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한미 간 방산 조선협력 확대를 위해 한국 정부가 미국의 제도적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논의 중이다.
석종건 방위사업청장은 17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열린 '한미 방산협력 포럼'에서 "양국 조선 협력에 장애가 되는 미국 내 법률과 제도에 대해 고위급 차원에서의 전향적인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포럼은 방위사업청과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공동 주최한 자리로, 석 청장은 기조연설을 통해 한국 조선업체의 미국 시장 진출을 막는 제도적 장벽을 거론하며 양국 정부 간 협의의 필요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석 청장은 발언에서 "한미가 원하는 수준의 조선 협력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미국 측 법적 장애물이 해소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방문 기간 중 미 국방부 및 해군성 고위 인사들과 면담을 통해 이 사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가 언급한 대표적 규제는 '존스법'(Jones Act)과 '번스-톨레프슨 수정법'이다. 존스법은 미국 내 항만 간 선박 운송에 있어 미국산 선박·미국 선원·미국 소유를 강제하는 법률이며, 수정법은 군사용 선박을 미국 내 조선소에서만 건조하도록 제한한다.
이러한 규제들은 외국 조선소에서 건조된 선박을 미국 해군 및 연방기관이 사용할 수 없도록 차단하고 있어 한국 조선업체들의 직접적인 진출이나 수출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한국은 조선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법적 장벽 때문에 협력 방식이 제한된 상황이다.
석 청장은 "한화의 필리조선소 사례처럼 현지 생산을 확대하려는 노력이 있지만, 단일 조선소만으로는 미국이 요구하는 함정 공급 규모와 속도를 맞추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방사청은 미국 측에 다양한 대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함정의 기초 골조만 한국에서 제작 후 미국에서 완성 조립, 부품 단위로 공급해 미국 내 조립라인을 활용하는 방식, 민감한 전투체계나 통신장비는 미국에서만 탑재하는 조건부 방식 등이다.
이러한 방식은 미국의 보안 우려를 최소화하면서도, 한국 조선사의 생산역량을 병행 활용하는 전략적 방안으로 평가된다.
석 청장은 "미국 행정부의 고위층에서 전향적으로 판단하고 결심해야 할 사안"이라며, 법 개정 혹은 해석 변경을 통한 예외 허용 가능성을 시사했다. 실제로 미 조야 일각에서도, 조선 분야의 방산 수요 급증에 따라 동맹국의 참여를 제한 없이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동시에 석 청장은 한국 조선업체의 경쟁력이 미국 안보와 경제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한국은 양질의 함정 생산과 납기 대응 능력을 갖춘 전략 파트너"라고 밝혔다.
이번 포럼에서 석 청장은 인도·태평양 안보 환경의 불확실성 증가도 강조했다.
그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중국의 해상 군사확장 등으로 인해 대만해협과 남중국해를 중심으로 지역 내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고 분석하며, "글로벌 방산 수요는 급증하고 있으나 공급 역량은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그는 한미가 단순 무기 거래를 넘어 기술동맹 수준의 협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공지능(AI), 무인체계, 고속통신 등 첨단 기술분야에서의 공동개발 및 응용 확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유지보수(MRO) 허브 구축, 공동생산 인프라 공유, 산업기반 상호 보완체계 등 보다 구체적인 협력안도 언급되며 장기적 동맹산업 기반 마련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현재 한국은 한미 국방상호조달협정(RDPA) 체결을 적극 추진 중이다. 이 협정이 체결되면 한국산 방산 제품이 미국 국방조달시장에 정식으로 진입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이 마련된다.
석 청장은 "협정 체결은 실무적 조율만 남은 상황으로, 양국 간 신속한 마무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방산 교류의 제도화와 동시에 양국 기업 간 거래 안정성 확보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한미 조선 협력의 확장을 위한 핵심 과제는 결국 △기술 경쟁력 △정치적 결단 △법제도 정비라는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한국이 충분한 기술력과 생산 기반을 갖추고 있지만 미국 내 법적 장벽과 보안 우려, 노조와 자국 산업 보호 논리를 어떻게 넘을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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