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최근 내부 검토를 거쳐 경북 포항제철소 내 2파이넥스 공장을 연말까지 운영한 뒤 폐쇄하고 가동 중지(종풍·終風)하기로 했다. 포스코 측은 “철강경기 침체 등 구조적 위기상황에 대응해 다양한 경쟁력 강화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현재 구체적으로 확정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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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넥스(FINEX)는 포스코가 자체 개발한 혁신 제철 공법으로 그 상징성과 의미가 크다. 기존 용광로 공법은 부스러기 형태의 철광석과 유연탄을 덩어리로 만들어 주는 소결 공정과 코크스 공정을 각각 거쳐야 했으나 파이넥스는 이 두 공정을 없애 생산 비용과 환경오염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파이넥스는 가루 형태의 철광석을 유동환원로에 투입해 환원철(DRI)을 만든 뒤 이를 용융로에 넣어 쇳물(용강)을 생산한다.
이 기술은 철강산업의 오랜 생산 체계였던 고로 중심의 쇳물 생산 패러다임을 뒤흔든 혁신 기술로 주목받았다. 특히 국제사회가 탄소중립을 강조하기 전부터 포스코가 선제적으로 탄소 감축형 기술을 개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포스코의 파이넥스 여정은 1995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같은 해 연산 60만톤(t) 규모의 1파이넥스를 시험생산(데모플랜트) 체제로 가동했고 이후 축적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2007년 연산 150만t 규모의 2파이넥스를 준공하며 상용화에 성공했다. 2014년에는 연산 200만t 규모의 3파이넥스까지 완공하며 친환경 제철 생산 체계를 확대했다. 이 중 1파이넥스는 2014년 종풍 후 2015년 인도 메스코스틸에 설비를 이설 판매했다.
포스코가 2파이넥스 가동 중단을 결정한 것은 최근 몇 년간 중국발 저가 철강재 공세와 글로벌 경기 둔화로 철강 업황이 크게 악화했기 때문이다. 포스코 내부에선 파이넥스의 높은 유지 관리 비용과 상대적으로 작은 설비 규모가 수익성에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포스코그룹은 지난해 장인화 회장 취임 이후 철강 부문에서 매년 1조원 이상의 원가 절감을 하겠다는 목표로 고강도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에는 포항 1제강·1선재공장의 문을 닫기도 했다.
포스코는 2파이넥스 생산 물량을 고로와 전기로로 분산해 대응할 방침이다. 설비는 추후 매각, 재활용 등 활용 방안 검토에 나선다. 익명을 요구한 철강업계 한 전문가는 “포스코가 2파이넥스 폐쇄를 결정한 것은 비용 절감과 동시에 수소환원제철 등 차세대 친환경 기술 전환을 위한 부지와 투자 여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결정으로 볼 수 있다”며 “현 시점에서 파이넥스는 수소환원제철 이전 과도기적 기술 성격이 강하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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