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심희수 기자】 전문건설업계가 건설업 업역 개편에 다시 불을 지피고 있다. 종합건설업체와 전문건설업체의 시공 능력 기반의 경쟁 시장을 위해 마련된 업역 폐지가 하도급 관행을 개선하지 못하고 외려 전문건설업체를 수년간 옥죄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15일 대한전문건설협회(이하 협회)에 따르면 협회는 ‘상생·고용을 위한 전문건설 정책건의’를 통해 종합 건설업은 기획·관리·조정 위주로, 전문건설업은 해당 공종의 시공 위주로 역할을 명확히 재정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1976년부터 두 가지 이상 공종의 종합공사는 종합 건설업체만, 한 개 공종의 전문공사는 전문 건설업체만 도급받을 수 있도록 업역을 규제해 왔다.
국토부는 이러한 업역 규제가 상호경쟁을 차단하고 역량 있는 건설업체의 성장을 저해하는 이른바 ‘칸막이’ 업역 규제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지난 2018년 건설산업기본법을 개정하고 공공공사는 2021년, 민간공사는 2022년부터 종합·전문 업체 간 업역을 폐지했다. 국토부는 이러한 조치를 통해 전문업체의 종합공사 수주를 보다 용이하게 함으로써 종합·전문건설업체 간 원·하도급 관계를 벗어나 시공능력에 따라 경쟁하는 구도가 마련될 것을 기대했다.
그러나, 최근 전문건설업계는 업역 폐지가 오히려 수년째 전문건설업체의 활동을 옥죄고 있다고 봤다. 업역 폐지로 종합건설업체가 전문건설업체의 시공 분야까지 수주하게 되자 전문 시공역량을 가진 전문건설업체의 원도급 시장이 축소됐다는 것이다.
협회는 전문건설은 원도급으로 받을 수 있는 공사의 규모나 범위가 종합건설에 비해 매우 열악하며, 종합·전문 간 상호시장 진출 시 원도급으로 참여하는 것도 브랜드 및 자본금 여력 등에 밀려 크게 제한적이라고 판단했다.
또, 종합건설업체가 전문공사를 수주해 시공 능력이 있는 전문건설업체에 하도급을 주는 관행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고 봤다. 이에 대한 근본적인 개정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 전문건설업계 관계자는 “전문건설업체가 전문 기술과 인력, 자재 등을 갖췄지만 수주 경쟁에서 밀리며 저가 입찰 등 수주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건설협회 윤학수 회장도 지난 3일 창립 40주년 기념 언론인 간담회에서 “수년에서 수십 년간의 시공 경험이 쌓인 전문건설업체가 최적화된 장비와 인력을 바탕으로 시공할 기회가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런 구조가 건설 안전과 품질을 저해시킨다고 판단했다.
윤 회장은 “종합업체가 100원에 원도급 계약을 맺고 전문업체에 70~80원에 하도급 계약을 체결한다”며 “안전 관리 수요 증가로 안전관리자 등 안전 인프라 비용이 증가하는 상황에 이런 구조는 건설 안전과 품질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없다”고 짚었다.
종합건설업계는 지난 2018년 합의된 내용을 쉽게 뒤집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한 종합건설사 관계자는 “2018년에 업역 칸막이 규제에 대한 부작용에 노사정이 함께 공감하며 합의를 이룬 것으로 안다”며 “기존에 합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영세 사업자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개선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영세 전문건설업자를 보호하기 위해 지난해 종합건설사의 소규모 전문공사 수주를 제한하는 내용의 건설공사 발주 세부기준을 고시했다.
종합건설사의 수주 가능 공사금액 하한선을 2억 원에서 4억3000만원으로 개선됐다. 또, 본래 2024년 1월 1일 일몰 예정이었던 소규모 전문공사의 원도급 보호 시효를 2027년 1월 1일로 3년 연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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