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 자존심’ 흔들···LG전자, 희망퇴직 전체 사업부로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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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LG전자와 삼성전자가 잇따라 인력 효율화에 나서며 국내 전자업계 전반에 구조조정 바람이 불고 있다. 중국발 저가 공세와 글로벌 관세 전쟁, 경기 둔화가 겹치면서 양사 모두 체질 개선이 불가피한 상황에 놓였다는 분석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생활가전(HS), TV(MS), 전장(VS), 냉난방공조(ES) 등 전 사업본부를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한다. 만 50세 이상이거나 수년간 성과가 낮은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자에게는 법정 퇴직금 외에도 최대 3년 치 연봉과 2년 치 자녀 학자금을 지원한다. LG전자가 전사 희망퇴직을 단행하는 것은 2023년 이후 2년 만이다.

앞서 MS사업본부는 올해 1분기 31명이던 임원 수를 2분기 20명으로 줄이는 등 조직 슬림화를 추진해 왔다. 하지만 2분기 191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실적 부진이 이어지자 희망퇴직을 전사로 확대했다. 회사 측은 “인력 선순환 차원에서 운영하는 것”이라며 “다른 사업부 희망자에게도 신청 기회를 안내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도 같은 흐름에 올라탔다. 이달 초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를 대상으로 2015년 이후 10년 만에 경영진단을 시작했다. 연말까지 조직 개편 여부를 결정할 계획으로 일부 인력을 타 사업부로 전환 배치하고 신규 충원도 제한했다. 희망퇴직 제도 역시 기존 부장급 이상에서 확대 운영하며 사실상 구조조정에 착수했다는 평가다.

양사의 구조조정 배경에는 시장 환경 악화가 있다. 증권업계는 올해 LG전자 영업이익을 2조6834억원으로 전망, 전년 대비 21%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 VD사업부 2분기 영업이익도 약 1000억원으로 전년 동기의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글로벌 TV 시장에서 TCL, 하이센스 등 중국 업체들의 점유율 합계(25.6%)가 LG전자(10.7%)를 압도하고 삼성전자(19.2%)에 바짝 다가선 것도 위기감을 키우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철강·알루미늄에 이어 냉장고·세탁기·건조기 등에 사용되는 철강에도 50% 관세를 부과하고, 멕시코산 철강·가전에 최대 50%의 추가 관세를 예고한 것도 부담이다. 수출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인건비 절감과 조직 효율화 없이는 버티기 어렵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된 셈이다.

업계는 이번 구조조정 바람이 디스플레이 업계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본다. LG디스플레이는 2분기 1160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TV 패널 부문 의존도가 뚜렷한 약점으로 드러났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IT 기기·차량용 패널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지만, 전통적인 TV·가전 중심 구조를 탈피하지 못한다면 구조적 어려움이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