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손성은 기자] SC제일은행 영업점 하청 경비원들이 또다시 제때 임금을 받지 못했다. 지난해 8월에 이어 두 번째로 드러난 임금 분할 지급 문제는 단순 하청업체의 운영 미숙을 넘어, 원청 관리·감독 책임을 피하기 어려운 사회적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SC제일은행 영업점에서 근무하는 하청 경비원들은 정기 급여일이던 지난 10일 월급의 절반가량인 90여만원만 입금된 사실을 확인했다. 월급명세서에는 전액이 지급된 것처럼 적혀 있었지만, 실제 입금액은 달랐다. 경비원들이 항의하자 업체 측은 “15~19일 중 나머지 임금을 지급하겠다”고 답했다. 지난해 8월에도 같은 방식의 분할 지급이 발생해 ‘반복적 관행’ 의혹이 짙다.
근본 원인은 다단계 하청 구조에 있다. SC제일은행은 경비 인력을 직접 고용하지 않고 A사에 용역을 맡겼고, A사는 다시 B사와 계약해 현장 경비원을 채용한다. 근로기준법상 임금 지급의 직접 책임은 A사에 있으나, 인력 수요와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좌우하는 원청 SC제일은행이 빠진 구조가 문제 핵심이다. 중간 단계가 늘어나면서 지급 지연과 책임 떠넘기기가 구조적으로 가능해졌다.
법·제도 환경도 달라졌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제2·3조 개정안)은 사용자 범위를 ‘직접 계약 체결 당사자’에서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자’로 확대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하청업체의 임금 체불이나 분할 지급 같은 문제에 대해 원청도 사용자로서 책임을 져야 할 가능성이 크다. SC제일은행 역시 “계약 구조상 하청업체의 일”이라는 논리만으로는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SC제일은행은 “급여가 현재 전액 지급됐음을 확인했으며 원인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두 차례나 반복된 사안이라는 점에서 단순 해프닝으로 보기 힘들다. 금융권 전반의 하청·재하청 구조와 임금 지급 관행, 원청의 관리·감독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단순한 도의적 책임을 넘어, 원청의 감시·개입을 제도적으로 의무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사태는 하청 근로자의 생계 문제를 넘어, 원청 책임을 강화한 법 개정 이후 금융권이 맞이한 첫 시험대다. 반복되는 임금 분할 지급은 단순 계약상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신뢰를 흔드는 행위로, 제도의 사각지대를 드러낸다. 금융기관의 이윤 추구와 노동권 보호라는 두 가치가 충돌하는 현장에서 새로운 규제 체계가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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