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인생 24] 뒤를 돌아보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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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인생 24] 뒤를 돌아보지 마라

저스트 이코노믹스 2025-09-18 04:55:00 신고

삽화=최로엡 화백
삽화=최로엡 화백

  일본인들이 학문의 신으로 섬기는 스기와라 미치자네가 묻힌 다자이후 텐만구를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텐만구로 가는 참배길 양쪽엔 가게들이 즐비한데 유독 매화전병을 파는 가게가 눈에 많이 띄더군요. 이곳으로 귀양 온 스기와라를 불쌍히 여긴 이웃집 할머니가 전병을 만들어 매화나무 가지에 걸어 두어서 생긴 유래에서 비롯되었습니다. 1100여년 넘어서 아직까지 불어오는 훈풍이지만 일본인 특유로 상술로 발전되어 있습니다. 조금 걷다 보니 누워있는 소 동상 앞에 사람들이 모여 있는데 사람들의 행동이 특이했습니다. 소머리를 만진 후 제 머리를 만지는 사람, 소의 배 밑바닥을 훑은 후 자신의 배를 만지는 사람 등...

 이 소동상 역시 스기와라와 연관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스기와라는 도대체 어떤 인물이기에 학문의 신이 된 것일까요? 스기와라는 8세기때 사람으로 5살 때 한자를 읽고, 11살 때 시를 지을 정도로 비상한 인물이었다고 합니다. 이런 스기와라가 승승장구를 하며 우대신이라는 최고벼슬까지 오르게 되자, 주변 사람들의 시기를 받습니다. 결국 그는 모함으로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후쿠오카의 외곽지역인 다자이후로 유배를 당합니다. 그는 이곳에서 가난과 병마에 시달리다 생을 마쳤지요. 전설에 따르면 그의 시신을 싣고 가던 우마차가 이곳을 지나다가 갑자기 멈춘 후 움직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제자들이 그를 이곳에 매장했습니다. 그가 죽은 후 그를 모함했던 사람들이 갑자기 죽고, 천재지변이 끊이지 않자, 조정에서는 그에게 정일품을 하사하고 텐만구로 모시게 된 것입니다. 이후 스기와라는 학문의 신으로 추앙받아 지금까지 일본인들의 우러름을 받고 있습니다.

 텐만구로 가는 입구엔 유명한 3개의 다리가 놓여 있습니다. 첫번째 구름다리인 과거의 다리뒤돌아보지 말라는 다리이고요. 현재의 다리는 평평한데 밑을 쳐다 보지 마라’, 마지막 구름다리는 미래의 다리로 넘어지지 말라고 합니다. 이 세 개의 다리 밑으로 예나 이제나 변함없이 호수가 다리를 적시고 있습니다.

  왜 하필 과거는 돌아보지 말 것을 권하는 것일까요. ‘돌아봐선 안된다는 이 유명한 금기는 일본뿐만이 아닙니다. 구약성서에는 소돔성을 빠져나오는 롯의 아내가 나옵니다. 소돔이 파괴되던 날, 그녀는 남편과 함께 도시를 떠납니다. 남편의 뒤를 따르다가 그만 뒤를 보지 말라는 신의 명령을 어기고, 소돔에 대한 그리움과 아쉬움 때문에 뒤를 돌아봅니다. 그 순간 그녀는 순식간에 죽음을 맞이하고 소금기둥이 되었습니다. 후에 사람들은 이에 대해 많은 해석을 내립니다. 그녀는 하늘로부터 내려오는 특별한 메시지와 경고를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을 겉으로만 받아들이고 내면에는 과거에 대한 미련에서 벗어나지 못한 완고한 인간의 표상이 되었습니다.

 그리스신화에서 사랑하는 아내를 찾아 지하세계까지 찾아가 아내 에우디리케를 구하는데 성공한 오르페우스에게도 지켜야 할 금기가 주어집니다.

지옥을 빠져 나갈 때까지 절대로 뒤를 봐서는 안된다.’

 지상으로 올라오는 도중 오르페우스는 아내가 잘 올라 오고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이 궁금증을 꼭 참고 지상에 도착하자마자 그만 오르페우스는 뒤를 돌아보고 맙니다. 반쯤 올라 오던 아내는 다시 지하세계로 사라져 버립니다. 오르페우스는 이제 다시는 아내를 만나지 못하게 되는 슬픈 운명에 처하자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합니다.

 그래서 용혜원님의 뒤돌아보지 말라라는 시는 시사적입니다.

  그리움뿐이다

   슬픔뿐이다

    아픔뿐이다

   절망뿐이다

   고독뿐이다 

    돌아갈 수 없는

   그 길을 바라보지 마라.

 사람은 과거를 돌아보는 존재입니다. 그런데 동서양의 많은 금언들은 과거에 얽매이지 말라고 합니다. 회사를 퇴직하고도 최소한 몇 개월 동안은 우리의 의식구조는 여전히 회사에 있던 때와 유사하게 돌아갑니다. 몸은 집 거실에 있으면서 날짜나 시계를 보면서 오늘은 전체 회의가 있는 날이네, 지금쯤 커피 한잔 하면서 한 마디씩 하겠구먼, 하면서 회사 생활이 자꾸 떠오릅니다. 그러다 보면 후배들이 생각이 나고, 나 없이도 잘 하고 있는지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결국 스마트폰을 들어 직접 후배에게 연락을 합니다.

  어찌어찌 식사자리가 마련되고 그들과 대화를 나누게 되는데, 그 자리가 당사자나 후배 모두 이득될 게 있나요? 남아 있는 사람의 근황 물어 보고 퇴직후 할 일없는 일상을 얘기해봐야 어깨에 힘만 빠질 뿐입니다. 퇴직 후 2년이 지났지만 월급도 안 주는데 여전히 회사생각만 하는 사람도 꽤 있습니다. 어리석은 일입니다. 퇴직 후에는 회사에서 가진 인간관계는 상당부분 소멸합니다. 조금이라도 젊을 때 자기자신을 위해 무엇을 할지 여기에 집중해야 합니다. 영원한 현역이란 없습니다. 퇴직 후 새로운 삶을 살려면 과거와의 탯줄을 잘라야 합니다.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하지 못했던 자신을 돌아보고 다음 시즌을 준비해야 합니다.

 인간은 과거지향적인 존재가 아니라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존재입니다. 아무리 어렵고 힘들었던 과거라 하더라도 과거에 묻혀 버리지 말고 매듭을 지으라고 합니다. 과거의 무덤에만 꽃다발을 바치는 사람은 현재와 미래를 과거의 무덤 안으로 끌어들이는 어리석은 존재라는 것이겠지요. 결국 과거에 이룩한 것이 대단한 기록이든, 예상이 어긋나 낭패를 경험했다 하더라도 훌훌 털어 버릴 것은 털어 버려야 합니다. 교훈은 가슴에 간직하고 설혹 아쉬움이 남아 있더라도 뒤돌아 보지 마세요. 지나온 터널을 계속해서 뒤돌아 본다면 되돌이표처럼 지루하게 반복만 계속된 채 한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됩니다. 후회는 집착을 낳고, 집착은 더 많은 후회할 행동을 부르는 법입니다. 집착은 실패를 현상하는 작은 암실입니다.

 요즈음 경제적으로 심리적으로 고통받는 분이 많습니다. 돌아보면 후회스러운 것이 한 두 개가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이미 엎어진 물입니다. 주사위는 던져졌습니다. 교훈은 얻고 소 잃은 외양간은 고치되 과거를 돌아보며 후회해서는 안됩니다. 과거는 과거일 뿐 그것이 오늘과 내일을 위해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세상에서 가장 큰 축복은 과거를 잊고 새로운 삶을 향해 전진하는 용기에 있습니다.

다시 한 번 기억하십시오.

뒤돌아 보지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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