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석주원 기자 | 구글이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애플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시가총액 3조달러를 돌파했다. 지난 15일(현지시간) 구글 모기업 알파벳의 주가가 4.3% 급등하며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지난 2일 워싱턴 D.C. 연방법원이 반독점 소송에서 구글의 손을 들어준 이후 알파벳의 주가는 상승 가도를 달리며 이달에만 19%가 올랐다. 반독점 소송 판결 이후 씨티그룹은 알파벳의 목표주가를 280달러, JP모건은 260달러로 상향했지만 대부분의 증권사는 그 이하로 제시했는데 알파벳의 주가는 벌써 252달러를 돌파했다.
지난 2020년 10월 미국 법무부는 구글이 온라인 검색 시장에서 불법적인 수단으로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웹브라우저 ‘크롬’을 매각해야 한다는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8월 1심에서는 미국 법무부가 승리를 거뒀지만 지난 2일 항소심에서는 판결이 뒤집히면서 크롬을 매각하지 않아도 된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번 사건을 담당한 아미트 메흐타 판사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이 등장하면서 기존 검색 시장의 구도가 흔들리고 있으며 AI 검색 서비스가 대체재로 확산됐기 때문에 구글이 크롬을 매각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이 판결 직후 알파벳의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8% 이상 급등했으며 이후에도 상승세가 이어지며 마침내 시가총액 3조달러라는 새로운 역사를 썼다.
구글의 AI 플랫폼 제미나이(Gemini)가 시장에서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투자 심리를 자극했다. 지난 5월 구글 개발자 컨퍼런스인 구글I/O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제미나이 앱의 월간 활성 사용자는 4억명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제미나이 앱이 9월 둘째 주 미국 애플 앱스토어에서 무료 앱 1위를 기록하며 챗GPT와 퍼플렉시티를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는 소식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북미 지역에서는 제미나이의 사용률이 전체 생성형 AI 도구 세션의 37%를 차지하며 오픈AI의 챗GPT에 대한 강력한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자체 클라우드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도 구글 AI 사업의 강점이다. 구글의 주력 사업 중 하나인 구글 클라우드의 2분기 매출은 136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2% 증가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를 상회하는 성과로 AI 인프라와 생성형 AI 솔루션에 대한 기업 수요 급증이 반영된 결과 풀이된다.
구글 클라우드는 현재 1060억달러 규모의 백로그를 보유하고 있으며 2억5000만 달러 이상의 대규모 계약 건수가 크게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시장조사기업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에서 구글의 점유율은 13%로 3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아마존 웹 서비스(30%)와 마이크로소프트 애저(20%)에 이어 견고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오라클이 오픈AI와 5년 동안 클라우드 서비스 공급 계약을 맺으며 주가가 폭발적으로 상승한 사례처럼 AI 시대에 클라우드는 필수적인 인프라로 꼽힌다. 구글은 자체 AI 모델 제미나이와 클라우드 인프라까지 보유하고 있어 AI 개발과 서비스 경쟁에서 우위에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 세계 시장 점유율 90%에 이르는 구글 검색엔진 역시 AI 서비스의 강력한 도구가 되고 있다. 최근 검색 시장은 기존의 키워드 중심에서 벗어나 AI를 통한 대화형 서비스로 전환되고 있다. 구글은 이미 검색엔진에 AI 제미나이를 결합한 서비스를 제공해 이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구글은 향후 AI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알파벳은 올해 전체 자본 지출 계획을 당초 750억달러에서 850억달러로 상향 조정했는데 이는 AI 인프라, 데이터센터, 서버 등에 대한 대규모 투자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선다 피차이 알파벳 CEO는 “AI가 사업의 모든 부문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며 강력한 모멘텀을 견인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구글의 규제 리스크는 아직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이번 미국 내 반독점 재판에서 일부 패소한 데이터 공개 등과 관련해 구글은 항소의 뜻을 밝혔고 법무부도 크롬 매각과 관련해 항소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
지난 5일(현지시간)에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구글에 대해 광고 기술(AdTech)을 남용했다는 이유로 29억5000만유로(약 4.8조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올해 3월에는 구글이 유럽연합의 디지털시장법을 위반했다는 예비 결론이 발표됐는데 이 의견이 그대로 유지될 경우 구글은 연간 글로벌 매출의 10%를 벌금으로 납부해야 할 수도 있다.
유렵연합의 구글에 대한 벌금 부과가 발표된 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의 혁신적인 기업들에 대한 이런 일이 계속된다면 이들 납세 기업에 부과된 불공정한 처벌을 무효화하기 위해 섹션 301 절차를 시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섹션 301은 미국에 불이익을 주는 외국에 대해 보복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무역법 조항을 가르킨다.
이런 규제 리스크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도 미국 증권가는 일제히 긍정 신호를 보내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 54명 중 40명이 적극 매수, 5명이 매수, 9명이 유지 의견을 냈다.
알파벳의 목표주가를 280달러로 상향한 시티그룹 로날드 조시 애널리스트는 “구글의 제품 개발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데 이는 부분적으로 메흐타 판사의 판결이 구글에 보다 명확한 운영 가이드라인을 제공했기 때문”이라며 “제미나이 도구, 기능, 통합 및 도입이 구글의 제품 생태계에서 계속 확장되고 있으며 구글의 규모가 본질적인 이점을 제공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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