봇넷 해킹, 한 나라의 인터넷 접속 차단할 정도로 막강

사진 = 뉴시스

 

인터넷 접속을 방해하는 봇넷(botnet)의 해킹 공격이 한 나라의 인터넷 접속을 차단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해지고 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봇넷은 해킹 범죄자가 인터넷 연결 장치들을 악성 코드로 감염시킨 뒤 원격으로 제어하는 네트워크를 가리킨다.

봇넷들이 더 빠른 프로세서와 더 많은 네트워크 대역폭을 가진 새로운 유형의 인터넷 연결 장치들을 활용하면서 막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봇넷을 조종하는 범죄자들이 단순히 특정 웹사이트를 다운시키는 것을 넘어 지역적, 국가적 범위의 인터넷 연결 자체를 차단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 것이다.

지난 달 미 연방 검찰이 연초 소셜 미디어 사이트 X를 셧다운시킨 봇넷을 운영한 혐의로 22살의 한 남성을 기소했다.
이 단속이 예상치 못한 파장을 일으켰다. 해킹에 사용된 최대 9만5000대의 장치가 기소된 해커의 손에서 풀려나자마자 다른 해커들이 풀려난 장치들을 장악했다.

기소된 해커와 경쟁자였던 아이수루(Aisuru)라는 봇넷의 운영자들이 풀려난 장치들의 4분의 1을 장악해 공격을 시작하면서 해킹 공격 규모에서 신기록을 세웠다.

지난 1일 네트워크 서비스 회사 클라우드플레어가 컴퓨터 네트워크에 초당 11.5조 비트의 쓰레기 정보를 쏟아 부어 통신을 방해하는 해킹 공격이 있었다고 밝혔다. 쓰레기 정보의 양이 5만 가정의 인터넷 다운로드 대역폭에 해당한다.

클라우드플레어는 이번 공격이 강도 면에서 “세계 기록”이라고 밝혔다.

지난 몇 주 동안 이와 비슷한 규모의 공격이 여러 차례 발생했다. 공격은 불과 몇 초 동안 지속됐으며 아이수루가 공격 능력을 과시한 것으로 추정된다. 노키아는 아이수루의 공격 능력이 지금까지 시도된 공격보다 훨씬 더 클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전 세계의 컴퓨터 네트워크 의존이 갈수록 심화되면서 네트워크 서비스에 대한 거부 공격이 전쟁 무기로 활용되기도 한다. 러시아 군정보국(GRU)이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에 앞서 우크라이나 금융서비스 네트워크를 DDOS 공격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아이수루와 같은 봇넷은 PC가 아닌 라우터나 보안 카메라 등 각종 인터넷 연결 장치들로 구성된다. 봇넷이 이 장치들을 독점하기 때문에 특정 봇넷에 장악된 장치는 다른 봇넷이 가로채지 못한다. 따라서 봇넷의 공격은 대체로 최대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업체들이 차단할 수 있다.

구글은 연초 1000만 대 이상의 장치로 구성된 대규모 봇넷을 분쇄했다. 이 봇넷은 2023년 7만3000대의 장치를 장악했으나 2년 만에 인터넷 TV를 장악하면서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졌다.

구글은 이 봇넷이 수십억 건의 구글 광고를 클릭하는 광고 사기에 사용됐다고 밝혔다. 구글은 그러나 이 봇넷이 랜섬웨어나 DDOS 공격에도 사용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1년 사이 수천만 대 규모의 레스하이드라(ResHydra)라는 봇넷이 인터넷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레스하이드라의 공격 능력은 한 나라 전체의 인터넷을 마비시킬 수 있는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