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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중심으로 대규모 주택 공급 확대 방안(9·7 대책)을 내놓았지만, 실제 현장에선 속도가 좀처럼 붙지 않고 있다. 수도권 지역 공공분양주택 10곳 중 7곳이 아직 첫 삽조차 뜨지 못한 상태다. 계획과 현실 사이의 간극이 크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염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LH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이후 사업 승인을 받은 수도권 공공분양주택 200개 단지(11만9523가구) 가운데 131개 단지(8만1640가구)가 아직 착공에 들어가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의 약 68%에 해당하는 수치다.
통상 인허가 후 1년 이내에 착공이 이뤄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수도권 공공분양의 경우 인허가를 받은 지 3~4년이 지난 단지들조차 여전히 착공 단계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연도별 미착공 비율을 보면 2020년에는 2%에 불과했지만, 2021년 44%, 2022년 39%, 2023년 90%, 2024년은 무려 98%에 달한다. 갈수록 미착공 단지 비율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다.
LH 측은 이 같은 지연의 주요 원인으로 토지 수용 및 보상 절차의 장기화를 꼽았다. 실제로 미착공 단지 가운데 절반 이상인 76곳(4만8037가구)은 아직 관계기관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았거나 토지 보상 절차가 진행 중인 상태다.
LH 관계자는 "공공분양의 경우 인허가와 보상 절차를 병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문화재 조사, 주민 민원, 보상 협의 등이 반복적으로 발목을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3기 신도시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해당 지역에서 인허가를 받은 공공분양 물량 4만3658가구 중 3만4614가구가 아직 착공되지 않았으며,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인 2만165가구는 토지 보상이 진행 중이다.
특히 광명시흥, 의왕군포안산, 화성진안, 화성봉담3 등 3기 신도시 후속 택지지구 4곳의 경우 총면적이 2550만㎡에 달하지만, 아직까지 단 한 곳도 보상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처럼 실제 착공이 지연되고 있음에도 불구, 그동안 정부는 공공주택 공급 실적을 '인허가 기준'으로 잡아왔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일부 단지는 착공까지 4~5년이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인허가만 마친 채 공급 실적에 포함됐던 사례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시장에 공급 신호를 주기 위한 행정적 판단'이라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선 공급자 중심의 탁상 행정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 가운데 정부는 최근 '9·7 부동산 대책'을 통해 수도권에 135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특히 이번 대책에서는 기존과 달리 '인허가'가 아닌 '착공' 기준으로 물량을 산정했다고 밝혔다. 이미 인허가는 받았지만 아직 착공되지 않은 단지도 일부 포함돼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인허가 이후 건설 자재비나 인건비 상승 등의 요인으로 실제 착공이 어려워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공급계획을 보다 현실적으로 추진하려면 인허가 시점 자체에 대한 재검토와 함께 보다 책임 있는 방식의 주택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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