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글로벌 시장 겨냥하는 토종 팹리스 스타트업
올해 상반기 국내 벤처 투자 시장이 서서히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2025년 상반기 신규 벤처 투자 및 벤처 펀드 결성 동향’에 따르면 신규 벤처 투자액은 5조 6,78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 증가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 인공지능(AI) 반도체를 설계하는 퓨리오사AI가 새로운 유니콘 기업으로 등극했다.
AI 반도체 글로벌 경쟁력 확보 추진
지난 7월 31일 퓨리오사AI는 시리즈 C 브릿지 라운드에서 총 1,7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이에 기업가치는 기존 8,300억 원에서 1조 원을 돌파해 ‘유니콘’이 됐다. 퓨리오사AI에 따르면 이번 투자 라운드에는 40여 개 기관이 참여했는데, 특히 복수 사모펀드도 총 400억 원 규모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모펀드는 투자금 회수 불확실성이 높은 초·중기 기업보단 기업공개가 임박한 후기 기업에 주로 투자한다.
백준호 퓨리오사AI 대표는 “투자 유치는 레니게이드 양산에 진입하는 중요한 시점에 자본시장이 당사 기술력과 비전에 대해 강한 신뢰를 보내고 있다는 뜻이라고 생각한다. 반드시 글로벌 엔터프라이즈를 대상으로 매출 확대를 이끌어 내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부의 AI 스타트업 스케일업을 위한 모험자본 확대 기조 역시 매우 고무적”이라며 “한국이 미국, 중국과 함께 AI G3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AI 반도체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는 단순한 목표가 아니라 반드시 해내야 할 사명”이라고 밝혔다.
국내외 고객사 확보가 향후 과제
2017년 설립된 퓨리오사AI가 관심을 끌기 시작한 것은 첫 번째 AI 반도체 ‘워보이’가 모습을 드러낸 2021년부터다. ‘워보이’가 글로벌 AI 반도체 성능 경연대회 ‘엠엘퍼프(MLPerf)’에서 세계 시장 80%를 점유한 엔비디아의 반도체 ‘T4’를 능가하는 추론 성능을 증명한 것이다. 엠엘퍼프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스탠퍼드, 하버드 등 빅테크와 대학이 설립한 비영리단체 ML코먼스가 매년 여는 대회로 반도체 성능 평가에서 세계 최고 권위를 인정받는다.
이후 AI 추론 가속기 ‘레니게이드(RNGD)’를 자체 개발해 저전력 고성능 AI 반도체의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 속에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생성형 AI가 폭발적으로 확산되며 AI 반도체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가운데 이러한 경쟁력을 입증하자 투자 규모와 기업가치도 급성장했다. 최근에는 LG CNS의 AI 데이터센터 브랜드 ‘엑사원’에 레니게이드를 공급하며 국내외 수요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앞으로 퓨리오사AI에게 주어진 과제도 고객사 확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직접 데이터센터를 운영하지 않는 팹리스 스타트업 입장에서 글로벌 빅테크 선택을 받는 일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또한 막대한 R&D 투자에 따른 자금 소진 우려를 덜고 실적 가시성을 높일 필요도 있다.
이재명 대통령 후보 시절 방문으로 화제 모으기도
기업의 백준호 대표는 미국 반도체 기업 AMD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출신으로 반도체 설계 전문가로 꼽힌다. 사업 초기 네이버 투자를 기반으로 성장해 양질의 인력을 모으기 시작했고, 현재 반도체 설계·개발 전 과정에 걸친 역량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한편 퓨리오사AI는 올해 초 글로벌 빅테크 기업 메타의 인수 제의를 거절하고 독자 노선을 걷기로 하면서 주목받았다. 당시 메타는 8억 달러(약 1조 2,000억 원) 규모의 인수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양측이 인수 이후의 사업 방향과 조직 구성 등에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협상이 최종 결렬됐다. 지난 4월에는 이재명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 당시 퓨리오사AI를 방문해 백 대표 및 연구원 등과 연구·개발(R&D) 투자와 인재 육성 방안 등에 관해 간담회를 진행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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