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금재구성] 지옥같은 7일 '美구금증언'…"총구 들이밀고 수갑·쇠사슬 채워 한방70명...최악, 지옥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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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금재구성] 지옥같은 7일 '美구금증언'…"총구 들이밀고 수갑·쇠사슬 채워 한방70명...최악, 지옥의 시작"

폴리뉴스 2025-09-14 18:32:14 신고

8일(현지시간) 미국 당국의 이민단속으로 체포된 현대차-LG엔솔 배터리공장 건설 현장 직원들이 수감돼 있는 조지아주 포크스턴의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시설 모습. [사진=연합뉴스]
8일(현지시간) 미국 당국의 이민단속으로 체포된 현대차-LG엔솔 배터리공장 건설 현장 직원들이 수감돼 있는 조지아주 포크스턴의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시설 모습.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성지 기자] "일하는 중 갑자기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더니 총을 든 사람들이 우르르 들어왔고 이유를 몰라 우왕좌왕 했다. 누군가는 영문도 모른 채 뛰었고, 어떤 이들은 숨기도 했으며, 너무 당황해 그 자리에 서서 꼼짝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었다. 지옥의 시작이었다."

미국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일하다 7일간 구금됐던 근로자들은 지난 1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서 만난 이들은 취재진에게 체포부터 구금까지 전 과정을 생생하게 전했다. 구치소에서 기록했던 '구금일지' 중 일부도 공개됐다.

한국인 구금자들은 입을 모아 "지옥 같은 최악의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구금일지 작성자 A씨의 증언과 구금자들의 생생한 증언들에 의하면, 미국 공장건설을 위해 출장간 한국인들에게 '전쟁포로''중범죄자'같은 끔찍한 폭력적인 반인권적 1주일의 구금생활을 했다는 것이 하나씩 드러나고 있다. 

우리 국민들의 반인권적인 구금생활 대해 외교부는 14일 "부당한 인권침해에 미진했던 부분을 면밀히 파악하고 필요한 조치를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은 "우리 정부는 금번 사건 발생 초기부터 미측에 유감을 표명함과 동시에 미측의 법 집행 과정에서 우리 국민의 권익이 부당하게 침해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미측에 지속 제기했다"고 밝혔다.

이어 "미측과 협의 시 구금된 우리 국민 대다수의 최우선적 요구 사항인 최단 시일 내 석방 및 귀국에 중점을 두면서도, 구금된 우리 국민 불편 해소 및 고통 경감을 위한 미측 조치를 적극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미 구금 한국인' A씨가 작성한 생생한 구금일지 [사진=연합뉴스]
'미 구금 한국인' A씨가 작성한 생생한 구금일지 [사진=연합뉴스]

"지옥의 시작... 지옥같은 최악의 경험"

30대 남성은 "그냥 호송차를 타고 가는 줄 알았는데 수갑을 채우고 몸에 쇠사슬을 감은 것을 보고 나서야 단순히 어디로 이동하는 게 아님을 직감했다"고 했으며 40대 남성 직원은 "허리엔 체인, 손목엔 수갑을 찼다. 족쇄를 차는 사람도 있었다. '왜 수갑을 채우냐'고 물었더니 '형식상 그렇다', '프로세스다'라고 말해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14시간40분의 긴 비행을 마치고 12일 오후 3시24분 경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해 모습을 드러낸 한국인 근로자들은 며칠간의 구금 생활로 수척해진 모습이었다. 하지만 얼굴에는 안도감이 묻어났고 일부는 웃었으며 "자유다"라고 외치는 사람도 있었다. 수염이 자란 채 작업복을 입은 근로자, 머리를 감지 못한 듯 모자와 마스크를 쓴 근로자도 여럿이었다.

손에는 몇 주 간의 출장에 대비한 캐리어나 커다란 가방 대신 간단한 물품을 담은 비닐봉지가 들려 있었다. 일부는 여권을 챙기지 못해 법무부 출입국 심사를 따로 받기도 했다. 긴박한 당시 상황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미국 이민 단속 당국이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 4일(현지시간)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에서 벌인 불법체류·고용 단속 현장 영상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사진=ICE 홈페이지 영상 캡쳐. 재판매 및 DB 금지]
미국 이민 단속 당국이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 4일(현지시간)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에서 벌인 불법체류·고용 단속 현장 영상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사진=ICE 홈페이지 영상 캡쳐. 재판매 및 DB 금지]

"일과 중 들이닥쳐 총구부터 들이밀어"...수갑 왜 채우냐..."프로세스다"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은 4일 오전 10시쯤 들이닥쳤다. 작업자들을 향해 총구를 겨눈 채 들어온 이들은 안전모와 안전화를 착용한 근로자들을 상대로 1차 몸수색을 했다. 갑자기 들이닥친 군인들이 영어로 고함을 치며 총을 들이밀자 상황을 파악할 새도 없었다고 한다.

한 줄로 서서 나갈 것을 지시해 안전모를 쓰고 형광색 작업조끼를 입은 모습 그대로, 어떤 이는 경광봉을 든 채로 한 줄로 서서 이동했다.

공장 내 있던 대부분의 근로자들이 간단한 소지품조차 챙기지 못했다. 영어를 할 줄 아는 몇몇이 무슨 상황인 지를 물었고 '불법체류자 단속'이라는 말에 아니라고 항변했지만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고 한다.

많은 한국인 근로자들이 여권도, 신분증도 제대로 챙길 시간도 여지도 없이 미 이민단속국은 군사작전하면서 중범죄자 체포하듯 밀어부쳤다. 

미국 이민단속국에 수갑과 쇠사슬을 차고 체포되어 끌려간 한국인 근로자들. [사진=구금일지 작성자 A씨 제공]
미국 이민단속국에 수갑과 쇠사슬을 차고 체포되어 끌려간 한국인 근로자들. [사진=구금일지 작성자 A씨 제공]

'미란다원칙' 고지도 없어...B-1(사용)비자도 전혀 받아들이지 않아

총구 들이대고 고압적으로 "체포영장 나눠주며 '빈칸 채우라' 지시"

서류인 줄 알고 작성하자 그대로 쇠사슬, 수갑, 케이블타이 채워 이동

ICE 요원들은 외국인 체포 영장(warrant arrest for alien) 관련 서류를 나눠주며 빈칸을 채우라고 했다. 서류에 대한 설명도 '미란다 원칙' 고지도 없었다.

고압적인 분위기 탓에 영어를 해석해가며 서류를 작성할 분위기도 아니었고 종이를 작성하면 풀려나는 줄 알고 종이에 영문으로 이름과 소속을 쓰고 제출했다.

구금일지를 작성한 A씨는 "근로자들은 이 종이를 작성하면 풀려나는 줄 알고 종이를 제출했다"면서 서류 제출 후 손목에는 빨간 팔찌를 채웠다고 당시 상황을 기록했다.

영어를 하는 이들이 나서서 "우리는 단기 상용(B-1) 비자를 받은 상태로 건설 관리·감독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설명했지만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강압적인 환경 속에서 몇몇이 서류를 제출했고 제출하자마자 손과 발에는 수갑, 케이블 타이, 쇠사슬 등이 채워졌다.

요원들이 직접 근로자들의 짐을 빼앗았고 이후 몇 시간이 지났는지도 모를 만큼 오랜 시간 대기했다. 대규모 단속이라 호송차 이동에도 시간이 걸렸다. 이들이 나중에 전해 듣기로 일부 근로자들은 무려 7시간 가량 수갑을 찬 채 대기했다.

대기하고 있으면 차례차례 수갑과 쇠사슬, 케이블타이 등을 더 바짝 결박한 채 호송차에 탑승했다. A씨는 9시간 넘게 대기하다 손목에 케이블타이가 바짝 채워진 채 호송차에 탑승했다. 먼저 간 사람들은 쇠사슬로 허리, 다리, 손목까지 채워진 채 이동했다.

호송차 내부에는 변기가 있었고 지린내가 진동했으며 에어컨도 켜주지 않았다.

 미국 이민 당국에 체포된 한국인 300여명 중 대부분이 수감된 미국 조지아주 포크스턴의 이민세관단속국(ICE) 시설. 싱크와 변기에서 물이 새고 있다. 이 사진은 2021년 11월 진행된 미국 국토안보부(DHS)의 감사 당시 촬영됐다. [사진=미국 국토안보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미국 이민 당국에 체포된 한국인 300여명 중 대부분이 수감된 미국 조지아주 포크스턴의 이민세관단속국(ICE) 시설. 싱크와 변기에서 물이 새고 있다. 이 사진은 2021년 11월 진행된 미국 국토안보부(DHS)의 감사 당시 촬영됐다. [사진=미국 국토안보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용변·샤워도 공개 장소에서 해결…한 방에 70명 숙식

곰팡이 핀 침대....바닥에서 웅크린채 잠들어...'노스코리아''로켓맨' 조롱 당해

변기가 딸린 개방 공간서 생활, 추후 2인 1실 이동..악취, 물에서 냄새

영문도 모른 채 끌려온 근로자들은 구금 초반에는 72인실 임시 시설에 몰아넣어졌다. 1번부터 5번 방까지 있었고 구금자들은 방을 옮겨 다녔다. 늘어선 이층 침대와 함께 공용으로 쓰는 변기 4개, 소변기 2개가 있었다. 시계도 없고 바깥도 볼 수 없었다. 침대 매트에는 곰팡이가 펴있었다.

어떤 방에는 100여 명, 다른 방은 50명 등 마구잡이로 몰아넣어졌으며 침대가 부족해 콘크리트 바닥에서 웅크린 채 잠을 청해야만 했다. 발 디딜 틈 없는 공간에서 생리 현상을 해결하기는 쉽지 않았다.

변기 옆에는 겨우 하체를 덮는 천만 있어서 사실상 개방된 공간에서 생리현상을 해결해야 해 근로자들은 생리현상을 버티며 시간을 견뎠다. 죄수복을 입고 일반 수감자와 같은 대우를 받으면서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루 세끼가 제공되긴 했지만 구금 생활을 견디기엔 턱없이 부족했다고 입을 모았다.

연합뉴스를 통해 공개된 A씨의 구금일지 기록에 따르면 임시 공간이 너무 추워 근로자들은 수건을 몸에 두르고 잠에 들어야 했다. 제공된 물에서는 냄새가 심해서 제대로 마실 수 없었고 목이 말라도 참는 사람도 있었다. 이틀이 지나서야 치약, 칫솔, 담요 등이 제공됐다.

A씨는 구금 4일차에 입소 절차가 끝난 뒤 2인 1실 방을 배정받았다. 구금자 규모가 워낙 커 관련 절차가 늦어진 경우 7일 내내 72인실에만 머문 사람도 있었다. 펜과 종이는 제공되지 않았다. A씨는 구금 4일차 서류 작성을 하던 때 몰래 종이와 펜을 챙겨 구금 일지를 적기 시작했다.

A씨에 따르면 서류작성 시 이들의 첫 질문은 '무슨 일을 했느냐'였다. A씨는 업무 미팅 및 교육을 위한 출장을 왔다고 답변했고 한 요원이 '사우스 코리아'(South Korea·남한)인지를 물었고 A씨는 '맞다'고 대답했다.

이를 들은 직원들이 웃으며 '노스 코리아'(North Korea·북한), '로켓맨'(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에 붙인 별명) 이라며 조롱했고, A씨는 일지에 당시 상황에 대해 "나를 가지고 농담·장난을 하는 것 같아 열 받았지만 혹여나 서류에서 무엇인가 잘못될까 봐 참았다"고 기록했다.

인터뷰 말미에 A씨는 "나는 적법한 B-1 절차로 들어왔고 그 목적에 맞는 행위를 했는데 왜 잡혀 온 것이냐"고 묻기도 했다. 그러자 "나도 모르겠고 위에 사람들은 불법이라고 생각한다"는 요원의 답변이 돌아왔다고 한다.

이어 A씨는 "B-1 비자로 들어온 게 왜 불법인지에 대해 파악이 안 된 것 같아 화가 났다"며 "자발적 출국 서류에 사인한 후에 우리를 무조건 보내는 것에만 집중하는 것으로 느껴져 어이가 없고 화가 났다"고 적었다.

 이민단속으로 체포됐던 현대차-LG엔솔 배터리공장 건설 현장 직원들이 애틀랜타 공항으로 향하기 위해 11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포크스턴의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시설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민단속으로 체포됐던 현대차-LG엔솔 배터리공장 건설 현장 직원들이 애틀랜타 공항으로 향하기 위해 11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포크스턴의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시설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약도 지급 안 돼…외교부 만남 이후 고압적 태도 변해"

구금소에서 처방 약조차 받을 수 없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구금자 중 최고령자였던 65세 전기 기술자의 아내 전 모 씨는 "남편이 늘 먹는 관절 약을 못 먹어 불편하다고 했다. 구금소 내에서 소화제 정도만 받았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입국 현장에선 한 근로자가 동료들과 악수하면서 "OO님이 고혈압약을 못 먹어 고생을 많이 했다"라고 말하는 모습도 보였다.

구치소 안에서 배탈로 인해 배가 아프거나 두통을 호소하는 구금자들도 많았지만 약 처방은 전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병으로 인해 처방약을 챙겨왔던 구금자 일부는 자신의 짐에서 약만이라도 달라고 요청했지만 이 또한 받아들여지지 않아 오랜 기간 구금된다면 건강을 해칠까봐 우려하는 이들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구금 4일 차에 시작된 총영사관 만남에선 분쟁이 생기면 최소 4개월에서 수년간 구금 상태를 벗어날 수 없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전세기를 통해 고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라는 사실을 안내해 귀국할 수 있다는 소식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고 한다.

구금 5일차인 8일에는 외교부 직원들이 구금자들을 만났다. 고압적인 태도로 일관하던 구치소 직원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이들이 불법 체류자가 아니란 사실을 인지한 듯 태도가 유해졌으며 특히 외교부 만남 이후 다소 누그러진 태도로 대했다.

다만 A씨 구금기록에 따르면 "외교부 직원들이 B-1 비자로 들어온 게 왜 불법인지에 대해 파악이 안 된 것 같아 화가 났다. 자발적 출국 서류에 사인한 후 우리를 무조건 보내는 것에만 집중하는 것으로 느껴져 어이가 없고 화가 났다"고 적어 비자문제를 인식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미국 이민당국에 의해 조지아주에 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가 12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한 뒤 주차장에서 가족과 만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 이민당국에 의해 조지아주에 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가 12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한 뒤 주차장에서 가족과 만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귀국 하루 미뤄졌단 소식에 '절망' "구금 길어질까 눈물"

그 뒤로는 별다른 정보 없이 대기가 이어졌다. 정확한 석방 날짜를 모른 채 대기하던 중 10일 귀국할 것이란 소식에 기뻐하던 중 갑자기 귀국이 미뤄졌단 소식에 절망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40대 직원 B씨는 "드디어 집에 가는 줄 알았는데 갑자기 못 간다고 하니 얼마나 절망스러웠겠나"라며 "몇 개월 또는 몇 년 기약 없는 기다림이 될까봐 눈물이 나왔다"고 말했다.

한국인 근로자들은 11일 새벽 1시쯤부터 애틀랜타 공항으로 향하는 버스를 타고 구금 시설을 떠날 수 있었다. LG에너지솔루션 측은 돌아온 본사 직원과 협력사 직원에게 한 달간 유급 휴가를 주고, 건강 검진과 심리 상담 프로그램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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