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자본 창업의 그림자···‘무인점포’ 있는 골목엔 사람이 없다

서울의 한 무인 주문기계에 신용카드 결제하는 시민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한민하 기자] 낮은 진입장벽을 무기로 시장을 점령한 무인점포 인기가 치솟고 있는 가운데 시장 초기 발견되지 않던 각종 부작용이 최근 곳곳에서 드러나기 시작하며 거리를 잠식하고 있다.

16일 소방청이 발표한 지난해 무인점포 현황자료를 살펴보면 무인점포의 수는 6323개로 지난 2020년 2000여 곳에서 꾸준히 증가한 추세며 올해는 1만 개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불과 5년 만에 5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무인점포는 초기 자본이 적고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점을 앞세워 빠르게 몸집을 키우고 있다.

무인점포 확대 요인 중 하나는 인건비 절감으로 분석된다. 점원 없이 24시간 영업 가능하다는 점과 함께 비교적 적은 자본으로 창업이 가능해 본업이 있는 사람에게 매력적인 부업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문턱이 낮다는 점이 오히려 독이 된 모습이다. 무인점포의 빠른 확장이 부작용을 낳아 가장 기본적인 관리의 측면에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점원이 상주하지 않아 위생 관리가 부실하거나 기계 고장 시 즉각적인 대응이 어렵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꼽힌다. 접근성이 좋고 시간의 제약은 없지만 서비스 경험의 부실이 가장 큰 문제로 떠오르며 같은 상권 내 비슷한 점포가 난립해 수익성이 떨어지는 측면도 나타난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주택가의 무인매장 모습[사진=한민하 기자]

기자가 찾은 경기 성남시 분당구 한 주택가의 현장에서도 이런 흐름을 확인할 수 있었다. 300m 구간 내 무인카페·세탁소·문구점 등 무인점포만 6곳이 자리하고 있었다. 기존 무인 세탁소가 문을 닫은 자리에는 또 다른 무인숍이 들어설 예정으로 계란만 판매하는 특화형 매장도 존재했다.

주변 상권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A씨는 “권리금이 저렴하고 월세도 낮은 편이라 무인점포가 잇따라 들어온다”며 “관리가 안 되는 매장은 소비자들이 금방 외면하기 때문에 관리가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본업이 따로 있는 사람이 부업으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고 무인점포가 없어지면 다시 새로운 무인점포가 들어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무인점포는 20·30세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생겨난 점이 특징이다.

아이스크림·반려동물 용품·카페 등 실생활 밀접한 품목을 중심으로 팬데믹 시기 늘어난 비대면 수요 상황과 맞물려 확장된 것으로 풀이된다. 대면 접촉의 최소화와 필요한 물건만 빠르게 구매하려는 소비 성향과 맞물린 것이다. 

그러나 무인점포는 소비자층 편차의 과제도 남아있다. 기계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중장년층과 고령층은 여전히 사각지대 속에 있으며 위생과 안전을 이유로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인건비 부담과 비대면 소비 현상이 확대되는 만큼 성장세는 이어질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다만 관리 부실과 과잉 공급이 겹치면 소비자 불만과 수익성 악화가 동시에 발생할 수 있어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