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티메프 사태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온라인 결제대행사(PG사) 가이드라인을 만들었지만 이는 구색만 갖춘 격이다. PG사가 사태 원인은 아니어서다.
본질적인 대책이 될 수는 없다는 얘기다. 티메프 사태가 발발한 지 1년이 넘어가지만 피해자 보상은 0%를 수렴한다. 그런데도 이들을 위한 구제안은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다.
PG사 가이드라인, 대책 맞나
금감원은 지난 10일 ‘PG사 정산자금 외부관리 가이드라인’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제2티메프 사태를 막고자 발의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되기까지 생기는 공백을 가이드라인으로 관리하겠다는 취지다. PG사는 카드사와 판매자(가맹점) 사이에서 정산을 대행하는 역할을 한다.
해당 가이드라인을 통해 금감원은 PG사 정산자금을 외부에서 관리하게 해 안전성을 높이고자 했다. 판매자에게 지급할 금액 등 정산자금을 매 영업일 단위로 산정하고 나면 정산자금 60% 이상을 신탁‧지급보증보험으로 외부관리하고 국채와 같은 안전자산으로 운용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이다. 시행일은 내년 1월 1일이다.
금감원은 해당 규제안이 티메프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함이라고 강조했지만 이는 핵심을 잘못짚은 규제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티메프 사태의 근본 원인은 플랫폼이 PG사를 겸업해서이지 PG사가 안전하게 관리하지 못해 터진 게 아니기 때문이다. 전금법 개정안에 담긴 PG사 판매대금에 대한 외부관리 의무화 또한 같은 문제로 빛 좋은 개살구라는 비판을 받는다.
티메프 사태, 기업 운명 갈렸지만…피해자는?
이러한 당국 조치에 티메프 사태 피해자들 반응은 싸늘하다. 피해자들이 보기에는 보상길이 막히고 구제안도 전무한 가운데 정부가 제2티메프 사태를 방지하겠다며 꺼낸 조치지만 헛다리를 짚은 실정이어서다. 당국은 사태 재발 방지를 강조할 뿐 사실상 사후약방문은커녕 허울에 불과한 방안을 내놓은 셈이었다.
티메프 사태 피해자들은 착잡할 수밖에 없다. 티메프 사태가 지난해 7월 발생하고 1년이 넘어간 이 시점에 희비가 갈리긴 하지만 해당 기업들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방향이라도 잡혀가는데 피해자들에겐 어느 쪽이든 암울한 결과가 예상돼서다. 티메프 사태 이후 나란히 기업 회생 절차를 밟던 티몬과 위메프는 각각 엇갈린 결말을 맞이했다.
티몬은 지난 4월 오아시스마켓에 인수되면서 지난달 22일 회생절차를 종결했다. 최근엔 서비스 재개까지 앞두고 있다. 반면 위메프는 지난 4월 제너시스BBQ그룹이 인수 의향을 보였으나 철회하면서 지난 9일 파산 절차에 들어갔다. 즉시 항고를 14일 이내 제기할 수도 있으나 위메프는 홈페이지에 서비스 종료 안내문을 고지하며 항고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현재 티메프 사태 피해자들은 티몬이 회생에 성공했든 위메프가 파산이 확정됐든 변제율이 0%인 건 매한가지다. 티몬은 인수되는 과정에서 피해 변제율이 0.75%에 그쳤으며 위메프는 변제를 기대할 수 없는 자산 규모만 남아서다. 누적 피해 규모만 1조5000억원에 이르는 대규모 피해는 속절없이 판매자‧소비자를 포함해 약 50만명에 달하는 피해자들 몫이 됐다.
우산 없는 티메프 사태 피해자들
더욱 심각한 건 티메프 사태 피해자들에 대한 구제안은 어디에도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기금이 됐든 이자 지원이 됐든 아무것도 지원되고 있는 게 없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더리브스가 대책을 묻자 당국은 책임을 한국소비자보호원에 떠넘겼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티메프 사태 피해 구제안에 대한 더리브스 질의에 “티메프 사태가 다시는 발생되지 않도록 최대한 빨리 예방하고 안전장치를 마련하겠다는 작업으로 가이드라인을 시행했다”라며 “(금감원은) 금융 업무에 관련된 금융 분쟁 조정 업무를 하고 있는데 티메프 사태 구제에 대해서는 전자상거래 관련된 분쟁이기에 총괄적인 부분은 소비자보호원으로 넘어갔다”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소비자보호원 또한 책임을 회피하는 건 마찬가지였다. 구제안에 대한 물음에 티메프 사태 관련 분쟁 조정 얘기만 반복했다.
한국소비자보호원 관계자는 더리브스와 통화에서 “(피해자들을 위한 움직임으로) 티메프 집단분쟁 조정이 진행된 이후 불수락한 사업자들 대상으로 소송을 지원하고 있으나 진행상황은 아직 없다”라며 “현실적으로 티몬이나 위메프 대상으로 소송하기는 회생 절차가 종결돼서 어려울 것 같고 집단 문제 조정에서 불수락한 판매처 상대로 한 소송 진행 상황을 보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구제안과 관련한 뚜렷한 돌파구는 아직까지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티메프 사태와 같은 비극을 예방하기 위한 대책으로 소비자와 판매자 간 시간차를 줄이는 법안과 결제 수단이 나와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화여대 채상미 경영학과 교수는 더리브스 질의에 “PG사는 중간에서 결제하는 업체이다 보니 티메프 사태에서 역할을 했다기보다는 손해를 본 쪽인데 이 사태 문제의 핵심은 결제와 결제 사이에 중간자가 있고 이 사이 시간차가 발생하는 거다”라며 “이를 법으로 정해서 최소화할 것이냐 아니면 최대한 즉시 결제‧지급이 이뤄지게끔 하는 다양한 결제 수단을 도입할 것이냐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춰 법으로 강제하는 부분을 비롯해 기술적으로 다양한 결제 수단을 쓰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플랫폼사가 정산금액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검은우산 비상대책위원회 신정권 대표는 더리브스와 통화에서 “티메프 사태는 PG사가 안전하게 보관하지 않아서 터진 게 아니고 티몬이란 회사가 2차 PG라는 역할을 하게 되고 이를 금감원이든 어느 곳에서도 관리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터진 거다”라며 “전금법 개정안이든 금감원 권고사항이든 이런 2차 PG 행위에 대한 제재를 위한 게 아니라 기존 PG사에 대한 제재 요청이기 때문에 현 상황을 반영하지 않는 형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먼저 플랫폼사부터 최소한의 정산 예정 금액에 대한 지급 준비를 해두는 안전장치가 있어야 한다”라며 “그다음 법안으로 정산주기 단축을 진행하는 단계별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양하영 기자 hyy@tleav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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