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손성은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첫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이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 연준의 결정은 역대 최대 수준으로 벌어진 한미 금리 격차를 완화해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를 촉발할 직접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가계부채와 환율 불안 등 국내 금융시장의 복합 리스크가 여전히 정책 전환의 걸림돌로 남아, 연준의 9월 인하가 단순 조정이 아니라 한국 통화정책을 전환시킬 ‘분수령’으로 주목받고 있다. 시장은 한은이 이르면 10월 금통위에서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연준 인하 임박, 한미 금리 격차 완화 기대
연준은 한국시간 18일 기준금리 인하 여부를 결정한다. 부진한 고용과 늘어나는 실업이 인하 전망을 뒷받침하며 시장은 이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8월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은 2만2000명에 그쳐 시장 예상을 크게 밑돌았고,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26만3000건으로 4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인하 폭은 0.25%포인트 안팎이 유력하다. 물가가 2%를 웃돌면서 빅컷(0.5%p 인하) 가능성은 낮아졌다.
현재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는 2.00%포인트다. 연준이 0.25%포인트 내리면 격차는 1.75%포인트로 좁혀진다. 한은이 최소 한 차례 금리를 내릴 수 있는 여력이 생기는 셈이다. 정부는 내수 침체와 수출 둔화에 대응해 확장 재정을 펴고 있고, 한은은 이를 뒷받침할 완화적 통화정책 요구에 직면했다. 9월 FOMC 점도표와 향후 정책 방향은 10월과 11월 금통위를 앞둔 한은의 대응 폭을 가늠할 핵심 변수로 꼽힌다.
◇국내 금융 리스크, 가계부채와 환율
국내 금융 리스크 중 가장 큰 부담은 가계부채다. 정부는 6월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을 통해 금융사 대출 공급량을 절반으로 줄이고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축소했지만, 억눌렸던 수요가 다시 살아나며 가계대출은 재증가세로 돌아섰다. 박종우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서울 주요 지역 집값이 여전히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어 계속 경계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리 인하가 주택 시장을 자극해 부채 부담을 키울 가능성을 한은은 우려하고 있다.
환율도 정책 결정의 핵심 변수다. 15일 원·달러 환율은 1388.30원으로 안정된 듯 보이지만 여전히 불안권이다. 금리 인하는 원화 약세를 부추겨 외국인 자금 유출과 수입 물가 상승, 기업 원자재 비용 증가를 유발할 수 있다. 환율 불안이 확대되면 정부의 경기부양 정책 효과도 약화될 수 있다.
◇10월 한은 인하 시나리오와 정책 분수령
연준의 인하가 한국의 금리 인하 여력을 넓히지만, 가계부채와 환율은 여전히 중대한 변수다. 그럼에도 시장은 정부의 확장 재정을 뒷받침하고 경기 하강을 막기 위해 한은이 10월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연준이 올해 10월과 12월에도 FOMC를 열 계획인 만큼 9월 결정은 단순 금리 조정이 아니라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시점을 결정하는 분수령으로 부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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