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된 후 재산 얼마나 늘었냐"는 호주 기자에 트럼프 "조용히 해"

9월 1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영국으로 향하는 에어포스원(공군 전용기) 기내에서 기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 AFP)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재산 증가 여부를 묻는 호주 기자와 설전을 벌였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주 유엔총회에서 앤서니 알바니지 호주 총리와 만날 계획도 사실상 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백악관 잔디밭에서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던 중, 호주방송공사(ABC) 소속 기자로부터 “재집권 이후 재산이 얼마나 늘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모르겠다”며 “우리 가족 사업은 자녀들이 운영하고 있고, 내가 직접 체결한 대부분의 거래는 대통령이 되기 전 이뤄진 것”이라고 답했다.

기자가 “현직 대통령으로서 이처럼 많은 사업 활동에 관여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되묻자, 트럼프 대통령은 질문에 불쾌감을 드러내며 “당신은 어디서 왔느냐”고 반문했다.

그가 호주 기자임을 확인한 트럼프 대통령은 “내 생각엔 당신이 지금 호주에 큰 피해를 주고 있다. 그들은 나와 잘 지내고 싶어 한다”며 “당신네 지도자(알바니지 총리)가 곧 나를 만나러 올 건데, 내가 그에게 당신 얘기를 할 것이다. 당신은 아주 나쁜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기자가 질문을 멈추지 않자, 트럼프 대통령은 짧게 “조용히 해(Quiet)”라고 말하며 대화를 중단시켰다.

알바니지 총리는 당초 지난 6월 캐나다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첫 대면 회담을 가질 예정이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이란 갈등에 집중하기 위해 일정을 급히 취소하면서 무산됐다. 이에 따라 다음주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는 두 나라 수장의 첫 대면회담이 될 전망이다. 알바니지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 주 화요일 밤 리셉션을 주최한다”며 “연말까지 열리는 다양한 정상급 회담에서도 그와 다시 만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알바니지 총리실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과 관련해 “논평할 사안이 없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이후, 미·호주 관계에는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미국 측은 호주의 국방비 지출을 국내총생산(GDP)의 2% 수준에서 3.5%까지 늘릴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오커스(AUKUS) 핵잠수함 협정에 대한 검토도 진행 중이다. 아울러 호주 내 여론은 대미 적자국인 호주에 대해 미국이 10%의 상호관세를 물린 것에 대해서도 반감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