지난 9일부터 정부가 추진하는 금융감독체계 개편안 반대 집회를 이어오고 있다. 공공기관 재지정은 금융감독의 독립성을 훼손하며 금융소비자 보호와 금융감독은 분리할 수 없는 가치라는 입장이다.
이날 집회에는 야당 의원들도 참석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야당 간사인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이번 금융구조 개편은 개편이 아니라 개악”이라며 “기획재정부 권한을 축소하라는 대통령 말 한 마디에 엉뚱하게 금융감독원을 해체·분리하려고 하는데 이게 말이 되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해체·분리하는 금감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는 것은 금감원 정부 치하에 두고 신(新)관치금융시대를 만드려는 것”이라며 “이 개악을 반드시 저지하겠다”고 선언했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정부조직개편에는 나름의 명분이 있었다. 기재부의 힘을 빼야 한다는 것까지는 명분이 있다”며 “그런데 지금 금감원을 사실상 해체하는 것은 어떤 면을 보아도 상식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코스피 5000 시대를 호언장담하는 정부가 금융감독을 이런 식으로 대해서 되겠나”라며 “금융소비자보호는 금융감독의 핵심 기능이라 분리할 수 없다”고 했다.
윤태완 금감원 비대위원장은 비대위 명의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그는 “이번 개편안의 실상은 기관장 자리 나눠먹기를 위한 금감원 해체이며 공공기관 지정이라는 목줄을 채워 금융감독을 금융정책에 더욱 예속시키려는 불순한 획책”이라고 말했다. 금소원 분리 신설에 대해서는 “상호 유기적으로 연결된 건전성 감독, 영업행위 감독 및 금융소비자 보호를 인위적으로 분절해 금융소비자 보호는 오히려 약화시키면서 불필요한 사회적·경제적 비용만 발생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했다. 공공기관 재지정에 대해서는 “금융감독체계를 IMF 외환위기 이전으로 퇴보시켜 관치 금융을 부활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 비대위원장은 실효성 있는 대책을 위해 충분한 공론과 숙의가 필요하다며 “개편안 마련을 주도하신 것으로 알려진 김은경 전 소비자보호처장님 등 국정기획위 위원, 각계각층의 전문가, 금감원 구성원을 포함한 민주적 논의의 장에서 충분한 숙의와 토론을 거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또 금감원장을 인사청문 대상자로 추가하고, 국회에서 금감원의 금융소비자보호 업무성과를 평가하는 등 민주적 통제가 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한 금감원 직원은 “누군가는 우리에게 ‘싫으면 나가라’고 말한다. 그럴 수 없다”며 “우리는 자신의 영달을 위해 서민의 금융안전망은 얼마든지 외면할 수 있는 모피아에게 금융 정책과 금융감독을 맡기고 도망칠 생각이 없다”고 힘줘 말했다. 앞서 유튜버 김어준씨는 자신이 진행하는 ‘김어준의 뉴스공장 겸손은 힘들다’에서 “그분들(금감원 직원들) 입장에서야 불만은 납득이 가지만 퇴사 처리해서 원하는 대로 해주는 게 좋겠다”며 “전원 다 퇴사받고 새로 뽑아야 한다”고 발언해 금감원 직원들의 투쟁에 기름을 부었다.
한편 이날 오전 금감원 비대위는 금융감독체계 개편 법안 검토를 위해 금감원에 설치된 ‘정부조직개편 방안에 따른 입법대응 태스크포스(TF)’ 운영 중단을 촉구했다.
비대위는 “입법대응TF의 법안 검토 기간이 이틀 정도에 불과하다. 실상은 금융개악을 위한 졸속 입법임을 자인한 셈”이라며 “임원과 부서장은 직원들에게 이 TF 운영을 위한 어떠한 업무지시도 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금감원 비대위는 오는 25일까지 여러 방법과 창구를 동원해 조직개편 반대 의사를 전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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