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노규민 기자] 박찬욱 감독 신작 '어쩔수가없다'가 부산에서 최초로 공개됐다. 박 감독의 독보적인 미장센과 예측불가한 상황에서의 코미디가 이병헌, 손예진, 이성민, 박희순, 염혜란의 압도적인 연기와 만났다. 곱씹을수록 맛있는 139분짜리 '블랙코미디'가 빚어졌다.
17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중극장에서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어쩔수가없다' 기자 시사 및 간담회가 열렸다. 배우 이병헌, 손예진, 이성민, 박희순, 염혜란과 박찬욱 감독, 박가언 수석 프로그래머가 참석했다.
박찬욱 감독이 '헤어질 결심'(2022) 이후 3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 '어쩔수가없다'는 '다 이루었다'고 느낄 만큼 삶이 만족스러웠던 회사원 '만수'(이병헌)가 덜컥 해고된 후, 아내와 두 자식을 지키기 위해, 어렵게 장만한 집을 지켜내기 위해, 재취업을 향한 자신만의 전쟁을 준비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날 박찬욱 감독은 "오랫동안 준비해 온 작품이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선보이게 돼 감개무량하다"고 밝혔다. 이어 "부산영화제가 30주년을 맞았다. 오랫동안 영화제가 이어온 가운데 제 작품을 개막작으로 선보인 건 처음이라 설렌다"라며 "떨리는 마음을 갖고 개막식에 참석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병헌은 "제가 촬영한 작품 중 이렇게 기대하고 기다렸던 작품이 있었나 싶다"라며 "저 또한 출연작을 부산영화제 개막작으로 선보이는 것은 처음이다. 너무 기대되고 떨린다"라고 전했다. 계속해서 손예진도 "제가 나온 영화를 개막작으로 볼 수 있게 돼 영광스럽다. 정말 행복하다"라며 "관객들이 어떻게 반응할 지, 너무 기대된다. 오늘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고 했다.
또 박희순은 "아름다운 도시, 아름다운 작품에서 아름답지 못한 추한 모습을 보이게 됐다. 그러나 어쩔수가없다. 감독님께서 '선출' 역으로 '선출' 해 주셔서 최선을 다했다"고 센스있게 말했다.
박찬욱 감독은 "관객들은 '어쩔수가없다'를 보면서 자신의 삶과 직업을 먼저 떠올릴 것이다. 저는 원작 소설을 읽으면서 '영화'를 떠올렸다. 일반 사람들은 영화를 2시간짜리 오락거리라고만 생각하실 수 있다. 하지만 그 일에 온갖 정성을 다 쏟아붓고 인생을 통째로 거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게 이입하니까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알 것 같더라"라며 "영화 업계가 어렵고 다른 나라보다 팬데믹 상황에서 회복이 더디지만 영영 이상태로 머물진 않을 것이다. '어쩔수가없다'가 침체의 늪에서 영화가 빠져 나오는데 역할을 할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이어 이병헌도 "베니스, 토론토 영화제에서 그런 질문을 많이 받았다. 극 중에서는 제조업이지만 우리 (영화)업계에 대한 위기감을 이야기 하시더라. 사라져 가는 종이의 쓰임, 제조업의 어려움처럼 영화도 어려움이 있다. 그 중 가장 큰 어려움은 극장인 것 같다. 극장이라는 곳이 이 어려움을 탈피해서 또 다시 관객에게 사랑받을 수 있길, 모든 영화인들이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AI와 관련해서도 후반부에 문제제기를 하지 않나. 아직 직접 피부로 느끼지 못하지만 배우들, 그 외의 영화인들에게도 위협이 될 수 있는 요소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손예진 또한 어려워진 영화계와 관련해 "7년만에 스크린에서 인사드리게 됐다. '앞으로 자주, 오랫동안 영화를 찍을 수 있을까' 늘 그런 불안함이 있다. 영화 현실이 너무 안 좋아졌는데 7년 만에 출연한 것도 의미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박찬욱 감독과 같은 분이 작품을 많이 만드셔야 한다고 생각한다. 영화계가 조금 더 나아질 수 있는 방향으로 갈 수 있게끔 저 또한 제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병헌은 "박찬욱 감독과의 오랜만의 작업, 그거 하나로 신나고 설렜다. 이번엔 또 얼마나 재밌게 작업할까 기대됐다"라며 "제가 맡은 캐릭터 '만수'가 개성이 강하거나 특별하진 않다. 흔히 볼 수 있는 인물인데, 극단적인 결정을 내리고 점점 그걸 실행해 가면서 변해가는 과정을 보여 드리는 것이 중요했다. 모든 극단적인 상황을 진짜 평범한 사람이 어떻게 행하고, 어떻게 받아들일 지에 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이병헌과 부부로 호흡을 맞춘 손예진은 "영화에서 가장 현실적인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정말 엄마처럼, 아내처럼 보이려고 노력했다. 일상 생활에서 과장되지 않게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보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워낙 이야기가 가진 극적인 상황이 많지만 '미리'가 어떤 생각으로 그 과정을 지켜볼까에 집중해서 연기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이병헌은 "영화를 지금까지 세 번정도 본 것 같다. 2번, 3번 볼 때마다 달랐다. 다시 보면서 감독님이 의도한 마장센과 그때 왜 그런 주문을 하셨는지 깨닫게 되더라. 극장의 큰 화면으로 감독님이 담아낸 디테일을 다 보셔야 한다"라며 "다른 모든 영화가 마찬가지지만 극장에서 봐야할 이유가 분명하다. 내년, 내후년 추석 특집 때 TV로 보지 말고 따뜻할 때 스크린에서 보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손예진은 "영화를 두 번 봤다. 처음 보면 감독님의 미장센, 이병헌 선배의 압도적인 연기가 보인다. 그리고 두 번 보면 제가 조금 더 잘 보일 것"이라며 "세 번 보면 이성민, 박희순, 염혜란 선배 연기가 더 보일 것이다. 극장에서 적어도 두 번 이상은 보시길 바란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오는 24일 개봉.
뉴스컬처 노규민 presskm@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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