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뮌헨(독일)=엠투데이 이상원기자] 폭스바겐을 대표하는 차종은 소형 해치백 골프(Golf)다. 1974년 처음 출시된 골프는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3,700만 대 이상 판매된 글로벌 베스트셀링 모델이다.
국내에서도 2005년 5세대 모델이 처음 도입된 이후, 지금까지 6만 대 가까이 판매되며 해치백 시장을 개척한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2.0 TDI와 GTI 모델은 실용성과 주행 성능, 디자인, 첨단 기술을 두루 갖춰 가장 실용적인 프리미엄 모델로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골프는 국내에서 판매되는 TDI와 GTI 외에 왜건 모델인 골프 스포츠왜건과 골프의 최고봉으로 불리는 골프 R까지 다양한 모델들로 라인업이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골프 R은 지난 2015년 국내에서도 판매를 시작했으나 때마침 터진 디젤게이트로 인증 취소된 이후 지금까지 들여오지 않고 있다.
골프 R은 폭스바겐 R GmbH가 제작하는 폭스바겐 모터스포츠, 레이싱 DNA을 결집시킨 최상위 고성능 모델이다. 합리적인 가격대의 범용 차량으로 레이싱 주행을 경험할 수 있는 유일한 차종인 골프 R의 재등장을 매니아들은 애타게 기다리지만 아쉽게도 아직은 국내 도입 여부는 확정되지 못하고 있다.
독일 뮌헨 2025 IAA 모빌리티에 맞춰 지난해 하반기 출시된 8세대 신형 골프 R을 독일 현지에서 직접 시승해 볼 기회를 가졌다.
2024년 하반기 출시된 8세대 페이스리프트 모델 골프 R은 새로운 파워트레인이 적용됐고 섀시 세팅이 더 정교해졌다. 여기에 폭스바겐의 최신 첨단 기술들이 모두 응축, 폭스바겐 전 라인업 중 가장 강력하고 정교한 주행 능력을 갖췄다.
8세대 골프 R의 외관을 간단히 살펴보자. 고성능을 상징하는 R 엠블럼, IQ.라이트 LED 매트릭스 헤드라이트, 모터스포츠 스타일 전면 스플리터와 역동성 넘치는 그릴, 브레이크 냉각 공기 흡입구 적용으로 역동성이 넘친다.
트렁크와 휠 캡, 브레이크 캘리퍼의 R 로고와 다이아몬드 컷으로 가공된 19인치 단조 휠도 골프 R의 존재감을 부각시킨다.
시트 바리에이션은 운전석은 전동식 조질이지만 동반자석은 여전히 수동식으로, 전동화에 익숙한 경우는 약간의 불편함이 느껴질 수 있다.
골프 R에는 적용된 12.9인치 대형 디스플레이는 내비게이션의 도로 안내와 인근 식당, 주유소 등의 확인이 용이해 사용이 매우 편리하다. 특히, R 전용 그래픽을 포함한 새로운 그래픽과 업그레이드된 메뉴 구조로 터치 디스플레이가 편리하다. 상단 바와 홈 화면에 즐겨찾기 기능을 배치할 수 있고 하단 바는 고정 표시돼 있어 다양한 앱 실행에도 직관적인 사용이 가능해 운전 중 조작이 편리하다.
또, 챗GPT가 통합된 ‘IDA 음성 어시스턴트’가 적용됐다. 일상 언어로 에어컨, 전화 또는 내비게이션 기능을 제어할 수 있고 드라이빙 프로파일, 레이스 모드와 같은 특정 기능 활성화하고 일반 상식 질문에도 답변이 가능하다.
시승코스는 뮌헨에서 오스트리아 키츠빌 바우어호텔까지 238km로 편도 약 5시간 가량이 걸리는 거리다. 아우토반과 독일의 알프스 가르미슈 파르텐 키르헨(Garmich Parten Kirchen)과 오스트리아 티롤주 쿠프슈타인 등을 거치는 가파른 산악지역을 가로지른다.
오스트리아 키츠빌에서 잘츠부르크 인근 첼암제를 돌아 뮌헨으로 오는 200km(5시간) 구간 역시 구불구불한 알프스 산악코스와 아우토반을 경유하는 코스로, 골프 R의 주행성능을 맘껏 맛볼 수 있는 코스다.
참고로 골프 R의 성능 스펙부터 살펴보자. 골프 R의 파워트레인은 폭스바겐 양산형 엔진 시리즈 중 가장 강력한 2.0L 터보차저 가솔린TSI ‘EA888 LK3 evo4’엔진과 7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DSG)가 조합, 최고출력 333마력, 최대토크 42.8kg·m(420Nm)의 파워를 낸다. 최고 출력은 이전 모델보다 14마력이 높아졌다.
시속 100km까지 가속 시간 4.6초를 경험할 정도로 속력을 낼 수는 없었지만 묵직한 배기음과 함께 뿜어져 나오는 가속력과 퍼포먼스는 어떤 레이싱 모델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가끔씩 나타날 수 있는 터보차저 엔진의 터보랙도 운전 동안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고 7단 듀얼클러치의 빠른 변속감도 운전의 재미를 더해준다.
골프 R의 묵직한 스티어링 휠은 매우 정밀도가 높아 미세한 차량의 움직임까지 손에 그대로 전달된다. 고속 주행에서 단단한 접지력을 잘 유지하고, 코너에서 언더스티어(앞바퀴 접지력 손실)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섀시를 통해 느껴지는 타이어의 달리는 소음도 뛰어난 주행 세련미를 느끼게 해 준다.
알프스를 넘는 급커브에서는 날카로운 스티어링으로 코너 중앙을 주행할 때 차량 뒤쪽 끝이 바깥쪽으로 흔들리지 않는다. 뛰어난 안정성과 높은 수준의 기계적 그립력이 탁월하다. 탄탄한 차체를 바탕으로 노면을 단단히 움켜쥐는 느낌이다. 잘 튜닝된 서스펜션 덕분에 가파른 절벽 코너에서도 안정적이고 부드러운 주행감을 발휘한다.
운전 모드도 노멀에서 스포츠, 에코까지 특성에 따라 고를 수 있다. 일반 차량의 경우, 에코모드에서는 힘이 모자란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지만 골프 R은 에코모드도 전혀 밀리지 않는다.
굳이 스포츠모드로 바꿀 필요 없이 패들쉬프트를 통해 수동모드로 전환하면 환상적인 드라이빙 경험을 맛 볼 수도 있다.
폭스바겐 측의 설명에 따르면 신형 골프R에는 새로운 ‘4MOTION 4륜구동 시스템’이 탑재됐다. 이는 구동력을 전. 후 액슬과 좌.우 뒷바퀴 사이에서 상황에 따라 가변적으로 배분, 모든 상황에서 한층 안정적으로 주행할 수 있도록 해 준다.
고속도로와 산악 등 다양한 코스를 230km 주행한 골프 R의 평균 연비는 10.7km 정도가 왔다. 가혹한 환경에서의 드라이빙인데도 공식 연비 26mpg(11.0km)에 근접했다.
신형 골프 R은 수 십년 간 이어져 온 폭스바겐 골프 DNA에 레이싱 코드의 ‘R’이 더해진 간결하면서도 더욱 스포티한 디자인과 완벽한 차체 비밸런스에 더욱 강력해진 성능으로 공도에서 만나볼 수 있는 가장 역동적인 차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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