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디지털 사회에서 정보는 매일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클라우드와 데이터 센터 등 다양한 방식으로 데이터를 저장하지만, 전력 소모와 저장 매체의 수명 문제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 남방과기대학교(SUSTech) 연구팀이 개발한 'DNA 카세트 테이프'가 새로운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기술은 DNA를 플라스틱 테이프 형태로 보존하며, 초소형 장치에서도 수세기 동안 데이터를 안전하게 저장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춘다. DNA 카세트 테이프는 단순한 데이터 저장 수단을 넘어 미래 세대까지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디지털 타임 캡슐'로 주목받는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즈(Science Advances)'에 발표됐다.
◆ 데이터 저장과 검색, 이렇게 달라진다
DNA 카세트 테이프는 폴리에스테르와 나일론으로 만든 얇은 필름 위에 데이터를 기록한다. 테이프 표면에는 흰색과 검은색으로 나뉜 특수 바코드가 인쇄되어 있으며, 흰색은 수분을 잘 흡수하는 친수성, 검은색은 수분을 튕기는 발수성을 갖는다. 이를 통해 테이프 표면은 수십만 개의 작은 데이터 저장 위치, 즉 파티션으로 나뉘며, 각 파티션에는 고유 바코드가 있어 데이터의 주소 역할을 한다.
디지털 데이터는 0과 1로 구성된다. 연구팀은 이를 DNA 염기 4종(A, T, C, G)으로 변환한 뒤 합성한 DNA 분자를 바코드의 친수성 영역에 스며들게 한다. 이렇게 DNA가 테이프에 고정되며 정보가 기록된다. 데이터 검색 시에는 바코드를 스캐너로 읽어 원하는 데이터의 주소를 찾고, DNA를 화학적으로 처리해 정보를 회수한다.
실험에서는 하나의 이미지를 네 조각으로 나누어 DNA 테이프에 저장하고, DNA 드라이브 장치를 통해 약 50분 만에 원본 이미지로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 이 과정은 데이터 저장과 검색이 정확하고 안정적임을 보여준다.
◆ 오래가는 기록, 그리고 활용 가능성
DNA 카세트 테이프의 핵심은 장기 보존 능력이다. 연구팀은 'ZIF(결정성 보호층)' 기술을 활용해 DNA를 보호한다. DNA를 도포한 테이프를 특수 용액에 담그면 나노 크기의 결정이 DNA를 감싸 금속 갑옷처럼 보호한다. 이 덕분에 실온에서도 약 345년, 저온 환경에서는 약 2만 년 동안 정보가 안전하게 유지될 수 있다.
또한 보호층은 필요할 때 산성 용액을 통해 약 15초 만에 제거 가능하며, 10분 안에 원래 상태로 되돌릴 수 있어 접근성과 관리가 편리하다.
데이터 용량 측면에서도 DNA 카세트 테이프는 혁신적이다. 연구팀은 실험을 통해 테이프 한 구획에 약 156킬로바이트의 이미지를 기록하고 회수했다. 이를 계산하면 1킬로미터당 약 74.7GB, 이론적으로는 1킬로미터당 362PB까지 기록할 수 있다. 100미터 길이의 테이프라면 약 36PB에 해당하며, 전 세계 음악을 모두 저장해도 여유가 있는 수준이다.
장래에는 DNA 카세트 테이프가 음악, 영상 등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아카이브, 도서관과 문서관의 자료 보존, 개인 기록 관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가족 사진이나 개인 음악 라이브러리를 DNA 카세트에 담아 후손에게 전달하는 방식도 고려할 수 있다. 레트로 카세트 형태와 DNA 기술을 결합한 이번 연구는, 단순한 저장 장치를 넘어 수세기 동안 정보를 보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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