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사, 위기 공감 속 타결…현대중 노사, 호황기 속 갈등 심화
(울산=연합뉴스) 김근주 기자 = 국내 자동차·조선업계 최대 사업장이자 울산 양대 기업인 현대자동차와 HD현대중공업의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미국의 관세 압박 등으로 위기감이 커진 현대차 노사는 비교적 교섭을 서둘러 마무리했으나, 호황기를 맞은 HD현대중 노사는 오히려 교섭 분위기가 얼어붙는 모습이다.
◇ 현대차 조합원들, 위기 공감…국내 고용안정 선택
현대차 노조가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15일 조합원 표결에 부친 결과 투표자 기준 과반인 찬성 52.9%로 가결됐다.
합의안은 기본급 10만원(호봉승급분 포함) 인상, 성과금 450%+1천580만원, 주식 30주, 재래시장상품권 20만원 지급 등을 담고 있다. 통상임금 확대와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안전체험관 건립 등에도 합의했다.
노조가 교섭 과정에서 3차례 부분 파업을 벌여 '7년 연속 무쟁의' 기록은 무산됐으나 노사는 한 번에 잠정합의안을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통과시키는 성과를 냈다.
잠정합의안 도출 이후 일부 현장 노동조직들이 임금 인상 규모가 충분하지 못하다거나 정년 연장을 이뤄내지 못했다며 부결 운동을 벌이기도 했으나, 조합원은 가결을 선택했다.
이는 미국의 관세 압박 영향,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등 국내 자동차 산업 위기에 조합원들이 공감한 것으로 풀이된다.
노사가 임금 인상 외에도 국내 공장에서 소프트웨어 전문 인력 양성, 차세대 파워트레인 핵심부품 생산 추진 등 사실상 국내 공장 고용 안정과 관련한 방안에 합의한 것도 조합원들의 불안감을 덜어준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관계자는 16일 "전례 없는 '글로벌 관세 전쟁' 상황 속에서 하반기 대한민국 자동차 산업의 위기 극복을 위해 공동의 힘을 모으자는데 공감대를 형성했다"며 "국내 생산공장에서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Software Defined Vehicle)의 품질 경쟁력과 직원 고용안정을 동시에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 HD현대중, 임금 인상 규모·방식 놓고 갈등 지속…파업·농성 장기화
HD현대중공업은 3년 치 물량이 쌓여 있을 정도로 조선 호황기를 맞았으나 노사 관계는 암흑기를 보내고 있다.
노사는 지난 7월 18일 도출한 올해 임금협상 1차 잠정합의안이 부결된 이후 두 달 가까이 교섭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노사는 임금 인상에는 동의하지만, 규모와 방식을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 중이다.
사측은 격려금과 성과급 등 변동급여를 늘리는 방식에, 노조는 임금 상승의 영속성을 보장하는 기본급 인상에 중점을 두면서 의견 대립을 보였다.
특히, 1차로 잠정 합의했던 기본급 13만3천원(호봉승급분 3만5천원 포함) 인상, 격려금 520만원, 특별금(약정임금 100%) 지급안이 부결된 이후에도 노사가 각각 다른 셈법으로 따지면서 노조는 동종 경쟁사보다 못한 수준이라는 반면 회사 측은 동종사 최고 수준이라고 맞서며 교섭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사이 HD현대중공과 HD현대미포의 합병 이후 예상되는 직무 전환 배치 문제, 싱가포르 법인 설립 이후 전망되는 이익 배분 문제 등이 불거지면서 노사 간 쟁점이 늘어났다.
이에 따라 노조는 16일 현재 전면 파업을 나흘째 이어갔고, 백호선 노조지부장은 40m 높이 턴오버 크레인(선박 구조물을 뒤집는 크레인)에서 일주일째 농성 중이다. 농성 현장에선 노사 간 물리적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다.
노사 대립이 길어지면서 일반 조합원들 피로도가 쌓여 노사 양측을 향한 거친 비판도 노조 홈페이지 등에 올라오고 있다.
문제는 노사 대립이 더 길어져 추석 연휴를 넘기면 타결 시기를 기약할 수 없다는 것이다.
10월이 지나면 회사 측 인사에 따른 교섭 위원 교체부터 연말 노조 임원 선거까지 줄줄이 이어져 교섭 자체가 사실상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미 조선 협력을 위한 '마스가'(MASGA) 프로젝트에 대비해야 하는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0월 말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일각에선 마스가 프로젝트와 관련해 미 행정부 인사들이 울산조선소를 방문하게 될 경우 안정된 노사 관계를 보여 줘야 한다는 부담이 양측에 작용할 것으로 본다.
한 노사 관계 전문가는 "노사가 교섭 자체는 이어 나가고 있다"며 "양측이 추석 연휴 전 마지막 접점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cant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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