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카드사 대출은 급증하는 반면, 생명보험사 대출 여력은 점차 위축되고 있다. 이처럼 같은 금융권 내 상이한 업권별 ‘실적 공식’이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기조와 맞물리면서 이해관계 조율에 대한 긴장감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드사는 올해 들어 카드론 중심으로 대출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며 단기 실적을 방어하고 있다. 손해보험사는 보험계약대출 수요 증가를 활용해 연체율을 관리하면서도 이익을 유지한다. 반면 생명보험사는 보험계약대출 외 신용대출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IFRS17·K-ICS 등 자본 규제 부담 탓에 확장이 구조적으로 막혀 있다는 분석이다.
카드론 급증…건전성 악화는 ‘리스크’
카드사들은 가맹점 수수료 수익이 정체되자 카드론 영업에 집중하고 있다. 상반기 카드론 잔액은 8~10% 늘었으며, 일부 카드사는 전체 순익의 4분의 1을 카드론에서 거둔 것으로 파악된다. 여기에 현금서비스·리볼빙(결제이월) 수요도 함께 증가해 이자 수익원이 다변화된지 오래다.
경기 둔화 속에서도 저신용·저소득층을 중심으로 대출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배경으로 지목된다. 특히 대환대출 플랫폼 활성화로 ‘갈아타기’가 쉬워지면서, 고금리 구조임에도 카드론 수요는 꺾이지 않고 있다.
다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 따라 대출 여력이 제한되고, 연체율도 0.2~0.3%포인트 오르면서 장기적으로는 건전성 리스크가 불거진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가맹점 수수료가 늘지 않는 상황에서 카드론이 사실상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다”며 “특히 대환대출 규제 완화 기대감도 작용해 수요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손보사·생보사, 같은 보험사라도 ‘서로 다른 길’
손해보험사는 보험계약대출(약관대출) 증가에 의존하고 있다. 상반기 5대 손보사 계약대출 잔액은 약 6% 늘었다. 특히 장기보험 계약자가 생활자금 목적으로 대출을 활용하는 경우가 늘었고, 자동차보험 손해율 악화로 줄어든 수익을 보완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보험계약대출은 계약자가 납입한 해지환급금 내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비교적 안정적이다. 그러나 대출이 늘수록 지급여력(RBC) 관리 부담이 커 일부 회사는 한도를 제한하거나 심사 기준을 강화했다. 업계에서 확장과 자제 사이의 줄다리기가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계약대출은 안전성이 높지만, 지급여력 관리가 중요해 무작정 확대하기 어렵다”며 “보험영업 손실을 메우는 임시 수단일 뿐 근본적 대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반면 생명보험사는 사정이 다르다. 신용대출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자본여력 부족과 IFRS17·K-ICS 등 회계·자본 규제가 겹치면서 대출 확대가 곧 경영 위험으로 직결된다.
단기 수익 vs. 안정성…금융업권 전략 갈림길
금융업권은 실적 방어와 건전성 유지 사이에서 전략적 균형을 모색하고 있다. 카드사와 손보사는 카드론·보험계약대출 등 단기 수익원을 중심으로 실적을 방어하고 있으나, 이러한 확대가 장기 건전성 부담으로 이어지는 구조적 딜레마가 존재한다.
정치권에서는 민생 부담을 완화하겠다며 가계부채 규제 완화론을 다시 꺼내들고 있다. 그러나 경기 둔화와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러한 방안이 단기적 효과에 그칠 수 있다는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이에 따라 금융사의 대출 전략 역시 정책 변화에 발맞춰 민감하게 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대출 확대 전략이 각 업권의 사업모델과 규제 환경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고 지적한다. 한 경제학과 교수는 “금융사 전략은 단순한 실적 경쟁 차원을 넘어, 업권별 규제와 자본 구조, 장기 수익 모델의 차별성에서 비롯된다”며 “단기 실적 방어와 자본 건전성 유지라는 복합적 과제가 동시에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금융전문가는 “구조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무분별한 대출 확대는 금융사의 장기 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단기 성과와 장기 안정을 모두 추구하려면 업권별 특성을 반영한 세밀한 정책과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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