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김유진 기자 | 홈플러스 유동화전자단기사채(ABSTB) 피해자들이 1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있는 하나증권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선가지급금 지급을 요구했다. 판매 증권사 중 가장 많은 규모를 취급한 하나증권을 시작으로, 신영·NH투자증권 등 다른 증권사들까지 집회를 이어갈 계획이다.
홈플러스 물품구매전단채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이하 전단채 비대위)가 주최한 이날 집회에서 이들은 "하나증권은 홈플러스 유동화전단채 피해자들에게 즉각 선가지급금을 지급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홈플러스는 지난 3월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가면서 개인 투자자들이 투자한 약 1조원 규모의 ABSTB 상환이 불투명해졌다. 하나증권은 약 2199억 원 규모를 개인 투자자에게 판매해 유통 증권사 중 최대 비중을 차지한다.
이의환 위원장은 "피해자 대부분이 1억에서 3억사이의 평생 모은 노후자금, 은퇴자금, 주택구입자금, 자녀 결혼자금, 암 치료자금 등 긴급한 가계자금을 투자했다"며 "중소기업들은 3개월짜리 단기채권에 단기 유동성 자금을 투자했는데 지금 8개월째 묶여있어 회사가 파산할 지경"이라고 호소했다.
전단채 비대위는 지난달 금융감독원에 비조치의견서 발급을 요청했고, 금감원은 지난 12일 "증권사가 사적 화해 수단으로 손실을 보상하는 것은 불건전 영업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이는 증권사가 자율적으로 피해자에게 선가지급금을 지급해도 법적 제재를 받지 않는다는 의미다.
선가지급금은 손실 규모가 최종 확정되기 전에 추정 손실 범위 내에서 미리 지급하는 보상금으로, 피해자들의 당장 급한 유동성 위기를 해소하는 성격의 임시 조치다.
이 위원장은 "이미 2020년 라임·옵티머스 사모펀드 사태 때도 금감원이 같은 유권해석을 내렸고, 각 증권사와 은행들이 평균 40~50% 정도의 선가지급금으로 피해자들의 어려운 사정을 해결해준 바 있다"며 "이번에도 하나증권이 피해자들의 유동성 회복을 위해 선가지급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바로 옆 한국투자증권이 지난해 사모펀드 불완전 판매 책임으로 1684억 원을 전액 100% 배상한 사례가 있다"며 "하나증권 같은 큰 회사가 피해자들의 어려운 사정을 외면하는 것은 비도덕적"이라고 비판했다.
전단채 비대위는 하나증권이 이번 집회 이후에도 적절한 답변을 하지 않으면 지속적으로 규탄 집회를 이어가겠다고 경고했다. 이 위원장은 "그동안 홈플러스가 원인 제공자라고 생각해 증권사들을 공격하지 않았지만, 시간이 너무 많이 흘러갔다"며 "하나증권이 대한민국 최고의 금융사가 되려 한다면 고객들의 어려운 사정을 빨리 해결하고 조기에 피해 회복에 나서는 것이 기본 책무"라고 강조했다.
한편 하나증권은 홈플러스에 1500억 원 규모의 부동산 담보대출을 제공한 상태로, 담보권 확보와 후순위 채권 판매를 동시에 진행한 구조적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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