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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4번… 국토부, 철도운영사에 대책 마련 권고 반복
17일 이데일리가 입수한 국토교통부의 요청문에 따르면 국토부는 지난 1일 서울지하철 2호선 합정역에서 배터리 화재가 발생한 다음 날 코레일과 서울교통공사 등 철도운영사에 철도 내 화재에 대비해 PM를 포함한 보조배터리의 반입을 최소화하도록 조치할 것을 권고했다.
해당 문서에서 국토부는 “소형 리튬배터리(전력용량 1kWh)를 장착한 PM 배터리 화재실험 결과에 따르면 철도 내에서 배터리 화재 발생 시 소화기 등으로 초기 진화가 곤란해 인명·재산상 큰 피해가 우려된다”며 “각 철도운영사별 여건·터널 유무, 시설의 대심도 수준 등에 기반한 위험도를 분석하고 여객운송약관 개정, 철도 이용객 안내 등을 통해 PM 또는 보조배터리의 반입을 최소화하도록 조치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앞서 행정안전부에서도 위험성을 강하게 알리는 보고서를 냈고 우리로 배터리별로 위험도를 파악하기 위해 용역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며 “지난해에도 7~8번 정도 간접 권고를 했지만 직접 권고문을 보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가 이 같은 조치에 나선 이유는 리튬배터리 화재가 위험 수준이라고 판단해서다. 승객이 소지하고 있던 전기 오토바이 배터리에서 불이 나 시민 100여명이 대피한 합정역 사고를 비롯해 올해 3월과 8월에도 각각 보조배터리에서 연기가 발생해 승객들이 대피하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지난해 8월엔 부산에서 승객이 들고 탄 전동휠에서 연기가 나며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앞서 영국 런던에서는 2021년 11월 지하철에서 전동킥보드 화재가 발생한 이후 전동킥보드와 전동휠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대중교통의 이용 및 출입을 금지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와 마드리드도 해당 장치의 출입을 막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전동킥보드 등 리튬배터리에 대한 반입 규정이 마땅치 않은 실정이다. 서울도시철도(1~8호선)는 물품의 크기와 중량에 따라 휴대물품을 제한하고 KTX 등 고속철도는 통행에 방해를 일으키는 물품의 반입을 제한하고 있는데 전동킥보드나 전동휠의 반입 제한을 명시한 규정이 있는 곳은 SRT뿐이다.
◇뒤늦게 대책 나왔지만 모두 임시방편…“화재 교육과 반입 제한 필요”
철도운영사들은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코레일은 리튬 배터리 휴대를 막을 수 있는 약관 개정을 검토하는 것과 동시에 역무실에 화재를 막을 질식소화포 등을 비치해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교통공사 역시 약관 개정을 검토하고 있고 방염백과 방염장갑, 소방용 집게, 냉각수조 등 안전용품을 구매·비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철도운영사들의 화재 대책 효용성에 회의적이다. 함승희 서울시립대 방재공학과 교수는 “질식소화덮개를 객차에 둔다고 해도 폭발적인 연소 때문에 장비를 꺼내기조차 힘들 수 있다”며 “연기만 나올 때는 화염이나 가열된 파편의 피해를 줄일 수 있지만 기관사 개인에게 이 일을 맡기긴 어려울 것”이라고 짚었다. 실제 20년 넘게 서울에서 지하철을 운행하고 있는 윤모씨는 “마지막 칸에서 불이 난다고 하면 혼자서 운전하면서 승객들에게 안내방송을 하고 160m를 이동해야 하는데 2분은 걸린다”며 “장비만 둘 일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규정의 개정과 안전교육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함 교수는 “고용량 배터리는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시설에 반입을 금지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며 “전동킥보드 등을 반입했을 때 승객이 신고하면 하차하도록 유도하는 등 안전조치와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수영 국립소방연구원 화재분석팀장은 “화재 장비를 잘 다룰 수 있도록 반복적인 교육과 훈련이 중요하다”며 “승객들에 대해서도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리는 표지판이나 안내문이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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