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스탠더드 '바이 바이 블랙버드(Bye Bye Blackbird)'는 일종의 지신(地神)밟기였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1924년 레이 핸더슨과 모트 딕슨이 작곡한 이 곡은 마일스 데이비스, 존 콜트레인 등 재즈 거장들이 연주하며 고전이 됐다. 악귀를 쫓는 지신밟기의 의식처럼, 불행한 것들을 날려보내기를 기원하는 마음이 담겼다.
서울 곳곳을 돌다가 15일 오후 광화문 인근 건물 2층에 재개관한 재즈클럽 야누스의 문을 여는 첫 곡으로는 안성맞춤이었던 셈이다.
'스캣의 여왕'인 재즈 보컬 말로와 10년 이상 밴드 멤버로 호흡을 맞춰온 이명건(피아노) 황이현(기타) 정영준(베이스) 이도헌(드럼)의 리드미컬한 호흡이 돋보였다. 이명건은 "이곳에 좋은 일들로 가득차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누구보다 야누스를 기다린 분, 우리의 사장님 말로 씨!"라며 광화문 야누스의 공동 대표인 말로를 소개했다.
47년 역사의 야누스는 '한국 재즈 보컬의 전설' 박성연(1943~2020)으로부터 시작됐다. 그가 1978년 신촌에서 열었다. 대학로(1985~), 이화여대 후문(1996~), 청담동(1997~), 서초동(2007~), 압구정동(2023~)을 거쳐왔다.
그 가운데 말로는 2015년 9월부터 운영권을 이어 받아 국내 재즈클럽의 자존심인 야누스라는 이름을 지켜왔다. 광화문 시대는 작사가이자 말로 소속사 JNH뮤직 이주엽 대표가 공동 대표를 맡아 지킨다.
재개관 페스티벌 첫날이기도 한 이날 공연장은 50여명이 몰리며 입석까지 가득 찼다. 말로는 노래 부르는 내내 멋진 애드리브를 이어갔고, 연기하듯 위트 넘치는 표정도 내내 선보였다.
말로는 "저는 원래 웃긴 사람이에요. 야누스가 오픈했으니까 2층으로 올라와서 재밌게 놀자라는 마음에 기분이 좋습니다. 가장 좋은 건 침이 튀는 자리에 관객이 있다는 거예요. 그 만큼 친근하고 다정해서 좋다"고 마음껏 웃었다.
그리고 1부 마지막 곡으로 처음 불러보는 노래라 계속 연습했다며 '해럴드스 하우스 오브 재즈(harold's house of jazz)'를 들려줬다. '해럴드스 하우스'를 '야누스 하우스'로 바꿔 부른 건 당연지사다.
사실 광화문 야누스가 위치한 지역은 국밥, 김치찌개 맛집들이 몰려 있어 직장인들이 육체적 허기를 달래는 곳이다. 광화문에 데일리 재즈 클럽이 열린 건 이번이 처음이니, 정신적 허기도 문제 없게 됐다. 사실 재즈는 난해하다고 여겨지는 감상용 음악인 동시에 삶에 대해 질문하는 방법이다. 저마다 듣고 해석하고 즐기는 모습이 각양각색이기 때문이다. 재즈가 불모지인 한국에서 이 만큼 살아남았다는 건, 낡은 것이 아니라 무엇가 극복했다는 얘기다. 무자비한 도시 속에서 그런 재즈를 통해 자신만의 언어를 갈고 닦기엔 야누스만한 곳이 없다.
야누스는 이번 재개관을 기념해 8일간 페스티벌을 연다. '돌아온 디바' 정미조를 비롯 퓨전 국악 스타 이희문, 웅장한 브라스 사운드를 들려줄 재즈파크 빅밴드, 재즈 디바 4명이 원팀이 된 카리나네뷸라, 한국 재즈의 중추적 보컬인 김민희와 이주미 등 평소 클럽에서 만나기 힘든 뮤지션들이 대거 야누스 무대에 오른다.
또 20일엔 재즈 뮤지션들이 즉흥의 한판 대결을 펼치는 '그랜드 잼 데이(Grand jam day)'를 연다. 출연하는 뮤지션들은 사전에 순서와 레퍼토리 등 어떤 음악적 약속도 없이 무대에 올라 순간적으로자신들의 이야기를 펼쳐낸다.
이주엽 대표는 "즉흥 연주를 기본으로 하는 재즈의 가장 본질적 매력을 만날 수 있다"면서 "야누스를 한국의 블루노트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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