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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CNBC 등에 따르면 중국 주재 유럽연합(EU) 상공회의소(ECCC)의 옌스 에스켈룬드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 규제당국이 여전히 외국 기업들의 희토류 접근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은 지난 4월 7가지 희토류 광물 및 희토류 자석 등을 수출 통제 품목에 추가하고 라이선스 제도를 도입했다. 이는 미국·EU가 반도체·첨단기술 수출 규제에 나선 데 대한 ‘맞불’ 성격이 짙었다. 이 조치가 취해진 이후 수많은 외국 기업들이 공장에서 필요한 희토류를 제때 공급하지 못해 생산 중단, 연쇄 출하 지연에 직면했다. 일부 기업들은 공장 폐쇄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에스켈룬드 회장은 “규제 도입 이후 회원사들이 도움을 요청한 희토류 수출 라이선스 신청이 140건 이상 있었으나, 4분의 1 가량만이 중국 당국의 승인을 받았다”며 “현재 이러한 병목 현상으로 상당한 손실을 겪고 있는 회원사가 여러 곳 있다. 한 곳은 수백만유로의 손실을 입었다”고 말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안토니오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지난 7월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개최하면서 문제가 일시적으로 완화했으나, 이후에 다시 악화했다고 에스켈룬드 회장은 전했다. 당시 회담에서 중국은 EU 기업들에 대한 신속한 허가에 동의했다.
하지만 에스켈룬드 회장은 “정상회담에서 도달한 합의 및 약속에도 회원사들에 대한 심각한 병목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정상회담 이후에도 이 문제를 처리하는 방식엔 실질적인 변화가 없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이것(희토류 수출 통제)은 사라지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이어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다시 한번 사업 허가를 받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또 지난 5월 미국과 무역전쟁 휴전에 합의한 뒤부터는 군수 전용 의심 품목에 대해 일회용 수출 면허제를 도입하고, 최종 목적지·사용처 증명 등 까다로운 추가 서류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7월부터는 합금·화합물·부품까지 확대해 검증·심사 기준도 강화했다. 이에 ‘군사 목적 사용 불가’ 증명 없이 부품 수출이 막히는 사례도 급증했다.
중국이 수출 통제를 본격화한 이후 글로벌 희토류 공급망 안정성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 EU 역시 전체 희토류 수입의 약 절반이 중국산으로, 올해 3분기 내 대규모 공급 부족이 우려된다. 독일, 프랑스, 일본, 미국 등 주요 첨단 제조사 대부분은 중국산 희토류·자석류 공급 비중이 60~70%에 달한다.
공급망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국제 희토류 가격도 두 배 가까이 급등했다. 해외 기업들은 대체조달·비축 등 자구책을 강구중이다. 상공회의소 역시 외국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서 차별받고 있다면서, 시장 진입장벽을 해소하고 공정한 무역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외신들은 “중국이 글로벌 희토류 공급망에서 차지하는 독점적 지위와 영향력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며 EU가 자체 가공산업 육성, 전략광물 비축, 희토류 관련국과의 직접 협력채널 구축 등 다각적으로 대응책 마련에 나섰으나, 단기적인 공급망 불확실성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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