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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상근 부산항만공사 사장은 지난 3일 부산 본사에서 진행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일부 정부 재정 지원에다 우리 공사 자체 자금을 활용해 인프라 구축 작업을 시작하되, 이 과정에서 관심이 높을 것으로 보이는 국내 에너지 기업들도 컨소시엄으로 사업에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경우 부산항은 북극항로 시대의 요충지가 되는 것은 물론, 친환경 에너지 자원의 물류 거점도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또한 쇄빙 기능을 가진 컨테이너 전용선 건조 과정에 지원 기관으로 참여하는 한편, 북극항로 시범운항에서 북극해 관련 데이터를 축적해 국내 선사에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극지 운항 관련 데이터센터를 공사 내에 설립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다음은 송상근 공사 사장과의 일문일답.
-북극항로 시대는 부산항에 있어 어떤 의미인가. 또 부산항의 경쟁우위는.
△해빙이 가속화하면서 북극항로가 더 이상 먼 미래의 가능성이 아닌 현실로 다가오고 있어,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새로운 장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 북극항로 상용화는 북극항로와 동북아를 연결하는 요충지에 위치한 부산항에 있어 컨테이너 중심 항만에서 글로벌 종합물류 거점으로 도약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라 될 것이다. 실제 부산항은 그간 미주항로의 라스트 포트(Last Port)로서의 핵심 거점 역할을 수행해 온 반면, 유럽항로는 지리적 특성 상 싱가포르나 말레이시아 등 타 항만들이 주요 환적 거점으로 활용되고 있다. 만약 북극항로가 본격적으로 열리면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최단 거리라는 이점을 바탕으로 부산항이 유럽항로에서도 라스트 포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향후 국제정세 변화에 따라 만약 UN 제재가 풀린다면 러시아와 LNG 개발·운송 등의 협력이 복원되고 그린란드, 알래스카 등 북극 인접 지역의 에너지 개발과 운송이 본격화하면 부산항은 친환경 에너지 자원의 물류 거점으로서 기능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북극항로 구축 과정에서 부산항만공사의 역할은.
△‘북극항로 시대를 주도하는 K-해양강국 건설’이라는 현 정부의 국정과제를 실현하는 핵심 거점이 바로 부산항이다. 부산항이 가진 글로벌 경쟁력과 우리 조선산업 메카인 부·울·경이 힘을 합치면 북극항로 시대를 준비하는 정부 정책의 근간이 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부산항만공사는 북극항로 시대에 대비해 보호와 활용이라는 투트랙 전략으로 철저하게 준비할 계획이다. 즉, 북극 환경 보호와 안전을 위한 국제적 거버넌스를 지향하는 한편 북극항로가 제공하는 기회는 친환경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최대한 활용할 수 있게 대비하겠다는 뜻이다.
-실제 부산항이 준비하고 있는 것은.
△북극 얼음이 아무리 빨리 녹여도 컨테이너 화물을 나르는 항로가 본격 열리는 건 2030년 내지 2035년은 돼야 할 것 같다. 중국 일부 컨테이너선이 시범 운항하고 있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고 러시아에 대한 UN 제재가 풀리면 러시아 연안을 중심으로 북극항로가 본격 열릴 것이다. 우선 북극항로 이용에 따른 화물 증가에 대비해 대규모 스마트 항만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 2030년까지 진해 신항 1-1단계 3선석 건설을 마치고 이어서 1-2, 1-3단계 6개 선석을 2035년까지 완공할 것이다. 또한 한동안은 컨테이너선보다는 러시아 야말반도에서 개발되는 액화천연가스(LNG)를 국내로 수송하는 화물 수요가 많을 것에 대비하고 있다. 또 국제해사기구(IMO) 규제로 친환경 연료 선박 운항만 가능해진 만큼 LNG와 메탄올, 암모니아 등을 안정적으로 수송하고 저장, 공급할 수 있는 벙커링 인프라도 갖추려 한다. 올 연말까지 사업화를 위한 구체 계획을 수립하고 부지도 물색 중이다. 정부 지원과 우리 공사 자체 자금을 활용하되, 이 과정에서 국내 에너지 기업들도 사업 컨소시엄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현재 5000톤급 이상 선박이 매년 부산항에 1만7000척 정도 들어오는데, 2050년까지는 부산항에 들어올 2만척 정도의 모든 선박이 부산항에서 벙커링할 수 있게 할 것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이 부산항에 영향을 줄 것 같다.
△북극항로 중에서도 러시아 연안을 따라가는 항로가 가장 얼음이 얇은 만큼 시범 운항 대부분은 러시아 쪽에서 이뤄질 것 같다. 따라서 러시아 당국으로부터 운항 승인 허가를 받아야 하는 만큼 러시아 당국과의 협조적인 부분이 중요하다. 북극항로 활용이라는 관점에서는 러시아와의 관계 설정이 중요해 보인다.
-북극항로 추진에 맞춰 새로운 조직도 만들었나.
△지난 7월에 공사 내에 북극항로팀이라는 조직을 신설했다. 부산항이 북극항로의 거점항이 될 수밖에 없는 만큼 착실하면서도 지속적인 준비가 있어야 하니 전담 조직이 필요했다. 이 팀을 중심으로 해양수산연구원, 극지연구소,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등과 같은 국책 연구기관과 협업하고 있다.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은 부산에 해양수산 관련 공공기관들을 모두 모으겠다는 의지가 강한데.
△현재 부산 동삼동에 해양조사원과 해양수산개발원이 이미 들어와 있지만, 다른 공공기관들도 부산이라는 한 곳에 모이게 되면 여러 장점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항만공사 입장에서는 지리적으로 가까워 직접 만나 협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부산으로 이전하는 해수부가 컨트롤타워가 되고 공공기관들이 협업에서 기능을 수행한다면 해양 수도권을 구축하는데 보다 유리할 수 있다.
-북극항로 시범 운항을 위한 선사와 화주 발굴을 지원할 예정인데.
△선사보다는 수요를 만들어주는 화주가 중심이 돼야 한다. 해수부에서 먼저 전국 항만을 바라보면서 가스나 광물, 컨테이너 등 시범 운항이 가능한 화주를 발굴할 것이다. 컨테이너 중심항인 부산항의 특성 상 우리 공사는 컨테이너 중심으로 화주를 찾아야 할 것이다. 향후 쇄빙 기능을 가진 컨테이너 전용선이 건조된다면 부산항이 중심이 될 수 있도록 충분히 지원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쇄빙선이나 내빙선, 특수선 건조에 있어 정부가 지원할 부분은.
△최초 쇄빙연구선을 국내 조선소에서 만들었고, 러시아 야말반도에서 생산되는 LNG를 수송하는 선박도 과거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이 건조했다. 선박 제조 기술에선 우리나라가 단연 글로벌 톱이다. 오히려 선박 운항 단계에서 시범 운항에 나서는 선주에 대한 지원은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 또 북극해에 관한 데이터를 축적하는 일이 중요한데, 부산항만공사도 극지 운항 관련 데이터센터를 세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아울러 극지 운항을 해 본 전문 선원을 키우는 일도 정부가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해수부가 실무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송상근 부산항만공사 사장 프로필
△1968년 경남 함안 출생 △진주 동명고 △서울대 경제학과 학사 △한국해양대 대학원 해운경영학 석사 △해양수산부 대변인 △주영국대한민국대사관 공사참사관 △해양수산부 해양정책실장 △해양수산부 차관 △제8대 부산항만공사 사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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