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김건희특검이 17일 통일교 한학자 총재를 소환해 '정교유착' 의혹 관련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 새벽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통일교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에 청탁을 하고 대가를 제공했다는 혐의가 어느 정도 소명된 만큼 특검의 수사에 탄력이 붙게 됐다.
해병 특검은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처음으로 소환해 조사 중이다. 이날은 호주 대사 임명 후 출국금지가 해제된 것과 관련해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 중이며 추후 수사외압 의혹에 대하여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예정이다.
내란 특검은 일찌감치 주요 혐의자들의 신병을 확보했으나 핵심 피의자들이 결정적인 증언을 하지 않음에 따라 '플리바게닝' 제도를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통일교 청탁 의혹' 한학자 총재, 김건희 특검 출석…첫 소환조사
교단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하고 김건희씨에게 금품을 건넸다는 의혹을 받는 한학자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 총재가 17일 특검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했다.
한 총재는 이날 오전 9시 46분께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 마련된 특검팀 사무실에 모습을 드러냈다.
베이지색 카디건을 입은 한 총재는 거동이 불편한 듯 동행자의 부축을 받으며 건물에 입장했다.
그는 "권성동 의원에게 1억원을 전달한 게 맞나", "김건희 여사에게 목걸이와 가방을 전달하라고 지시했나" 등 취재진 질문에는 "나중에 들으세요"라며 즉답을 하지 않았다.
3차례 출석하지 않고 이날 출석한 이유에 관한 질의에는 "내가 아파서 그랬어요. 수술받고 아파서 그래요"라고 말했다.
한 총재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을 통해 2022년 1월 권성동 의원에게 윤석열 정부의 통일교 지원을 요청하며 정치자금 1억원을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같은 해 4∼7월에는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김건희씨에게 고가 목걸이와 샤넬백을 건네며 교단 현안을 청탁한 데 관여한 혐의도 있다.
특검이 제출한 윤 전 본부장의 공소장에 따르면 윤 전 본부장의 청탁과 금품 전달 행위 뒤에 한 총재의 승인이 있었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한, 권 의원이 지난 2022년 3월 22일 윤 전 대통령 당선 후 윤 전 본부장을 인수위 사무실로 데려가 당선인 신분이던 윤 전 대통령과 면담하게 했다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만남에서 윤 전 본부장이 제5 유엔(UN) 사무국 설치나 국가공적개발원조(ODA) 예산에서 아프리카 행사 비용을 지원해 달라는 청탁을 전했는데, 윤 전 대통령이 '재임 기간에 이룰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로 답했다고 한다.
특검은 또 권 의원이 지난 2022년 10월 3일 한 총재와 정원주 전 총재 비서실장 등 통일교 간부들의 원정도박 의혹 사건 수사 정보를 윤 전 본부장에게 흘린 것으로도 의심하고 있다.
아울러 특검은 통일교가 지난 2022년 20대 대선에서 국민의힘에 쪼개기 후원을 하는 등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당선을 지원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듬해 3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친윤 의원들의 당권 획득을 돕기 위해 교인들을 조직적으로 당원으로 가입시켰는지도 수사하고 있다.
먼저 재판에 넘겨진 윤 전 본부장과 전씨, 김씨의 공소장에는 한 총재가 '정교일치' 이념을 실현하기 위해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접근했다고 적시됐다.
특히 윤 전 본부장의 공소장에는 청탁과 금품 전달 행위 뒤에 한 총재의 승인이 있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대해 한 총재와 통일교 측은 청탁과 금품 제공 행위가 윤 전 본부장 개인의 일탈일 뿐 교단 차원의 개입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김건희 공천개입 의혹' 김상민 전 검사 구속 심사
김건희씨의 공천개입 의혹에 연루된 김상민 전 검사에 대한 구속 심사도 진행되고 있다.
박정호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2시30분부터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김 전 검사에 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 중이다.
김건희 특검팀은 김건희 씨가 국민의힘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다. 명태균씨는 김 씨가 조국 수사 때 고생을 많이 했다며 김 전 검사를 챙겨주라는 취지로 이야기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김 씨는 특검 조사에서 김 전 검사만 특별하게 생각할 이유가 없다고 진술했다. 그의 공천을 명씨에게 따로 부탁할 이유가 없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김 전 검사는 당시 공천에서 탈락한 후 국가정보원 법률 특보로 임명됐다.
특검은 김 씨의 오빠 김진우씨 장모 주거지를 압수수색 하며 발견한 이우환 화백의 고가 그림 구매자가 김 전 검사라는 정황을 포착했다. 김 전 검사가 그림을 김 씨에게 선물하고 공천을 받으려고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특검의 주장이다.
이날 구속 심사에서는 김 전 검사의 그림 구매 자금 출처를 두고 양측이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이종섭 해병특검 첫 출석 '도피성 출국' 조사
채상병 사건 외압·은폐 의혹을 수사하는 순직해병 특검팀은 사건 당시 국방부 최고 책임자였던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17일 처음 소환했다.
이 전 장관은 이날 오전 9시 57분께 특검에 출석하며 "오늘부터 시작되는 특검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며 "그간 여러 기회를 통해 저의 입장이나 사실관계를 충분히 밝혀왔다. 그런 내용이 바뀐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노공 전 법무부 차관에게 출국금지 해제 요청서 양식을 부탁한 이유'에 대한 질문에 "출금 해제 문제는 너무 어이없는 것이기 때문에 따로 말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 전 장관은 이날 '호주 도피성 출국' 의혹의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는다.
범인도피죄는 범인을 숨겨주거나 도피하도록 도운 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어 도피 당사자인 이 전 장관은 참고인 신분이 된다.
특검팀은 이 전 장관을 상대로 주 호주대사 임명부터 출국·귀국·사임 등 과정 전반에 대해 캐물을 예정이다.
2023년 7월 채상병 순직 당시 국방에 대한 사무를 관장한 이 전 장관은 수사외압 의혹의 핵심 피의자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선상에 올라 출국금지 조처가 내려졌다.
그러다 작년 3월 4일 호주대사로 전격 임명됐고 그로부터 나흘 뒤인 3월 8일에 출국금지가 해제돼 출국했다.
여론이 급격히 악화하자 방산 협력 공관장회의에 참석한다는 명분으로 11일 만에 귀국해 호주대사직에서 사임했다.
특검팀은 오는 23일 오전 10시에는 수사외압 의혹과 관련해 이 전 장관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할 예정이다.
이 전 장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통화 직후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 결재를 번복한 사실이 드러나 일찌감치 'VIP 격노설'과 수사외압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키맨'으로 지목돼왔다.
지난 7월 특검팀에 의견서를 통해 'VIP 격노' 회의 직후 윤 전 대통령에게 채상병 사건 관련 전화를 받은 사실을 시인했다. 수사 외압의 시작점으로 지목됐던 대통령실 명의 유선전화인 '02-800-7070' 발신자가 윤 전 대통령이라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특검팀은 이 전 장관 소환에 앞서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세 차례 불러 채상병 사건에 대한 초동 수사 기록의 이첩 보류와 기록 회수 과정에서 대통령실과 논의했는지 등을 파악했다.
이 전 장관에 대한 피의자 조사도 최소 3번 이상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조사를 마치면 수사외압 의혹과 관련한 특검팀 수사가 본격적으로 윤 전 대통령을 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내란특검, 여인형·노상원에 '플리바게닝' 제안하며 수사 돌파구 모색
12·3 불법 계엄 관련 내란·외환 사건을 수사하는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은 구속 상태에 있는 피의자들로부터 핵심 증언을 이끌어 내기 위해 '플리바게닝'(사법협조자 형벌 감면 제도)을 적극 활용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국회는 특검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수사 대상이 자수·고발·증언할 경우 형을 감면해주는 플리바게닝 조항을 신설했다. 내란·외환 사건의 진상을 알고 있는 핵심 인물로부터 수사에 도움이 될 만한 결정적인 진술을 받아내는 데 다소 어려움을 겪어왔는데 플리바게닝 조항을 이용해 내란·외환 사건 진상을 밝힐 핵심 진술을 받아낼 수 있다는 관측이다.
특검이 플리바게닝을 제안한 대상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과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으로 알려졌다.
지난 9일 특검은 여 전 사령관을 불러 조사하면서 형 감면 등을 내걸고 수사에 협조해달라고 제안했다.
특검은 여 전 사령관이 계엄 모의 과정에서 계엄에 반대했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관련자 진술 등을 제시하며 "계엄에 반대했으니 불법 계엄 관련 사건의 진상을 밝힐 수 있는 사실을 적극 진술해달라"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 전 사령관은 평양 무인기 작전, 해양경찰청의 내란 가담 의혹,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처음 언급한 시점 중 하나로 지목된 지난해 3월 삼청동 안가 회동 등 여러 사건에 연루되어 있다. 특검은 사건에 따라 피의자이기도 하고 참고인이기도 한 여 전 사령관으로부터 확보할 만한 진술이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같은 취지로 지난 14일 노 전 사령관을 불러 조사하는 과정에서도 당시 국회를 통과한 특검법 개정안 조항을 제시하며 그에게 적극적인 진술을 권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노 전 사령관이 수첩 내용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 상황에서 플리바게닝 조항이 그의 진술을 얻어낼 카드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의 계엄 목적을 규명하는 '내란의 출발점' 찾기 작업에서도 노 전 사령관 수첩의 작성 시기·경위를 밝혀내는 게 중요한 과제라고 본다.
한편 내란특검은 조선일보 사설에 게재된 내용이 허위 사실이라며 엄정 대응을 경고했다.
박지영 특검보는 17일 정례 브리핑에서 "특검은 수사 관련 내외 평가에 대해 충분히 경청하고 있다"며 "그러나 허위 사실로 특검이 정치적 행보를 하는 것처럼 왜곡하는 것에 대해선 엄정이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특검보는 "기본적으로 내란특검은 강제수사를 최소화하며 절제된 수사를 해 왔다"며 "그런데 유력 신문 사설에서 내란특검이 교회를 압수수색했다는 허위 사실을 적시해, 비방하는 글을 쓴 건 너무나 악의적이고 비열한 작태"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사설을 쓰는 언론인이 내란특검이 교회 압수수색을 한 사실이 없다는 것을 몰랐다면 이는 언론인의 자격도 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앞서 조선일보는 이날 '계엄 피해자 한동훈 법정 세운다는 건 정치 보복'이라는 제하의 사설에 "내란특검은 그동안 한덕수 전 국무총리 구속영장 기각, 교회와 오산 공군기지 압수수색 등에서 무리한 수사를 한다는 지적을 받았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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