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의 무법자' 전동킥보드…"전용 면허·주차 대책 시급"

[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각종 안전사고와 무단방치로 도로 위 골칫거리로 전락한 전동킥보드 문제 해결을 위해 전용 면허 도입과 주차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개인형 이동장치(PM) 기본법 제정 공청회’에서 신희철 한국교통연구원 부원장은 “현재 PM 탑승을 위해 취득해야 하는 원동기장치자전거 운전면허는 실제 도로 주행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PM의 올바른 주행 방법을 교육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공유킥보드를 이용하려면 만 16세 이상에 원동기 이상 운전면허를 소지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면허 인증 절차가 사실상 없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기존 면허 인증을 강화하기보다 PM 전용 면허를 신설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박신형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PM은 오토바이 수준의 운전 능력을 요구하지 않는다”며 “자전거보다 과도한 규제가 적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안전교육을 강화하고 필요할 경우 기본 소양 인증 방식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국회 의원회관에서 17일 ‘개인형 이동장치 기본법 제정 공청회’를 개최했다. (사진=복기왕 의원실 제공)

불법주차와 무단방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주차 방안도 논의됐다. 신 부원장은 “도심 혼잡 지역은 보행자 통행 불편을 막기 위해 도킹 스테이션을 설치하고, 외곽 지역은 대중교통 접근성이 떨어지므로 자유주차(Free Floating) 방식으로 운영해야 한다”며 혼합형 주차 방식을 제시했다.

다만, 주차공간 확보에 따른 PM업체의 부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정구성 한국PM산업협회 변호사는 “도크 설치를 위해서는 도로 점용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쉽지 않고, 허가를 받더라도 점용료가 과도하다”며 “광화문의 경우 1㎡당 연간 도로점용료가 6000만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킥보드는 도로교통법상 인도 주차가 불가능하다”며 “서비스 활성화를 위해 새로운 주차 방식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배성호 국토교통부 모빌리티자동차국 모빌리티총괄과장은 “전동킥보드 주된 이용층이 청소년이라는 점에서 원동기 이상 운전면허 소지는 적절치 않은 것 같다”면서 “별도 면허와 안전 교육에 초점을 맞춰서 경찰청과 협의를 해보겠다”고 했다. 이어 주차공간 확보 문제와 관련해서 “화성시에서 지정 구역 반납 제도를 운영 중인데 한달 정도 됐는데 반응이 괜찮았다”면서 “수요가 있는 곳에 주차 구역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참석한 전문가들은 PM이 기존 대중교통의 공급 한계를 보완하는 새로운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는 만큼, 과도한 규제보다 안전하고 효율적 이용을 위한 법적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또한 현재 신고제로 운영되는 PM 대여업을 관리·감독 강화 근거가 될 수 있는 등록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이날 공청회를 주관한 복기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토위 여야 간사가 함께 PM기본법을 공동 대표 발의하면 여야 갈등 없이 빠르게 처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올해 내에는 관련 법안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복기왕 의원은 전날 권영진 의원과 함께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수단 (PM) 안전과 관리를 강화하기 위한 ‘개인형 이동수단의 안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안’을 공동으로 대표발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