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기준 확대에 반대하는 내용의 국회 국민청원은 사흘 만에 10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는 등 반대 여론이 대규모로 형성됐다. 그후 여당에선 대주주 기준을 현행대로 50억원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조만간 결정하겠다던 대주주 기준은 한달이 넘도록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만 나올 뿐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그 사이 유가증권시장(코스피)은 글로벌 시장의 상승세 속에서 나홀로 박스권 장세를 이어갔다. 개미들은 지쳐갔고 “역시 국장은 안된다”는 푸념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자본시장 활성화를 기치로 걸었던 이재명 정부의 진정성에 대한 의심도 점점 커져 갔다.
다들 정부여당의 이런 행태에 대해 궁금증을 가지고 있던 터에 이재명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모든 의문이 풀렸다.
이 대통령은 지난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대주주 관련 질문에 “한개 종목을 50억원어치 사는 사람은 없는데, 50억원까지 면세해야 하느냐는 생각을 지금도 한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주식시장 활성화가 그로 인해 장애를 받을 정도면 굳이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답했다.
대통령 본인은 대주주 기준을 10억원으로 내리는 게 맞다고 생각하지만 시장의 요구에 따라 50억원으로 유지하기로 생각을 바꿨다는 얘기다.
그렇다. 수많은 기자들이 여당 국회의원들과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계속해서 질문을 했지만 속 시원한 답을 내놓지 못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이 대통령의 한 마디에 국내 주식시장은 곧바로 환호했다. 정확하게 얘기하면 대통령이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으로 유지하겠다고 얘기한다는 소식이 알려진 지난 10일부터 환호했다. 지난 10일 코스피는 4년 2개월 만에 장중 최고가(3317.77)를 경신했고 종가(3314.53) 기준으로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후 사흘 연속 최고가를 새롭게 쓰며 12일 3395.54로 거래를 마감했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이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대주주 기준뿐 아니라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 인하와 주식시장 신뢰 회복을 위한 상법 개정 필요성 등 자본시장 활성화에 대한 의지를 재천명한 것이다.
시장과 전문가들은 이 기세라면 코스피 시장이 3500을 넘어 4000까지 갈 수 있다는 희망섞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주식시장은 심리로 움직인다고 한다. 단순히 기업 실적이나 경제 지표 같은 객관적 수치만이 아니라 투자자들의 기대, 공포, 탐욕 같은 감정에 따라 크게 변동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11일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대주주 기준 논란이) 주식시장 활성화 의지를 시험하는 시험지 비슷하게 느껴진다”고 언급했다. 정확하다. 시장에선 대주주 기준 자체가 아니라 대통령과 정부여당의 시장활성화에 대한 의지를 의심했던 것이고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의지를 확인한 것이다.
이재명 정부가 목표로 하는 코스피 5000시대를 여는 길은 명확하다. 대통령과 정부여당이 변함없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럼 시장은 계속해서 환호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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