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김기주 기자] SBS 금토드라마 '사마귀: 살인자의 외출(이하 '사마귀')'은 전형적인 범죄 스릴러의 틀 안에서 기묘한 윤리적 질문을 던진다. “모성은 살인을 정당화할 수 있는가?”, 혹은 “정의는 가족 바깥에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이다. 이 장르는 자극의 강도나 사건의 충격성으로 승부하기 쉽지만, '사마귀'는 '엔딩'이라는 서사의 순간들을 통해 시청자의 내면을 조밀하게 파고든다.
총 8부작 중 4부까지 방송된 지금, 이 드라마는 단순한 추리극이나 연쇄살인 미스터리를 넘어 모성과 증오, 기억과 죄책감의 영역까지 서사를 확장하고 있다. 특히 매회 마지막 5분, 이른바 '엔딩 쇼크'는 단순한 다음 회 유도용 장치라기보다 심리극의 정점을 구성하는 장면 미학으로 기능한다.
강렬한 엔딩이 말하는 것들
1회에서 시청자들은 이미 불편한 진실과 마주한다. 주인공 정이신(고현정 분)은 23년 전 다섯 명의 남성을 살해한 연쇄살인범이며, 그 아들 차수열(장동윤 분)은 현재 강력반 형사다. 한 인간 안에 존재하는 ‘살모(殺母)’의 본성과 ‘살모(殺母)’의 죄책감이 서로를 감싼다. 이 관계 설정만으로도 '사마귀'는 흔한 스릴러와는 궤를 달리한다.
1회의 마지막, 정이신은 23년 만에 만난 아들 앞에서 기이한 미소를 짓는다. 단지 악인의 광기라고 보기엔 너무나 의도된 감정의 절제다. 이 드라마는 악과 선의 대결이 아니라, 용서와 죄의 경계를 지우는 드라마다.
2회 엔딩은 정이신과 차수열의 감정적 대비가 뚜렷하게 드러나는 장면이다. 아들은 또 한 명의 피해자를 구하기 위해 몸을 던지고, 엄마는 알 수 없는 곤충과의 교감을 이어간다. 생명을 지키려는 자와 죽음을 조율하는 자. 이 대비는 결국 두 사람 모두 ‘생존’이라는 본능 앞에 서 있다는 점에서, 모순된 유사성을 암시한다.
3회는 가장 심리적으로 밀도 높은 에피소드다. 정이신의 첫 살인이 남편이자 수열의 친부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시청자는 당혹스러운 윤리의 심연으로 빠진다. 그것은 방어였는가, 복수였는가, 혹은 단지 폭력의 연쇄였는가. 이 회차의 엔딩 대사인 “내가 밉니? 끔찍해? 죽여!”는 고현정이라는 배우가 구현할 수 있는 광기와 모성의 이중주’를 완성시킨다.
4회는 스릴러의 문법이 재점화되는 지점이다. 탈출한 정이신은 며느리 이정연(김보라 분)을 찾아간다. “안녕?”이라는 짧은 인사는 이 작품 전체가 밀고 있는 공포의 정체다. 위협은 고함이 아니라, 무표정한 인사 속에 숨어 있다.
“죄는 나에게서 시작되었을까, 당신에게서 시작되었을까.”
'사마귀: 살인자의 외출'의 진짜 정체성은 자극이 아니라 감정의 밀도다. 극단적인 설정과 정서의 파열이 매회 정제된 이미지와 연출 속에 배치되며, 드라마는 차분한 톤 안에서도 충분히 불편하고, 매혹적이다.
연출을 맡은 변영주 감독의 필모를 고려하면, 이 작품은 단순한 장르물 이상의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 메시지는 어쩌면,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관계의 감옥’일 수도 있고,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저지른 ‘죄의 허용’일 수도 있다.
'사마귀'는 누가 범인인가를 묻는 드라마가 아니다. 누가 더 큰 죄인인가, 그리고 그 죄는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가려질 수 있는가를 묻는다.
뉴스컬처 김기주 kimkj@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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