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관심 끌려는 거짓말도"…경기남부 최근 19건 중 4건만 사건 처리
(수원=연합뉴스) 강영훈 김솔 기자 = 서울 서대문구에서 발생한 초등학생 유괴 미수 사건 이후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약취유인 신고가 부쩍 늘어났으나, 허위·오인 신고의 비중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경기남부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발생한 서대문 사건 이후 학부모 불안이 커지자 경찰은 범죄 예방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이달 8일부터 초등학교 등하굣길에 경찰관을 집중적으로 배치했다.
그러나 이런 대책에도 관련 신고는 오히려 늘고 있다.
지난 8일부터 이날 오전까지 11일간 경기 남부 지역에서 접수된 미성년자 약취유인 신고는 총 19건으로 집계됐다.
동일 유형의 신고가 2023년 64건, 지난해 45건, 올해 들어 지난 8월까지 44건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불과 열흘 남짓 사이 접수된 신고 건수가 통상 한해 신고 건수의 20~40%에 육박한 것이다.
다만 이들 신고 19건 중 실제로 사건 처리한 신고는 4건이다. 나머지 15건은 오인 신고(12건), 허위 신고(3건)로 나타나 최근 들어 특히 사건이 급증했다고는 볼 수 없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허위 신고는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이 부모에게 "낯선 사람이 '내 차로 오면 강아지를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모르는 사람이 '사탕을 사주겠다'고 제안했다"는 등의 거짓말을 한 사례들이다.
이에 놀란 학부모들은 112에 신고했고, 출동한 경찰은 CCTV 확인 등을 거쳐 신고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한 뒤에야 사건을 종결할 수 있었다.
오인 신고의 경우 젊은 여성이 비를 맞는 학생에게 선의로 우산을 씌워주거나 질병이 있는 노인이 학생을 상대로 집에 데려다 달라고 부탁한 사례 등으로, 경찰은 이 역시 범죄 혐의점이 없다는 점을 밝히고 나서 사건을 마무리 지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서대문 유괴 미수 사건 이후 미성년자 약취유인 관련 신고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나, 허위·오인 신고가 많아 실제 '사건'이 증가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에 대해 이미 오래전 사라진 것으로 여겨졌던 '유괴' 범죄가 서대문 사건을 계기로 다시 쟁점화한 결과라고 진단한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교수는 "유괴 범죄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평소라면 지나쳤을 상황에 시민들이 더욱 예민하게 반응할 수 있다"며 "이에 따라 일부 아동이나 목격자가 허위 혹은 오인 신고를 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일면식이 없는 아동과 불필요하게 말을 건다거나 불안감을 줄 수 있는 행동은 자제해야 한다"며 "'각박한 세태'라는 목소리가 나올지라도 유괴 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전반적으로 높아지는 것은 바람직한 흐름"이라고 덧붙였다.
ky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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