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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 활동으로 ‘세컨드’를 볼 수 없었다고 항변했던 조군 소속 체육관 지도자의 주장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복싱에서 ‘세컨드’는 경기 중 선수를 돕는 보조자·트레이너로, 선수의 컨디션과 안전을 책임진다. 선수가 지쳤을 때 시합 포기를 알리는 수건을 링에 던지는 역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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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풀렸는데도 경기 지속…납득 힘든 ‘세컨드’의 판단
조 군은 지난 3일 제주 서귀포다목적체육관에서 열린 제55회 대통령배 전국시도복싱대회에서 경기 도중 상대의 펀치를 맞고 쓰러졌다.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이송돼 뇌 수술을 받았으나, 아직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사고에서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 것 중의 하나가 경기를 지속한 지도자의 판단이다. 1라운드에 이미 스탠딩 다운을 당한 상태에서 제때 경기를 끝내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조 군의 부모는 “1라운드에 이미 스탠딩 다운을 당하는 등 기량 차이를 확인했으면 중단해야 했다”고 말했다.
선수 출신으로 현재 복싱 체육관을 운영하는 한 지도자도 “계속 경기를 진행한 지도자와 심판 모두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누가 봐도 다리가 풀렸고,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상태였다. 수건을 던져 경기를 포기했어야 했다”고 언급했다.
대한복싱협회 관계자는 “심판과 지도자가 경기를 중단하지 않은 것이 사고를 유발한 것 같다”며 “소속 선수의 기량, 장단점, 몸 상태 등을 가장 잘 아는 지도자의 선제적 판단이 아쉽다”고 부연했다.
이런 부적절한 판단은 조군을 평소 지켜봐왔던 그의 소속 체육관 지도자 A씨가 아닌 B씨가 세컨드를 봤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이날 조군의 코너에서 세컨드를 봤던 B씨는 다른 지역에서 같은 브랜드 체육관을 운영하는 지도자다.
소속 체육관 지도자가 모든 복싱대회에서 코너에 서는 건 아니다. 상황에 따라 동료 선수들이 자리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번 경우에 문제가 되는 건 B씨가 조 군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는 점이다. 조 군의 부모도 B씨를 전혀 알지 못했다.
A씨는 “B씨가 조 군과 함께 운동도 했고, 당일에도 컨디션을 비롯한 모든 면에서 확인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B씨는 조 군의 부모에게 “해당 학생과 한 번도 훈련한 적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선수와 한 번도 훈련해 보지 않은 지도자가 세컨드를 보는 걸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질의에 “같은 지역 사람이면 도움을 받을 수 있는데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 세컨드를 보는 건 조금 안 맞을 수는 있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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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군과 훈련한 적 없는 지도자가 ‘세컨드’로 참여
그렇다면 A씨는 왜 직접 세컨드를 보지 않은 것일까. 그는 “체육관을 운영하고 있지만 심판이다”면서 “심판은 세컨드를 보지 못하게 돼 있다. 지도자도 심판을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세컨드를 보지 못하는 상황이기에 같은 브랜드 체육관에서 함께 훈련했던 지도자가 대신 해준 것”이라며 “제자인 B씨에게 도움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취재 결과 A씨의 주장은 사실이 아닌 걸로 드러났다. 해당연도 심판으로 활동하기 위해선 연초 진행하는 세미나 교육을 받고, 대한체육회에 심판 등록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A씨는 올해 세미나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 또 올해 A씨가 속한 지역협회 활동 심판 8명의 명단에도 그의 이름은 없었다.
이에 대해 A씨는 “올해는 심판 활동을 안 하고 있지만, 등록은 돼있다”며 “계속 심판 활동을 해왔기 때문에 세컨드를 볼 수 없다”고 언급했다. 올해 심판 교육 세미나를 받았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A씨는 “국제 심판이기도 해서 세컨드를 못 본다”는 말도 했다. 하지만 국제 심판 활동에도 세미나 교육은 필수다. 또 국제 심판은 국내 대회 세컨드를 봐도 무방하다. 그는 세컨드를 못 본 게 아니라 안 본 거냐고 묻자 “그렇다.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한편, 유승민 대한체육회 회장이 이번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지시한 가운데 최근 체육회 임원이 현장을 찾아 사건 파악에 나선 걸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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