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강현민 기자】 HLB가 간암 치료제 ‘리보세라닙’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에 세 번째 도전한다. FDA가 최근 보완요구서(CRL)를 공개하며 불승인 사유가 처음으로 명시된 가운데, 두 차례 심사에서 제동이 걸린 리보세라닙은 이번에도 파트너사 항서제약의 CMC 보완이 관건으로 떠올랐다. 그동안 빠른 허가를 자신했던 HLB도 이번에는 조심스런 접근법을 택하고 있다.
17일 제약 업계에 따르면 FDA는 HLB 미국 자회사 엘레바 테라퓨틱스(NDA 216586)와 파트너사 항서제약(BLA 761308)에 각각 발급한 CRL 원문을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발급일은 엘레바가 올해 3월 20일, 항서제약이 지난해 5월 16일이다.
엘레바 CRL에는 “리보세라닙의 안전성과 유효성은 캄렐리주맙과의 병용에서만 입증됐다”며 “캄렐리주맙이 승인되기 전까지는 리보세라닙을 승인하지 않을 것”이라는 FDA 입장이 담겼다. 항서제약 CRL에는 생산시설의 제조·품질관리(CMC) 결함이 언급됐으며, ‘FDA Form 483’에 기재된 미비 사항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됐다. FDA Form 483은 현장 실사 중 문제점이 발견될 경우 발급되는 문서다.
HLB는 리보세라닙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회사 측은 “리보세라닙은 임상 서류 검토와 공장 실사에서 지적이 없었고, 문제는 캄렐리주맙 CMC에서 나왔다”며 “이번 허가가 리보세라닙+캄렐리주맙 병용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리보세라닙 단독으로는 승인을 받을 수 없다는 건 지극히 상식적인 표현”이라고 밝혔다.
리보세라닙은 HLB가 개발한 혈관 내피 성장인자 수용체(VEGFR-2) 억제제로, 암의 성장에 필요한 산소와 영양분 공급을 차단해 암을 사멸하는 경구용 항암제다. 지난 2007년 HLB 미국 자회사 엘레바가 미국 어드밴첸 연구소의 폴첸 대표로부터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판권을 취득했다. 2011년부터 글로벌 임상을 시작, 기술이전 없이 지난 2022년 임상을 마무리했다.
이후 중국 항서제약의 캄렐리주맙과 병용요법으로 미국 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 다만 지난해 5월 첫 번째 CRL을, 올해 3월 두 번째 CRL을 FDA로부터 각각 수령하며 허가에 고배를 들었다. 세 번째 도전인 이번 심사에서 결과가 향후 회사 전략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HLB는 지난 7월 FDA와 미팅(타입 A)을 진행한 이후 보완 사항에 대해 협의 중이다. 업계에서는 FDA 심사 분류 결과에 따라 이르면 연내, 늦어질 경우 내년 상반기에야 승인 여부가 판가름날 것으로 보고 있다. FDA는 재심사 시 경미한 사안은 클래스1(2개월 소요), 그보다 중한 사안은 클래스2(6개월 소요)로 분류해 심사 기간을 정한다.
HLB 관계자는 이번 대응 전략에 대해 “캄렐리주맙 CMC 보완은 항서제약이 해결해야 할 사안이지만, 엘레바에는 글로벌 허가 경험을 갖춘 전문가들이 있어 FDA 요구 수준에 맞는 자료가 마련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며 “그동안은 ‘신속한 허가’에 중점을 뒀지만, 이제는 잘 준비해 ‘확실한 허가’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과거에는 엘레바가 주도해 항서제약이 일정에 맞춰 왔지만, 현재는 항서제약의 타임라인도 존중하며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HLB가 유럽 허가를 먼저 추진하는 게 어떻겠냐는 주장도 나오지만, HLB 관계자는 “현재 회사와 파트너사 모두 최우선 과제는 미국 FDA 허가”라며 “유럽 역시 중요한 시장이지만, 글로벌 허가 전략에서 미국 승인 확보가 가장 우선순위”라고 선을 그었다.
유럽 시장은 향후 기술이전 방식을 진행하고, 이전 시점은 유럽의약품청(EMA) 허가 신청 이후 혹은 승인 이후로 보고 있다. 앞서 지난 2월 리보세라닙+캄렐리주맙 병용요법은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발표한 간세포암 치료 가이드라인에 1차 치료제로 포함된 바 있다.
한편 HLB의 허가 일정이 마냥 지연되면 회사의 재무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HLB는 지난해 연결기준 118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뚜렷한 매출원이 없는 가운데 신약 개발 비용이 지속 투입되며 손실이 계속되고 있다. 영업손실 흐름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현금성자산도 줄어드는 상황이다. 회사 측에 따르면 현재 현금성자산은 약 390억원 수준으로, 지난해 12월 930억원에서 절반 넘게(58.1%) 줄었다. 주식담보대출로 끌어올 수 있는 자금은 600억원 수준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CB(전환사채) 발행이나 유상증자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HLB 관계자는 “주주배정 유상증자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CB 발행 등 다른 방식은 구체적으로 확정된 계획은 없지만 필요할 경우 주주가치 훼손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택할 것”이라고 밝혔다.
Copyright ⓒ 투데이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