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박재형 기자] 면세산업이 달라진 관광객 소비 흐름을 되찾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 무비자 정책으로 매출 상승의 주역이던 유커들의 대규모 입국이 예정됐지만, 면세점 매출 상승의 주 요인이던 명품과 화장품 쇼핑 열기가 실속형·체험형 소비로 옮겨감에 따라 성장세가 꺾여버린 탓이다.
이에 대응해 K컬처, 식품, 생활·리빙 굿즈 등 카테고리를 확대하고 체험형 콘텐츠를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다른 오프라인 채널과 비교했을 때 차별성이 뒤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17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 7월 외국인 면세점 구매액이 약 6400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이용객은 약 99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만명가량 증가한 반면, 총 구매액은 1000억원 이상 줄었다.
업계에서는 전체 외국인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유커들의 소비 방식이 달라진 결과라는 분석을 내놨다. 과거 고가 명품 위주의 대량 구매에서 벗어나 K콘텐츠 굿즈 등 면세점에서 찾기 힘든 체험 중심 소비로 이동하면서 객단가가 떨어졌다는 평가다.
이 같은 흐름 속 면세점 명품 위주의 매출 회복에서 나아가 주요 외국인 관광객들의 소비 패턴 변화를 공략하는 것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시즌별 K컬처 이벤트를 기획하고, 판매 품목을 식품과 생활 소품까지 넓히는 작업이 대표적이다.
이는 매대 확장 수순이 아닌 관광객의 체류시간을 늘리면서 동시에 체험형 공간으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이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열풍이 K컬처의 위상을 끌어올리며 면세업계의 변화에도 동력을 보태고 있다.
롯데면세점과 신라, 신세계면세점 등 주요 면세점도 팝업 이벤트나 시즌 행사 등을 통해 K팝 및 K콘텐츠 협업과 주류 시음, 메이크업존 같은 체험 요소를 강화하고 있다.
신라면세점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외국인 관광객이 다국적화되면서 K컬처, K팝 등과 연계한 시즌성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며 “중국 단체 관광객 유입이 본격화될 경우 매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반면 다양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꺾여버린 소비 기조를 회복하기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면세점이 K컬처와 체험형 콘텐츠를 내세우며 채널을 새롭게 바꿔가고 있지만, 이벤트와 굿즈 확대만으로는 다른 오프라인 채널과의 경쟁에서 차별성을 만들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CJ올리브영과 무신사 등은 이미 체험과 이벤트를 적극 활용하고 있어, 면세점만의 독자적인 강점을 끌어내지 못한다면 소비자 유치가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 인해 일부 전문가들은 면세점이 ‘투트랙 전략’을 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면세점의 전통적 강점인 프리미엄 이미지를 유지하면서도 합리적인 가격대의 실속형 상품을 함께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처럼 일부 유커의 고가 쇼핑에 의존하기보다는 다양한 국적의 관광객이 접근할 수 있는 가성비 라인업을 확대해야 안정적인 수요 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단편적 고급 이미지에만 기대는 전략으로는 소비 패턴 변화와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을 버티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한편 유커 유치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중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별도 전략이 필요하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전용 매장과 코너 마련 및 중국어 가능 인력을 배치가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로컬 오프라인 채널보다 높은 투자력을 우위를 점하는 방식이 효과적일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는 향후 동남아 등 다른 국적 관광객에게도 맞춤형으로 확장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허정 서강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유커 유치만을 노린다면 특별 코너 등을 마련할 수 있지만, 이는 로컬 오프라인 채널과 차별성 강화가 반드시 필요한 점을 인식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는 일본, 동남아 등 수요가 높은 국가를 분석해 ‘제 2의 유커’를 발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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