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移민국] (10) 월급 2개월치 넘기라는 브로커···'한국은 지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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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移민국] (10) 월급 2개월치 넘기라는 브로커···'한국은 지옥이었다'

여성경제신문 2025-09-15 09: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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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기준 한국 체류 외국인은 265만명, 전체 인구의 5.2%에 이른다. 한국은 더 이상 단일민족 국가가 아니며 다민족 사회이자 글로벌 이주 국가를 향해 진입한 상태다. 그러나 사회적 인식은 여전히 단일민족 도그마에 머물러 있다. 이 시리즈는 전국 곳곳에 형성된 이민자 커뮤니티를 직접 방문해 체류 외국인의 생활 양식 등을 기록하고 지역별 이주 사회의 모습과 서사를 '이민자 지도'로 구축하는 것을 시작점으로 삼는다. 이후에는 외국인 비자 제도 전반과 주요 체류 자격별 현황을 살펴봄으로써 한국 이민 정책의 큰 그림을 조망한다. 이 과정을 통해 이민정책 전반을 통합적으로 조율할 수 있는 시스템의 필요성이 어떻게 드러나는지를 짚어볼 것이다. [편집자주]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가 시행된지 10년이 지났지만 규제의 사각지대는 여전하다. 사진은 외국인 계절근로자들이 배추밭에서 일하고 있는 모습. /영양군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가 시행된지 10년이 지났지만 규제의 사각지대는 여전하다. 사진은 외국인 계절근로자들이 배추밭에서 일하고 있는 모습. /영양군 

지난해 전남 해남 농가에서 일했던 필리핀 출신 외국인 계절근로자 A씨는 브로커(중개인)에게 "더 나은 농장으로 옮겨 주겠다"는 조건으로 월급 2개월분을 수수료로 넘기라는 요구를 받았다. A씨는 거부할 경우 피해를 볼 수도 있다고 판단해 반강제적으로 착취에 응했다.

그는 상당한 비용을 건넸지만, 원하던 농장 이동은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A씨는 기존 사업장에서조차 일자리를 잃었고, 급여를 제대로 받지 못한 데다 브로커에게 강제로 여권을 압수당해 불법 체류 신분으로 전락했다.

대한민국 농어촌에서 빈번하게 벌어지는 일상의 단면이다. 극심한 인력난을 해소하고자 도입된 계절근로자 제도가 일부 브로커들에게 악용되는 현실이다.

지난 2015년 충북 괴산군에서 도입된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는 2017년 전국으로 확대돼 단기 인력 수급에 기여해 왔다. 하지만 낮은 임금과 인권 침해, 높은 이탈률 등 한계가 여전해 법적 기반 강화, 노동 인식 개선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브로커의 구조적 농단이 가장 심각한 문제로 꼽힌다. 과거엔 불법 브로커의 임금 갈취 문제가 가장 심각했다면, 최근엔 합법적 자격을 가진 브로커조차 △과도한 수수료 요구 △선발·배치 권한 독점 △이중계약 △특정 농가와의 유착 등으로 근로자 권익을 침해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일부 지방자치단체 현장에서는 브로커가 근로자의 여권과 통장을 압수하거나 임금을 미지급한 사례가 확인되기도 했다. 인권위는 이를 착취 목적의 불법 모집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으며, 유엔 '인신매매방지의정서' 기준상 인신매매 행위로 해석했다. 이 외에도 폭언, 열악한 숙소 환경을 비롯해 대출·연대보증 서류에 서명을 강요당하는 등 다양한 피해 사례가 보고됐다.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는 농어업 분야의 인력난 해소를 위해 외국인이 최대 8개월간 체류하며 일손을 돕는 합법적인 제도다. 고용주는 농업경영체 등록 정보와 추가배정 조건 충족 여부 등에 따라 1개 농가가 최대 14명까지 신청할 수 있다. 피고용 대상은 △대한민국 지자체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외국 지자체 주민 △결혼이민자의 본국 가족 △국내 체류 외국인 등이다.

계절 근로자들은 대개 E-8 비자를 발급받아 입국한다. E-8 비자는 MOU를 통한 선발, 가족 추천, 국내 체류 외국인 채용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발급된다. 비자 취득자는 최저임금 이상 지급, 숙소·샤워시설 제공, 산재보험 가입, 월 2일 이상 휴식 등 근로조건이 법적으로 보장된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국내 외국인 계절근로자는 2017년 1085명에서 2022년 1만2027명, 2023년 3만2837명, 지난해 5만7269명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5만3940명이 입국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계절근로자 이탈자도 늘어났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연간 300명을 밑돌았던 계절근로 이탈자 수는 2022년 1151명으로 급증했다. 이후 2023년 925명, 2024년 869명으로 집계됐다.

주요 이탈 원인으로 △낮은 임금 △브로커의 과도한 간섭 △송출 수수료 과다 △임금 체불·갈취 △장시간 노동 등이 지목된다. 일부 농가에서는 인근 건설 현장 등 본래 업무를 벗어난 일터에 계절 근로자를 불법 투입한 사례도 있다.

김경덕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시니어 이코노미스트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임금이 낮고 조건이 열악할 때 근로자들이 더 좋은 환경을 찾아 이탈하는 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 계절 근로자 제도의 해결책으로 노동시장 임금 준수와 불법 인력중개업 양성화 등을 제시했다.

김 이코노미스트는 "외국인 노동력을 도구로만 보면 여권 압수나 임금 갈취 같은 인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라며 "농어민은 저렴한 인건비에 불평 없이 일하는 인력을 선호하겠지만, 외국인 노동자에게도 동일 노동에 동일 임금이 적용되는 게 당연하다"고 했다.

해외의 선진 사례는 국내 제도 개선 방향에 시사점을 준다. 호주의 계절근로자 제도(Seasonal Worker Programme, SWP)는 외국인 계절 근로자에게 호주 현지 근로자와 동등한 권리와 보호를 보장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호주의 모든 계절근로자는 최저임금 이상의 급여를 받도록 규정돼 있다.

아울러 임시 계절 근로자여도 정규직 근로자와 동일한 권리를 가지며 안전 관련 법률 적용도 똑같이 받는다. 노동 착취를 당하는 근로자는 공정근로 옴부즈만(Fair Work Ombudsman) 등 관계 기관에 익명으로 신고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호주는 이런 계절 근로자 제도를 통해 농업 인력 수급을 안정화하는 데 성공했다.

캐나다의 계절 농업 근로자 프로그램(Seasonal Agricultural Worker Program, SAWP)도 계절 근로자 권익 보호에 초점을 둔다. SAWP를 통해 외국인 계절 근로자들은 캐나다에 도착한 순간부터 최저임금·의료보험 등 캐나다 현지 근로자들과 동일한 보호를 받는다. 노동 착취를 당하면 연방 정부의 익명 신고 라인을 이용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계절 근로자 제도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제도가 최근 국회 문턱을 넘었다. 지난 7월 24일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외국인 계절 근로자 제도 개선법(농어업 고용인력 지원 특별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번 개정안에는 △외국인 계절 근로자 정의 신설 △표준 근로계약서 도입 △임금 체불, 질병·사망 등 상황을 대비한 보험 가입 의무화 △공공형 외국인 계절 근로 사업장 지정의 법적 근거 마련 등이 포함됐다.

그간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는 법적 근거 없이 법무부의 지침에 의해서만 시행돼 브로커의 임금 착취 등 각종 인권침해가 발생하는데도 처벌하지 못하는 등 여러 문제가 지적됐었다.

임미애 의원실 관계자는 본지에 "법을 개정하면서 관련 제도의 법적 근거와 브로커 처벌 근거가 만들어졌고 임금체불 방지책이 마련됐다"라며 "표준근로계약서나 임금체불 방지책이 도입된 건 노동 인권문제가 개선되는 부분"이라고 했다.

이어 "지금처럼 법무부와 농식품부, 해수부, 지자체 등으로 업무가 분절된 구조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제언했다. 현재 계절근로자 관련 제도 운영은 법무부,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지자체 등이 공동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작년 10월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국무조정실 중심으로 제도 운용을 재편할 것을 지시한 바 있다.

※ 아래 영상은 이 기사 내용을 귀로 들을 수 있는 오디오뉴스입니다. 구글LM으로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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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경제신문 서은정 기자 sej@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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