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오민선 기자] 건강과 질병 등 민감 개인정보를 취급하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개인정보 무단열람‧유출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불안이 커지고 있다. 특히 직원의 사적 호기심을 충족키 위한 무단열람‧공유 사례가 적발되면서 2차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지난달 24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는 ‘질병 휴직 진단서 정보 유출’이라는 제목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 직원으로 추정되는 익명의 글이 게시됐다.
게시글은 “우리 공단은 원래 질병 휴직 한번 쓰면 진단서 내용 공유된다” “개인정보가 사내 메신저로 퍼지고 회사 자체가 직원 개인정보가 민감정보라는 인식이 없는 편” “개인정보 접근 권한이 있는 직원이 다른 직원 개인정보를 폰으로 캡처하거나 엑셀로 저장해 놓는다”는 내용을 담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익명 게시판에서 게시된 내용이라 사실 여부가 확실하지 않다”는 해명을 내놨지만 지속 발생한 개인정보유출이 관리부실 의혹을 키우고 있다.
안상훈 국민의힘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개인정보 유출 및 공유로 징계를 받은 직원은 최근 3년간 급격하게 증가했다. 2022년에는 4건, 2023년에는 3건, 2024년에는 8건, 2025년에는 13건이 발생했다.
업무상 단순 실수나 착오로 개인정보를 유출하면 주로 경징계 처분을 받았고, 사적 호기심에 개인정보 열람 권한을 남용한 경우는 중징계 처분을 받았다. 중징계 대상자는 가족, 애인과 동료 직원, 전 배우자 등 주변 지인의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열람하거나, 지인 요청에 개인정보를 열람하고 공유했다.
가장 최근 중징계 받은 사례는 업무 목적과 무관하게 국민건강보험공단 직원 명부를 조회하고, 여동생 직장의 보험료 부과 내역과 여동생 직장에 근무하는 직원의 건강보험 자격까지 조회한 사례다.
지난해 동료 직원과 직원의 자녀, 직원 부친의 건강보험 자격 정보, 주소 등을 호기심으로 조회하고도 경징계를 받고 끝난 사례도 있었다.
문제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관리하는 개인정보가 민감정보에 속하는 까닭이다. 개인의 병력, 가족관계, 치료 이력 등을 담고 있어 금융정보보다 민감하다. 한 번 유출되면 사회적 낙인, 취업과 보험 가입 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
더욱이 국민건강보험공단 직원의 개인정보 무단열람으로 인한 사회적으로 파장도 우려되고 있다. 지난 2021년 흥신소가 불법 제공한 개인정보가 악용돼 살해 사건으로 이어지는 참극이 벌어졌다. 수원시 계약직 공무원의 개인정보 조회 권한 남용과 유출이 원인이다.
직원의 일탈 행위를 넘어 국민건강보험공단 시스템 관리 체계도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 1일 국민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 포털에서는 장기요양기관 수급자 및 종사자 182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시스템 오류가 발생하면서 장기요양기관 관계자가 타기관 수급자 명단을 확인한 사건으로 해당 기관 관계자는 타기관 수급자 182명의 이름과 전화번호, 생년월일 등을 열람할 수 있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개인정보 관련 교육을 한 달에 한 번 실시하고, 본인 정보 열람 시 소명 절차를 두고 있으나, 일각에선 반복 열람만을 감시할 뿐 즉각적인 적발이 어렵다는 불만도 제기된다.
AI 도입을 통한 자동 감시체계 구축을 추진 중이지만 시스템적 완성도가 부족해 여전히 직원 개인 윤리의식에 의존한다.
한편, 안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국민의 개인정보가 사적인 이유로 유출되는 현실은 매우 충격적인 일이다. 개인정보 열람 방식에 대한 시스템적 보완책과 강력한 방안이 필요하다. 국민의 민감정보가 무단으로 노출되지 않도록 법적ㆍ제도적 대응을 포함한 모든 방안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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