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불평하는 1등을 본 적이 없다.
최근 우리나라의 2024년도 1인당 국민소득이 3만6천600달러를 기록, 일본의 3만4천500달러를 2023년에 이어 사상 처음 2년 연속 앞선 것으로 추계됐다(한국은행 자료). 일본의 국민소득이 전년 수준에 그친 데 반해 우리나라는 2천달러 남짓 늘어나 이 추세는 앞으로도 유지될 전망이다. 1990년대 초반 우리의 국민소득은 일본의 3분의 1에 불과했고 모든 산업 분야에서 일본을 따라하기에 바빴다는 점을 되새겨보면 놀라운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이제 한국 경제는 ‘일본을 따라잡는 것’이 아니라 ‘일본을 버려야 산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는 형국이다.
제조업을 포함해 세계적 영향력을 고려해 보면 한국은 더 이상 작은 나라가 아니다. 선진국의 원조를 받던 국가 중 최초로 원조공여국이 되더니 이제는 경제·문화·기술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자본주의 역사상 후진국에서 선진국이 된 유일한 나라이며 무역, 경제 규모, 과학기술, 군사력 등 어떠한 기준을 적용해도 전 세계에서 6~10위에 포함되는 국가의 품격을 갖추고 있다. 세계사적 흐름에서 봐도 한국의 등장은 자본주의 역사의 새로운 특이점(singularity)을 만들어내는 거대한 변화의 출발점으로도 해석된다.
이러한 변화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와 같은 제조업 중심의 경제구조는 서비스산업보다 일반적으로 변화 주기가 길기 때문이다. 더욱이 우리 문화의 세계 진출 속도를 고려하면 최근의 긍정적 변화는 새로운 특이점으로 손색이 없다. BTS를 비롯한 케이팝 예술가들은 일시적 대중문화의 아이콘을 넘어 세계인의 정서와 가치를 연결하는 문화적 메신저가 됐다. ‘강남스타일’로 시작해 ‘기생충’, ‘오징어 게임’으로 이어진 한국 문화의 주류화는 이제 ‘케데헌(케이팝 데몬 헌터스)’으로 이어져 일회적 사건이 아닌, 한국 문화를 세계가 소비하는 새로운 변화의 징표라 할 수 있다. 케이팝, 영화, 드라마로 시작된 한국콘텐츠는 웹툰, 음식, 게임 등 다양한 장르로 확대되고 있다. 외국인이 뽑은 세계 5대 박물관에 국립박물관이 포함된 것처럼 이제는 의도하지 않은 분야에서,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우리 문화가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요즘 한국인은 해외에서 그야말로 선진국 국민 대접을 받는다. 이러한 변화는 무엇보다도 지난 60년간 지속된 한국 경제의 발전이 큰 역할을 했고 눈부신 과학기술의 발전이 경제발전의 원동력 역할을 해왔다. 특히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지난 40여년간 지속된 과학기술 분야의 투자 효과는 새로 출범한 이재명 정부의 인공지능(AI) 분야 100조원 투자 계획으로 더욱 탄력을 받아 한국 경제에 긍정적 변화를 지속적으로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에는 바이오, 우주 산업 등 신산업 분야에서조차 한국은 빠른 추격자에서 잠재적 선도국가로 성장하고 있다. 과학기술은 문화와 결합해 더 큰 파급력을 만들어내고 이는 다시 국가의 위상을 강화하는 선순환이 가능하다.
지금 대한민국 전체가 긍정적 특이점이라는 미증유의 역사적 변곡점을 맞고 있다. 새로운 가능성인 동시에 또 다른 세계관의 시작이다. 선진국 시민으로서 후진국의 구태를 답습한다면 2025년 오늘의 특이점은 아련한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잃어 버린 30년을 겪은 일본의 1980년대처럼. 개인이나 국가나 1등은 항상 자기 혁신과 상생에 집중한다. 비교 대상이 없기 때문에 자기만의 고독과 타인의 질시도 감내해야 한다. 불평하거나 상생하지 않는 1등은 오래가지 못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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