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진혁 기자= 잔루이지 돈나룸마가 압도적인 선방 능력으로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다.
15일(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의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2025-2026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PL) 4라운드를 치른 맨시티가 맨체스터유나이티드에 3-0 완승을 거뒀다. 이로써 맨시티는 리그 2연패에서 탈출했고 맨유는 리그 2패째를 기록했다.
이날 돈나룸마가 선발 데뷔전을 가졌다. 지난 시즌 파리생제르맹(PSG)의 창단 첫 유럽 트레블에 일조한 돈나룸마는 프리시즌 내 PSG 전술 변화의 희생양이 됐다. 루이스 엔리케 감독은 발밑이 불안한 돈나룸마보다 뤼카 슈발리에를 선호했고 결국 돈나룸마는 매각 명단에 올랐다. 월드클래스로 평가받는 골키퍼가 예기치 못하게 이적시장에 나오게 됐고 마침 골키퍼 포지션에 고민이 많았던 맨시티가 빠르게 접근해 돈나룸마를 채갔다.
영입 초기에는 의문 섞인 반응이 많았다. 후방 빌드업 세밀화를 강조하는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과연 빌드업이 약한 돈나룸마에 만족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그러나 현지 보도에 따르면 돈나룸마 영입은 전적으로 과르디올라 감독 결정이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올 시즌 맨시티 전력이 과거에 비해 경기를 지배할 만한 수준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했고 라인을 올려 상대를 압도하는 공격적인 전술을 구상했는데 이때 헐거워진 후방 안정감을 선방 능력이 좋은 돈나룸마로 메우겠다는 의향이었다.
과르디올라 감독의 의도는 올 시즌 첫 맨체스터 더비에서 완벽하게 입증됐다. 맨시티 골문을 지킨 돈나룸마는 강력한 선방 능력을 발휘하며 팀의 클린시트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돈나룸마는 롱킥 성공률이 32%에 불과할 정도로 패스 정확도에서는 분명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러나 경기 분위기를 휘어잡는 세이브 능력으로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다.
이날 돈나룸마는 경기 중 결정적인 선방 2차례를 선보였다. 전반 4분 페널티 박스 앞에서 공을 잡은 베냐민 세슈코가 빙글 돌아 골문 구석을 노린 왼발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다. 공에 끝까지 시선을 맞춘 돈나룸마는 안정적으로 뛰어올라 공을 막아냈다.
2-0으로 앞서던 후반 16분에는 맨유의 추격 의지를 꺾는 슈퍼 세이브를 가동했다. 왼쪽 측면에서 파트리크 도르구가 박스 안으로 크로스를 투입했다. 브라이언 음뵈모는 침착하게 기다린 뒤 다이렉트 발리 슈팅으로 처리했는데 골문 구석으로 빨려 들어가는 궤적을 그렸다. 이때 돈나룸마가 짧은 거리인데도 순간 반응해 다이빙했고 오른손 끝으로 막아냈다.
맨유전 3-0 대승의 최우수 선수는 멀티골을 기록한 엘링 홀란이 선정됐다. 그러나 홀란은 중계사 인터뷰에서 “나는 경기 최우수 선수를 돈나룸마에게 주고 싶다. 그는 정말 믿기지 않았다”라며 돈나룸마의 활약에 감탄했다.
기존에 맨시티는 안정적인 빌드업 능력을 갖췄지만 선방력이 다소 떨어지는 골키퍼를 여러번 보유했다. 올여름 팀을 떠난 에데르송이 대표적인 자원이다. 그러나 과르디올라 감독은 고집을 꺾고 팀의 현 상황에 맞춰 시대역행적인 골키퍼 돈나룸마를 영입했다. 그리고 단 한 경기만에 돈나룸마를 선택한 이유가 증명됐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맨체스터시티 X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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