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금리 인하 논의 확산…저신용자, 제도권 밖으로 밀려난다

서울 주택가에 붙어 있는 카드 대출 관련 광고물. [연합뉴스]

[직썰 / 손성은 기자] 정부와 여당이 법정 최고금리 인하를 추진하면서 저축은행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장기간 고전하다 간신히 흑자 전환한 상황에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위기감이 확산 중이다. 전문가들은 저신용자의 금융 소외와 불법 사금융 확산 등 부작용을 경고하며, 정책 추진에 신중한 접근을 주문하고 있다.

◇정부여당, ‘금리 하향’ 드라이브

이재명 대통령은 9일 국무회의에서 “현행 최고 15%인 저신용자 신용대출 금리 인하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저신용·저소득층일수록 높은 금리를 부담하는 역설적 구조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서영교 의원 등 민주당 의원들은 이자제한법·대부업법 개정안을 발의해 모든 금융권 대차거래에 적용되는 법정 최고금리를 현행 연 20%에서 15%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 소비자 부담을 완화하려는 정책적 목적이지만, 업계에선 단순 금리 하향이 저신용층을 위한 해법이 될지에 의문을 제기한다.

◇수익 회복 중 저축은행 직격탄 불가피

저축은행은 중·저신용자를 주 고객으로 삼아 고신용자 중심의 1금융권보다 타격이 크다. PF 부실 정리와 긴축 경영으로 올 상반기 2570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겨우 반등했지만, 최고금리 하향 시 대출 금리 재조정이 불가피해 이자 수익 급감이 예상된다.

현재 저축은행 대출 금리는 평균 13~15% 수준이며, 일부 저신용 신용대출은 19%대 후반까지 이른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최상단 금리가 낮아지면 전체 금리 구조가 내려앉아 이자 수익 감소가 불가피하다”며 “영업 축소나 신규 상품 보수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업계는 수익성 위축이 곧 경영 불안으로 직결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중소형 저축은행의 경우 영업망 축소, 지점 폐쇄, 인력 감축 등 구조조정 압박이 가중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저신용자 금융 사각지대 확대

가장 큰 문제는 저신용자의 금융 접근권이 급격히 좁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수익이 줄면 저축은행과 캐피털, 카드론 등 2금융권 전반이 고위험 차주에 대한 대출을 축소할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저신용 차주가 제도권 금융에서 밀려나면 결국 불법 사금융으로 향하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은 2021년 최고금리를 24%에서 20%로 낮춘 뒤 불법 사금융 규모가 4년간 약 50% 급증했다. 일본도 2000년대 초 금리 인하 이후 유사한 현상이 나타났으며, 피해 차주들이 금리 재인상을 요구하는 집단 시위까지 벌였다. 이수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추가 인하는 대부업 및 저축은행의 대출 공급을 줄여 사회적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며 “경제 상황에 따른 탄력적 최고금리 운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책의 목표가 서민 부담 경감에 있다 해도, 제도권 금융에서 배제된 차주가 불법 자금 시장으로 몰리면 피해는 더욱 커진다. 따라서 법정 최고금리 인하는 정책 효과와 부작용 사이에서 정교한 균형점을 찾을 때만 서민 보호와 금융산업 지속 가능성을 함께 달성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