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부터 70여 건 반복…피해액 150만 엔 추산
훔친 돈 화장실에 숨겨…보안 체계 구멍 드러나
승객 불안 확산, 공항 당국 재발 방지책 검토
[포인트경제] 도쿄 하네다공항(羽田空港) 보안검색대에서 승객들의 현금을 훔친 혐의로 체포된 직원이 수사 과정에서 “현금이 트레이 위에 그대로 놓여 있어 평소보다 많이 가져갔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단순한 일회성 사건이 아닌 수십 건에 이르는 반복적 범행 정황이 드러나면서, 공항 보안 체계 전반에 대한 불신과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도쿄 하네다공항 보안검색대 절도 사건 속보/ANN 방송 캡처(포인트경제)
일본 경찰에 따르면 보안검색 직원 마쓰모토 료(松本 龍, 21) 용의자는 이달 13일, 승객의 휴대품을 담아둔 트레이에서 현금 9만 엔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자는 출국을 앞둔 30대 남성 승객으로, 검색대 통과 직후 현금이 사라진 사실을 확인하고 즉시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에서 마쓰모토 용의자는 “현금이 트레이 위에 그대로 있었기 때문에 손을 댔다”며, “평소에도 같은 방식으로 훔쳤지만 이번에는 금액이 커서 너무 많이 가져간 느낌이었고, 들킬까 두려워 화장실에 숨겼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그가 훔친 현금을 화장실 화장지 속에 숨겨두는 등 치밀한 은닉 수법을 사용한 사실도 확인했다.
경시청은 마쓰모토 용의자가 “8월경부터 약 70~80회 정도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만약 이 진술이 사실이라면 피해 금액은 총 150만 엔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경찰은 피해자의 범위와 금액, 피해자들의 신고 여부를 추가로 확인하는 한편, 공항 내 다른 검사장에서도 유사한 수법이 있었는지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개인의 범죄를 넘어, 일본 주요 관문 공항의 보안 체계에 중대한 허점이 존재한다는 점을 드러냈다. 공항 보안검색대는 테러와 범죄를 막는 최전선으로 인식돼 왔으나, 그 최전선에서 내부자가 오히려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사회적 충격이 크다. SNS에서는 “보안검색을 받을 때 도리어 범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니 믿기 어렵다”, “안전을 지켜야 할 사람이 범죄자였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이용객들은 “예전에도 검색 후 현금이 줄어든 것을 느꼈지만 단순 착각으로 여겼다”는 경험담을 공유하고 있어, 미처 드러나지 않은 피해가 더 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네다공항은 일본 국내선과 국제선을 합쳐 하루 평균 20만 명 이상이 이용하는 거점 공항이다. 이곳에서 수개월 동안 다수의 승객이 피해를 입었다면, 단순한 절도 사건을 넘어 국제적 신뢰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내년 오사카·간사이 엑스포와 일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증가를 앞둔 시점이어서 파장이 적지 않다.
보안검색 업무는 보통 외부 위탁업체 소속 직원이 맡는데, 용의자가 어떤 고용 형태로 근무했는지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열악한 근무 조건과 낮은 임금, 감시 체계의 부실이 반복 범행을 막지 못한 원인일 수 있다고 분석한다. 일본 경찰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공항 내 절도 사건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그럼에도 공항 당국은 철저한 감시 시스템이나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지 못해, 이번 사건이 터질 때까지 범죄가 누적돼 온 셈이다.
일본 공항 당국과 국토교통성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보안검색 절차 전반을 재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승객이 현금을 직접 트레이에 올려놓도록 하는 현재 방식의 허점을 보완하기 위해, 전용 파우치 제공이나 트레이 관리 전담 직원 배치 등 구체적 대책이 거론되고 있다. 또, CCTV 확대 설치와 직원 대상 윤리 교육 강화, 불시 점검 제도 도입도 검토 중이다.
[포인트경제 도쿄 특파원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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