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성지 기자] 미국 이민국의 한국인 구금 사태와 워킹그룹 비자 문제, 한미 관세협상과 정상회담, 반미 정세로 강화되는 북중러의 연대 등 혼란스러운 국제 정세 상황을 책임지며 막중한 역할을 하게 될 주미대사에 내정된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이 미국 정부로부터 아그레망(주재국 부임 동의·agrément)을 받았다.
강 전 외교부 장관이 미국 정부의 외교 동의절차를 마치고 지난 2개월 간 공석이었던 주미대사로 임명된다면 한국 최초의 여성 주미대사가 된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17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간담회에서 '주미대사 아그레망이 늦어지고 있다'는 질문에 "강 대사(내정자)에 대한 아그레망은 나왔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이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미 지난달 강 전 장관을 주미대사로 내정했지만 미국 정부의 아그레망을 한 달 가까이 받지 못했다. 그럼에도 지난 8월 말 이재명 대통령의 첫 방미 일정에 특별 수행원 자격으로 백악관 정상회담을 동행하는 등 외교 행보에 함께 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그레망은 특정 인물을 외교사절로 임명하기 전에 상대국에게 그 인물을 수용할지 여부를 사전에 조회하고 동의를 받는 국제관례상의 절차다. 아그레망이 나왔다는 것은 강 전 장관의 대사 부임에 필요한 외교적 절차가 완료됐다는 의미로, 공식 절차가 마무리 되면 강 내정자는 주미대사로 정식 임명된다.
이르면 오는 23일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제80차 유엔총회 고위급 회기 참석차 방미하는 대통령의 일정에 동행할 것으로 보인다.
주미대사는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한 28대 조현동 대사가 올해 7월12일 임기를 마무리한 후 최근 2개월간 공석상태로 머물러왔다. 주미대사가 공석한 상태에서 한미정상회담과 관세협상과 조지아주 한국인 316명 구금 사태 등의 협상을 이어온 셈이다.
주미대사 자리는 최근 혼란스러운 국제 정세에 대응할 막중한 임무를 맡아야 한다. 관세 협상이 마무리 되지 않은 상태에서 한미 양국 간 조율이 필요한 데다 구금 사태로 촉발된 비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워킹그룹 조성에도 힘을 보태야 한다.
특히 북중러 정상이 중국 전승절 행사에 나란히 참석해 톈안먼 망루에 올라 '반서방 연대'를 과시하는 등 삼각연대 가속화에 따른 한미 또는 한미일 연대 형성에도 핵심 역할을 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 외교부 장관 지내…'트럼프'와 잘 맞는다는 평가
강 내정자는 주UN 대한민국대표부 공사와 UN사무총장 정책특별보좌관 등을 거쳐 문재인 정부에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초대 외교부 장관을 지냈다. 당시에도 대한민국 헌정 사상 최초의 여성 외교부 장관이라는 타이틀이 뒤따랐다.
남북 정상회담 공식 대표단에 참석한 첫 외교부 장관으로, 외교무대에서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는 평을 얻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에선 북핵 문제에도 관여하는 등 외교안보 분야에 있어 폭넓게 활동한 인물이다. 미국과 외교 경험이 풍부하며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에도 익숙해 '트럼프 스타일'에 잘 맞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KBS 아나운서였던 아버지 강찬선 씨의 영향으로 어린 나이에 미국 생활을 경험한 강 내정자는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 1977년 KBS에 입사해 영어방송 PD 겸 아나운서로 활약했다. 이후 미국 매사추세츠 주립대에서 언론학 박사 과정을 마친 뒤 국회의장 국제비서관, 세종대 영문과 조교수, 외교안보연구원 미주연구관 등으로 근무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외환위기 문제로 당시 미국 빌 클린턴 대통령과 통화할 때 동시통역이 뛰어나 '대통령 영어 통역사'로 발탁되기도 했다. 그는 1999년 외교부 장관 보좌관에 임명되며 외교부 역사상 첫 여성 보좌관으로 임명됐다. 이후부터 강 내정자의 발걸음에는 '비(非)고시·여성 최초'라는 기록이 세워졌다.
Copyright ⓒ 폴리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