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여름에서 초가을로 이어지는 시기, 산길에 들어서면 그늘진 참나무 밑동에서 둥근 갈색 갓이 올라오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바로 표고버섯이다. 한국 사람들에게는 익숙하지만 여전히 식탁에서는 부재료 정도로 치부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표고버섯을 건조해 보면 수분이 빠져나가면서 향과 감칠맛이 몇 배로 진해지고, 향은 마치 구운 고기를 연상케 한다.
표고버섯이 가진 향의 비밀은 구아닐산이라는 성분이다. 표고버섯에는 이 감칠맛 물질이 풍부하게 들어 있는데, 특히 말렸을 때 함량이 높아진다. 구아닐산은 미각을 자극해 고기 맛과 유사한 깊은 풍미를 낸다. 육류를 사용하지 않는 요리에서 국물 맛을 살리고 싶을 때 표고버섯을 넣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본에서는 오래전부터 다시마와 함께 건조 표고를 우려내 국물 요리에 사용했으며, 서양에서도 비건 요리에 빠질 수 없는 식재료로 자리 잡았다.
열량이 낮은 것도 장점이다. 표고버섯 100g의 칼로리는 약 35kcal로, 곡류나 육류에 비해 매우 적다. 칼로리 부담 없이 식단에 넣을 수 있어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에게도 좋은 선택이 된다. 표고버섯은 지방 함량이 거의 없고 수분과 섬유질이 많아 포만감까지 준다. 같은 양의 고기를 먹었을 때보다 열량은 훨씬 적으면서도 만족감을 준다.
단백질과 미네랄, 몸에 좋은 영양소 가득
표고버섯은 단백질이 풍부해 채식 식단에서 단백질 보충원으로 쓰인다. 아미노산이 들어 있어 식물성 식단의 한계를 보완해 주며, 여기에 비타민 D가 많다. 햇볕을 쬐면 체내에서 합성되지만 부족하기 쉬운 비타민 D를 표고버섯은 자연스럽게 공급한다.
비타민 D는 뼈를 튼튼하게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하다. 칼슘 흡수를 돕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육류를 줄이고 채식 위주로 식사를 하면 칼슘과 비타민 D가 부족해질 수 있는데, 표고버섯을 건조해 조리하면 비타민 D가 크게 늘어난다. 햇볕에 잘 말린 표고는 일종의 천연 영양제 역할을 한다.
또한 칼륨이 풍부해 체내 나트륨을 배출하는 데 도움을 준다. 나트륨 섭취가 많은 한국인에게 표고버섯은 혈압 관리에 좋은 식재료가 된다. 철분과 마그네슘 같은 무기질도 들어 있어 피로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한편 베타글루칸 같은 다당류는 면역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식이섬유 함량도 높아 장 관리에도 좋다. 표고버섯의 섬유질은 불용성이라 장운동을 활발하게 만들어 변비를 예방한다. 가벼운 식사로 표고버섯을 곁들이면 소화도 원활해지고 장내 환경도 개선된다.
다양한 조리법으로 사용되는 표고버섯
표고버섯은 조리법이 무궁무진하다. 신선한 상태에서는 채소처럼 볶음이나 국, 찌개에 넣기 좋고, 두껍게 썬 후 구워내면 고기 못지않은 씹는 맛을 즐길 수 있다. 특히 기름을 살짝 두른 팬에서 굽거나 오븐에 구우면 육즙이 스며 나와 스테이크 같은 식감을 준다.
건조 표고는 다시마와 함께 육수 재료로 많이 쓰인다. 감칠맛이 진하게 우러나 국물 맛을 깊게 해준다. 일본식 우동, 한국식 탕국, 중국식 국물 요리 등 동아시아 음식 전반에 쓰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 불린 표고는 식감이 쫄깃해 고기 대용으로 탕수육, 장조림 같은 요리에 사용되기도 한다.
표고버섯을 잘게 다져 만두소에 넣으면 고기의 풍미를 대신해주고, 채식 만두를 만들 때도 유용하다. 햄버거 패티를 만들 때 다진 표고를 섞으면 칼로리를 줄이면서 풍미는 높일 수 있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이를 ‘플렉시테리언 레시피’라고 부르며 인기를 끌고 있다.
말린 표고를 갈아 가루로 만든 후 조미료처럼 쓰는 방법도 있다. 소금이나 간장을 줄이고도 깊은 맛을 내고 싶을 때 표고버섯 가루를 넣으면 간단히 해결된다. 천연 조미료이자 감칠맛 강화제 역할을 한다.
보관법과 구매 요령
표고버섯은 신선도가 중요한 식재료다. 갓이 단단하고 탄력이 있으며 색이 짙은 것을 고르는 것이 좋다. 갓 안쪽이 하얗고 벌어지지 않은 것이 신선한 표고다. 생 표고는 비닐봉지에 넣어 냉장 보관하면 5일 정도 두고 먹을 수 있다. 하지만 장기간 두려면 건조하는 것이 가장 좋다. 햇볕에 말리면 비타민 D 함량이 크게 늘어나고, 실온에서도 몇 달 동안 보관할 수 있다.
건조 표고는 밀폐 용기에 넣어 습기를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습기가 차면 곰팡이가 생길 수 있으니, 개봉 후에는 건조제를 함께 넣어 보관하는 것이 안전하다. 불릴 때는 미지근한 물에 오래 담가 두는 것이 좋다. 표고 특유의 구아닐산이 물에 녹아 나오므로, 불린 물은 육수로 사용해야 한다.
시장에서 파는 생 표고와 마트에서 파는 건조 표고 모두 용도가 다르다. 생 표고는 식감이 살아 있는 요리에 어울리고, 건조 표고는 국물 요리와 장기 보관에 적합하다. 요리에 따라 구분해 사용하면 훨씬 효율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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