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신경 안 씁니다. 리듬 뺏기니까”…홈런왕 레이스 독주 체제 굳힌 삼성 디아즈, 이젠 자신과 싸움

삼성 외국인타자 르윈 디아즈가 14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KT전 6회말 시즌 46호 홈런을 쏘아 올린 뒤,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디아즈는 홈런왕 레이스 독주 체제를 한층 굳건히 했다.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기록을 의식하는 순간 리듬을 뺏길지도 모른다.”

삼성 라이온즈 외국인타자 르윈 디아즈(29)는 14일 대구 KT 위즈전에서 시즌 46호 홈런을 쳤다. 그는 3-2로 앞선 6회말 선두타자로 KT 선발 오원석의 초구를 우측 담장 너머로 날려 버렸다. 동시에 올 시즌 홈런왕 레이스도 디아즈의 독주 체제로 더욱 굳어졌다. 현재 40홈런 이상을 친 선수가 디아즈뿐인 건 물론, 2위 패트릭 위즈덤(KIA 타이거즈·32개)과 격차도 크다.

삼성에는 앞으로 11경기가 남아 있다. 지금의 흐름이면 디아즈는 50홈런 달성이 가능하다. 디아즈가 50홈런을 치면 많은 역사가 쓰인다. 삼성은 50홈런을 3차례(1999·2003년) 달성한 ‘국민타자’ 이승엽 이후 22년 만이자, 구단 역대 2번째 50홈런 타자를 배출한다. KBO리그에선 2003년 이승엽과 홈런 대결을 펼친 ‘헤라클레스’ 심정수(현대 유니콘스·57개), 현재 디아즈와 동료가 된 ‘국민거포’ 박병호(당시 넥센 히어로즈·2014~2015년)에 이어 4번째이자, 외국인타자 최초의 주인공이 탄생한다.

삼성 외국인타자 르윈 디아즈가 14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KT전 6회말 시즌 46호 홈런을 쏘아 올린 뒤, 덕아웃을 향해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하지만 디아즈는 이러한 기록들을 의식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기록 도전을 의식하기보다 자신의 타격 페이스에만 집중하는 게 더 좋은 타격으로 이어진다는 생각이다. 그는 “외국인타자로서 홈런과 장타를 많이 치는 게 팀에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안다. 하지만 (홈런) 개수는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팀이나 리그의 종전 기록들을 의식하게 되는 순간 마음이 조급해질 테고, (타격) 리듬을 뺏길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기록에 연연하지 않는 게 자신에게 더 도움이 된다는 건 디아즈 본인이 가장 잘 안다. 그는 지난달 30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부터 7경기에서 1홈런을 기록했다. 홈런 페이스가 잠시 주춤해지자, 박진만 삼성 감독도 “주위에서 50홈런 이야기를 자주 하다 보니 욕심이 생겼는지 힘이 많이 들어간 듯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를 이겨낸 뒤에는 6일 대구 한화전부터 6경기에서 3홈런을 때려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한 삼성은 디아즈의 활약에 힘입어 올 시즌에도 포스트시즌(PS) 진출에 도전하고 있다. 디아즈는 “내 홈런과 안타가 팀 승리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게 가장 중요하다. 우릴 응원해주시는 수많은 삼성 팬들에게 기쁨을 드리는 게 나의 기쁨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대구｜김현세 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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