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현우 회장 옛 운전기사가 제공한 블박 영상의 위법성 제기
경찰, '적법한 증거 수집' 의견 밝힐 듯…수사 지연 가능성
(청주=연합뉴스) 박건영 이성민 기자 = 돈봉투 수수 의혹을 받는 김영환 충북지사가 압수된 휴대전화 포렌식 참관 일정을 미루면서 경찰 수사가 답보하고 있다.
여기에 김 지사가 최근 위법한 압수수색이었다는 취지로 법원에 준항고까지 제기하면서 당분간 수사 차질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6일 충북도 등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달 21일 충북도청 등의 압수수색에서 김 지사 휴대전화를 확보했으나, 아직 포렌식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김 지사 측은 경찰의 포렌식 작업에 참관하겠다는 의사는 밝히면서도 참관 일정을 거듭 미뤄온 것으로 파악됐다.
형사소송법상 수사기관은 피의자 측의 요구가 있으면 압수물 분석 과정에 대한 참관을 허용해야 한다.
김 지사 측이 포렌식 참관 일정을 미룬 배경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최근 압수수색의 위법성을 사유로 법원에 제기한 준항고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김 지사는 지난 9일 자신에게 집행된 위법한 압수수색을 취소해 달라는 취지의 준항고장을 청주지법에 냈다.
준항고는 판사의 재판 또는 압수수색 등 수사기관의 처분에 불복해 이를 취소하거나 변경해달라고 법원에 청구하는 제도다.
경찰은 앞서 윤현우 충북체육회장이 윤두영 충북배구협회장과 금품 제공을 사전 모의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차량 블랙박스 영상을 윤 체육회장의 과거 운전기사로부터 제출받고 이를 토대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다.
그러나 김 지사 측은 해당 블랙박스 영상이 통신비밀보호법상 금지되는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한 것'에 해당하고, 차량 소유주인 윤 체육회장의 동의 없이 무단 반출한 것이어서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 발부받은 영장 역시 무효라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준항고가 인용되면 수사팀은 해당 압수수색 영장을 통해 확보한 이 사건 피의자들의 압수물을 환부하거나 폐기해야 한다.
법원이 영장 신청의 근거가 된 블랙박스 영상 수집 과정의 위법성을 인정하는 것인 만큼, 해당 영상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기 전까지는 이를 수사 증거로 활용할 수 없다.
경찰은 최근 법원으로부터 김 지사 측의 준항고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하라는 요청을 받았으며, 조만간 일부 판례를 토대로 작성할 답변서에서 압수수색 영장의 적법성을 주장할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의 심리 일정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 법원은 필요한 경우 수사기관과 피의자를 불러 심리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체육계에 따르면 경찰은 김 지사에게 500만원을 건넨 혐의를 받는 윤 체육회장과 윤 배구협회장의 입회하에 이들의 휴대전화 포렌식 작업을 수주째 이어오고 있으나, 아직 분석 작업은 절반도 끝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피의자 측이 포렌식에 입회하면 일정 조율 문제로 많은 시간이 걸린다.
이 때문에 만약 법원이 김 지사의 준항고를 기각한다고 하더라도 경찰이 김 지사의 휴대전화 포렌식을 마치고 그를 소환해 조사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 지사 등은 수사 초기부터 "금품을 주고받은 사실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해 왔다.
경찰 관계자는 "정확한 수사 단계에 대해선 말해줄 수 없다"며 "최대한 신속하게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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