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항암제, 진통제와 같은 일부 약물이나 신독성 물질은 신장에 염증을 일으켜 신장 기능을 저하시키거나 심각한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그러나 같은 용량의 약물을 사용하더라도 사람마다 신장 손상의 정도는 다르다. 신장 기능이 비슷하더라도 어떤 사람은 손상이 심하고, 또 다른 사람은 덜하며 그 원인은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이로 인해 신장 손상을 예측하거나 관련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한승석 서울대병원 신장내과 교수 연구팀(홍민기 서울의대 학생, 윤동환 교수)은 동물 모델 분석 및 환자 신장 조직을 분석해 '신장 거주 대식세포'(신장에 오래 거주하며 병원균을 제거하고 염증을 조절하는 면역세포)가 염증 반응을 조절하고 신장 손상을 완화할 가능성이 있음을 확인했다고 17일 밝혔다.
연구팀은 신장 면역 항상성을 조절한다고 밝혀진 '신장 거주 대식세포'에 주목했다. 이 대식세포의 분포 차이가 사람마다 서로 다른 신장 염증반응을 결정할 수 있다는 가설을 세웠다.
정확한 기전을 규명하기 위해 신장에서 거주 대식세포를 선택적으로 장기간 제거하고, 다른 대식세포(침투 대식세포)와 면역세포는 그대로 남아있는 마우스 모델을 구축했다. 이후 거주 대식세포 결핍군 및 정상 대조군의 신장을 6주 이상 관찰하고, 오믹스 기법으로 신장 조직 변화와 염증반응을 확인했다.
그 결과 신장 거주 대식세포가 부족하면 신장 안에 죽은 세포 찌꺼기가 쌓이고, 스트레스 반응이 유발되며, 신장 손상 지표(KIM-1, NGAL)가 증가했다.
또 T세포가 과잉 활성화되면서 NK세포(자연살해세포)가 신장에 대량으로 침투해 염증과 손상에 취약한 환경을 조성했다.
반면 신장 거주 대식세포가 충분하면 대식세포는 사멸세포를 인식하고 제거하도록 유도하는 AXL(암 표적 단백질)을 발현했다. 이를 통해 세포 찌꺼기를 효과적으로 제거하고, VISTA(면역 관문 억제 단백질)를 통해 T세포 과활성을 막아 염증 반응을 조절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신독성 물질에 의한 염증 반응으로 신장이 손상된 환자들 27명의 신장 조직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신장 거주 대식세포 분포가 많을수록 염증 반응이 적고 신장이 더 건강하게 유지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즉, 신장 거주 대식세포는 사멸세포를 효과적으로 제거하고 염증반응을 조절해 신장의 면역을 유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이 연구는 약물에 의한 신장 손상을 미리 예측하거나, 면역 조절을 통해 치료제를 개발할 가능성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고 의료진은 설명했다.
한승석 교수(신장내과)는 "항생제나 항암제가 모든 환자에서 동일하게 신장 기능을 저하시키는 것은 아니며, 신장 내 거주 대식세포의 분포가 감소한 일부 환자에서 염증반응이 과도하게 나타날 수 있다"며 "이번 연구 결과를 신장 염증 질환뿐 아니라 만성콩팥병, 당뇨병콩팥병, 신장 노화 연구 분야로 확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신장학회 공식 학술지(Kidney International)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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