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최근 글로벌 TV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직면한 어려움은 단순한 실적 부진을 넘어 기업 전략 전반을 재조정해야 하는 구조적 도전으로 확대되고 있다. 중국 제조사들의 중저가 공세가 거세지면서 양사는 조직과 인력 구조는 물론 제품 포트폴리오와 기술 전략에 이르기까지 전면적인 혁신에 나서는 모습이다.
16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글로벌 TV 출하 기준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19.2%), TCL(13.7%), 하이센스(11.9%), LG전자(10.7%) 순이다.
특히 프리미엄 TV 영역에서의 변화가 두드러진다. TCL과 하이센스가 이 시장에서 합산 점유율을 늘리며 삼성의 영역을 위협하고 있으며, 삼성의 프리미엄 점유율은 전년 대비 약 11%포인트 하락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삼성전자는 VD(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 영업이익이 작년 약 1조1080억 원에서 올해 약 6350억 원으로 급감할 수 있다는 증권가의 전망이 제기됐다.
LG전자도 MS사업본부(가전 및 TV 중추 담당) 부문에서 적자 전환 및 수익성 저하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환경 변화 앞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구조조정과 인력 효율화라는 자구책을 꺼내 들었다. 삼성은 VD사업부에서 부장급 이상 간부들과 임금피크 대상자, 성과 낮은 직원을 중심으로 희망퇴직 제안을 확대하고 있으며, 타 사업부로부터의 인력 보강을 제한하는 등 조직 전환 배치에서 신규 유입을 줄이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LG도 예외는 아니다. MS사업본부에서 만 50세 이상 또는 저성과자 대상 희망퇴직을 단행했고, 위로금과 자녀 학자금 지원 등 조건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구조조정의 부담을 완화하려는 조치가 이어지고 있다.
한편, 기술 경쟁력 강화를 통한 고부가가치 시장 공략도 중요한 축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IFA 2025 행사에서 세계 최초의 115형 RGB 마이크로 LED TV를 공개하며 'RGB 마이크로 LED' 기술을 핵심 무기로 삼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이 제품은 기존 미니 LED·퀀텀닷 기반 TV와 비교해 LED 칩 크기를 100마이크로미터 이하로 줄였고, 색 재현력과 밝기, 명암비 측면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하려 한다는 설명이다. 또한 국제 전기통신연합(ITU)의 색 정확성 규격 BT2020 면적률 100%를 달성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삼성은 이 기술을 기반으로 고가형 대형 TV에 우선 적용한 뒤 내년부터 65~98인치급까지 제품군을 확대하고, 소비자들이 '살만하겠다'고 느낄 가격대로 접근하겠다는 계획이다.
LG전자는 OLED TV 중심 전략을 유지하면서도 RGB LED 방식 제품 출시를 검토 중이다. 조주완 대표는 "삼성과 중국업체들이 내놓는 RGB TV 제품을 우리도 출시할 예정이며, 내년 초 다양한 옵션 제공 차원에서 선택지를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여러 과제가 존재한다. 이러한 최첨단 제품들은 아직 가격 부담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삼성의 115형 RGB 마이크로 LED TV는 4천만 원 중반대로 책정돼 초고가 제품으로 분류된다. OLED 제품과 경쟁 우위는 기능적 우수성에 기댈 수 있지만, 소비자 다수가 쉽게 접근할 가격대와 구매 욕구를 자극할 마케팅 전략이 동시에 필요하다.
또한 중국업체들과의 기술 격차만으로는 소비자 선택을 완전히 통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브랜드 인지도, 서비스 인프라, 유지 보수 비용, 글로벌 유통망 등 전반적인 소비자 경험이 중요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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